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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재난문자 홍수’ 올해만 벌써 1만건…“이젠 보지도 않아요”[촉!]
쏟아지는 재난문자 시민들 피로감 커져
지역 확진자 현황·마스크 착용 당부 등
실제 긴급 재난문자 실효성 떨어질 우려

[망고]

#1. 최근 지방 출장 중이었던 회사원 고모(34)씨. 스마트폰으로 내비게이션을 확인하며 초행길을 운전 중이었다. 그러다 갑자기 울린 재난문자에 내비게이션 애플리케이션이 중단되고 말았다. 고씨는 결국 해당 앱을 다시 보기 위해 갓길에 차를 세우는 번거로움을 감수해야 했다. 재난문자 내용은 마침 해당 지역 확진자 현황을 알리는 문자메시지였다. 고씨는 “시도 때도 없이 울리는 재난문자에 스트레스가 이만저만이 아니다”며 “정작 내용이 그렇게 시급하거나 중요한 것도 아니라는 것이 더 화가 난다”고 토로했다.

#2. 용접 일을 하는 김모(36)씨는 매일 오전 4시에 일어나 건설 현장으로 출근한다. 역시 지난달 하순의 어느 날 밤이었다. 출근을 위해 누워 잠이 들려는 찰나에 울리는 재난문자. 오후 9시55분에 온 해당 문자 내용은 역시 지역 확진자 현황이었다. 김씨는 “밤중에 보낼 만큼 급한 내용이었는지 모르겠다”며 “이날 이후로 재난문자를 받지 않도록 설정했다”고 말했다.

긴급 상황을 알리는 정부와 지자체의 ‘재난문자’가 올해 벌써 1만건이 넘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국내 확진자가 발생한 지 1년이 지나면서, 확진자 현황 등을 담은 재난문자에 피로감을 호소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재난문자를 외면하는 사람도 많아지고 있어 중요한 재난문자가 발송됐을 때 전달되지 않아 자칫 위험을 키울 수 있다는 지적이다.

6일 행정안전부가 운영하는 국민재난안전포털에 따르면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 소방방재청, 각 시도군 지자체 등에서 올해 1월 1일부터 2월 4일까지 발송한 재난문자는 총 1만62건으로 집계됐다. 하루 평균으로 따지면 300건에 가까운 약 280건에 달한다. 지난해에는 5만4378건(하루 평균 약 149건)의 재난문자가 발송됐다.

대부분 재난문자는 코로나19와 관련된 내용이었다. 문제는 코로나19 관련 문자 상당수가 ‘확진자 현황’, ‘마스크 착용 당부’와 같은 내용으로 이를 본 시민들이 특별하게 대응할 필요성을 느끼지 못한다는 데 있다. 더욱이 문자가 밤낮을 가리지 않고 시도 때도 없이 오는 것도 피로감을 키우는 원인으로 지적된다.

이에 재난문자를 수신하지 않도록 설정하는 사람도 많아지고 있다. 재난문자 탓에 잠을 깼다는 김씨도 “불필요한데 귀찮게 느껴진다”며 휴대전화가 재난문자를 받지 못하게 해 뒀다. 실제로 아이폰과 갤럭시 등 안드로이드폰에서는 스마트폰 설정으로 재난문자를 수신하지 않을 수 있다. 하지만 이 경우 지진 등 진짜 중요한 재난문자를 보지 못할 수 있어 우려된다.

때문에 정부 등에서 재난문자를 체계적으로 운용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김중백 경희대 사회학과 교수는 “분초를 다툴 만큼 급한 내용이 아니라면 정해진 시간에 재난문자를 발송하는 등 체계화가 필요하다”며 “재난문자의 실효성을 제고할 수 있는 방안에 대한 연구가 진행돼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123@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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