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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서로 수액 놔주고 퇴근후 응급실행…백신 맞은 의료진 ‘고군분투’ [촉!]
병원급 이상 의료기관 25만여명 등 접종 진행 중
“2차 국민접종 확대 시엔 의료진에 ‘백신 휴가’를”

지난 10일 오후 경기 북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거점 전담병원인 경기 고양 국민건강보험공단 일산병원에서 코로나 전담병원 의료진과 종사자에 대한 코로나19 예방접종이 진행되고 있다. [연합]

[헤럴드경제=주소현 기자] “아스트라제네카(AZ) 백신 맞고 이틀 만에 회복했어요. 24~48시간째가 가장 심하다더니 거짓말처럼 이틀째 아침이 되니 괜찮아지더라고요.”

수도권 소재 한 대학병원에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 19) 양성이었다가 음성이 된 환자들을 담당하는 간호사 김모(25) 씨는 지난달 26일 국내에서 첫 코로나19 접종이 시작된 지 17일 만인 15일 헤럴드경제와 인터뷰에서 이같이 말했다.

김씨를 비롯해 백신 접종을 받은 의료진은 발열, 오한, 근육통 등의 이상 반응에도 근무를 소화하려 고군분투하고 있다. 이 중 접종 후 이상 반응이 나타나게 되면 유급휴가를 1~2일 줘야 한다는 의견도 나오고 있다.

질병관리청에 따르면 백신 접종이 시작된 지난달 26일부터 이달 14일 0시까지 ▷요양병원 17만6764명(86.6%) ▷요양시설 8만3898명(77.3%) ▷1차 대응요원 4만1457명(55.0%) ▷병원급 이상 의료기관 25만9666명(75.0%) ▷코로나19 환자 치료병원 2만6099명(44.9%)이 예방 접종을 받았다.

코로나19 환자를 직접 대하는 인력은 화이자를, 그 외 대부분 인력은 AZ 백신을 맞는 것으로 알려졌다. 젊은 층에서 면역 반응이 심하다고 알려진 AZ 백신을 맞은 의료진은 서로 수액을 놔주고 퇴근 후 응급실에 가면서까지 이상 반응을 견뎌내고 있었다.

김씨는 이달 11일 낮 12시께 백신 접종을 받고 ‘타이레놀’ 두 알을 챙겨 먹은 뒤 근무를 시작했다. 그는 “약간 두통과 오한은 있었지만 일을 못할 정도는 아니었다”고 당시를 설명했다. 병원에서 이틀 정도 아플 수 있으니 타이레놀을 챙겨 먹으라는 당부를 들은 터라 아프지 않을 거라는 생각이 없기도 했다.

그러나 근무를 마치고 잠들었다가 다음날인 이달 12일 오전 2시께 너무 추워 놀라서 깼을 때 체온이 38.3도까지 올랐다. 김씨는 “다음날이 헬이었다”며 “약 기운이 떨어질 쯤이면 바로 오한과 두통이 시작되고 눈이 아파 야간근무하며 힘들었지만 딱 40시간 정도 지나니 몸이 회복되는구나 싶었다”고 말했다.

이상 반응이 심한 간호사들은 일을 못하고 퇴근하고, 응급실에서 수액을 맞기까지 했다. 신촌세브란스병원에서 일하는 또 다른 간호사 김모(27) 씨도 “타이레놀은 달고 살았고 간호사들끼리 서로 수액을 놔줬다”며 “독감 접종과는 다르게 부작용을 겪는 20대가 훨씬 많은 것 같다”고 설명했다.

수도권 소재 코로나19 전담병원에서 근무해 화이자 백신을 맞은 간호사 현모(24) 씨는 “AZ(접종)를 맞은 다른 병원 간호사들의 얘기를 들으면 확실히 화이자(백신)와 부작용이 차이 나는 것 같다”면서도 “AZ는 1차 접종이, 화이자는 2차 접종이 부작용이 심하다는 얘기도 있으나 2차 접종을 아직 하지 않아 추측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접종에 대한 불안감이 이들도 없던 건 아니다. 수도권 소재 대학병원 간호사 김모 씨는 “부끄럽지만 접종 전에는 먼저 맞은 사람들의 기사를 엄청 찾아봤다”고 했다. 현씨는 “언제 부작용이 나타날지 몰라 심리적으로 부담이 컸다”며 “부작용이 무섭긴 하지만 의료인으로서 환자의 안전도 중요하다”고 말했다. 세브란스병원 간호사 김씨도 “지금도 끝까지 안 맞겠다는 간호사도 소수 존재하기는 하나 대부분 맞아야 한다면 맞는다는 분위기”라고 전했다.

이들은 접종 후 이상 반응들을 겪었던 만큼 유급휴가의 필요성을 이야기했다. 수도권 소재 대학병원 간호사 김씨는 “어떤 사람은 참을 만하고 어떤 사람은 심하게 아픈데 대부분 접종을 비슷한 시기에 하니 결국 더 아픈 사람 몫까지 일할 수밖에 없다”며 “실현 가능성이 있을지 모르겠지만 백신을 맞으면 하루 정도 휴가를 줘야 한다는 데 전적으로 동의한다”고 말했다.

의료진의 1차 접종이 마무리 수순이기는 하나 2차 접종, 일반 국민으로 접종이 확대되는 것을 고려해 이제라도 접종 후 유급휴가가 마련돼야 한다는 게 관련 전문가들의 주장이다. 송금희 보건의료노조 사무처장은 “의료진은 경험을 바탕으로 휴가를 보장 조치를 요구하고 있다”며 “의료진은 의료 상식에 비추어 해열제를 맞으며 견뎠지만 일반 국민이 고열 등 이상 증상으로 응급실에 몰릴 상황에 대한 걱정도 크다”고 말했다.

손영래 중앙사고수습본부 전략기획반장(보건복지부 대변인)이 지난 14일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중대본) 회의 결과 브리핑을 하고 있다. [연합]

공공운수노조 의료연대본부도 지난 12일 성명을 내 “코로나19에 걸린 것은 아닐까 하는 불안함과 고통으로 이중고를 겪고 있고 타이레놀에 의지한 채 근무하고 있다”며 “백신 접종 이후 증상 발현자에 대해 유급병가를 보장하라”고 촉구했다.

백신 접종 후 ‘오프(비번)’를 주는 병원이 일부 존재하기는 하나 대부분은 5일에서 길게는 2주간의 접종 기간 내에 간호사들이 근무를 고려해 쉬거나 자가 휴가를 써야 하는 상황이다. 송 처장은 “800병상 이상 병원을 기준으로 보면 의료진이 1000명이 넘는데도 3교대 근무를 피할 수 없어 해열제와 주사를 맞아가며 일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방역 당국에서도 ‘백신휴가’에 대한 논의가 진행되고 있다. 손영래 중앙사고수습본부 사회전략반장(보건복지부 대변인)은 지난 14일 브리핑에서 “(백신 접종 후 휴식을) 제도화하거나 좀 더 사회에서 활성화될 수 있도록 하는 여러 유인 기전을 만들 필요가 있을지에 대해 관계 부처와 함께 검토에 착수한 상황”이라고 밝혔다.

addressh@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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