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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단독] 개학 2주만에…‘과로 호소’ 대구 초등 돌봄전담사 사망[촉!]
돌봄전담사 한 명이 53명 담당
생전 “도움이 절실해요…매일 살빠지고 있어요” 호소
학교 측 “1인2교실 담당 원칙…업무조정중, 안타깝다”
대구시교육청. [대구시교육청 제공]

[헤럴드경제=신주희 기자] 초등학교 개학 2주 만에 대구의 한 초등 돌봄 전담사가 과로를 호소하던 중 사망하는 일이 발생했다.

17일 민주노총 공공운수노조 전국교육공무직본부(교육공무직노조) 대구지부(이하 지부) 등에 따르면 지난 15일 오전 7시께 대구의 한 초등학교 돌봄 전담사 A씨가 자택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 사망한 사인이 심장마비인지 극단적 선택인지는 조사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숨진 A씨는 지난 2월 26일 개학을 앞두고 동료에게 “나이스(교육행정정보시스템·NEIS)에, 두 반에, 넓은 교실에 물건도 산더미”라며 “선생님의 도움이 절실해요. 매일 살 빠지고 있어요”라고 호소했다. 이어 개학 첫날이던 지난 2일 정상 출근한 A씨는 업무가 많아 퇴근 후 업무를 자택에 들고 가 가족들에게 도와줄 것을 부탁, 가족들이 이를 거든 것으로 전해졌다.

A씨는 다음날인 지난 3일 학교 측에 “1인 한 반을 담당하고 업무를 조정해 달라”고 요청했지만 학교 측은 이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메스꺼움, 식은땀 등의 증세를 호소하던 A씨는 스트레스로 인한 우울증을 이유로 이달 들어 채 보름도 안 되는 사이에 두 차례나 병가를 쓴 것으로도 확인됐다.

1인 20명 내외 한 반을 맡는 다른 지역의 돌봄 교실과 달리 대구는 돌봄 전담사 한 명이 두 반을 맡고 보조 강사가 이를 보조하는 방식으로 운영되고 있다. 그러나 해당 학교에서는 보조 강사 인원도 충분하지 않았으며 A씨는 25명 이상의 돌봄교실 두 반을 담당, 총 53명의 학생들을 전담했다. 지부 측은 A씨가 전담하는 학생 인원이 일반적인 돌봄 전담사 수준을 뛰어넘었다고 지적했다.

지부 관계자는 “A씨는 전보 발령 이전 돌봄교실 한 반과 20명 내외의 학생들을 맡아 왔지만 전보 이후 해당 초등학교에서는 두 반을 담당했고 특기적성 강사도 통상 2명, 4시간씩 배치해야 하지만 학교 측은 1명, 3시간만 배정했다”고 주장했다. 이어 “이뿐만 아니라 6시간 일하는 돌봄전담사에게 학생 관리 시스템과 나이스 업무 등 행정 업무를 학교에서 지시했다”고 덧붙였다.

반면 학교 측은 “A씨의 과로 호소에 대해 논의 중이었으며 충분히 소통하고 있었다”고 반박했다. 해당 학교 교감 B씨는 이날 헤럴드경제와 통화서 “교육청 규정상 1인 2실이 담당이기 때문에 학교 재량으로 이를 바꿀 수 없었으며 다른 업무 과중에 대해서는 교사, 강사와 회의를 하며 조정을 논의 했었다”고 주장했다. 이어 “해당 돌봄 전담사가 스트레스·우울증과 건강 문제를 호소하고 퇴직 의사를 희망하기에 이를 허락했는데 급작스럽게 사망하게 돼 안타깝다”고 덧붙였다.

이에 대해 지부는 “2019년 대구 돌봄 전담사들이 파업을 진행하며 다른 지역과 동일하게 1전담사 1실 보장, 8시간 근로 보장 등이 되지 않으면 돌봄 전담사들의 질병, 스트레스 등으로 심각한 질병에 이르기에 대책을 세워줄 것을 요구했다. 그러나 교육청은 이러한 요구를 반영하지 않았다”며 대구시교육청을 비판했다.

joohee@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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