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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팩트폭격]美대선 결과가 아직도 혼란스럽다고?…의혹과 팩트 총정리! (ft.성시경쇼)
트럼프 측 "민주당이 선거를 훔쳤다" 주장 계속
투표용지 워터마크부터 전자개표기 회사 의혹까지
지금까지 제기된 주요 음모론·의혹 팩트체크 총정리

재생(▶) 버튼을 누르면 '성시경 쇼 미국대선 특집' 영상을 시청하실 수 있습니다.

[헤럴드경제=기획취재팀] 미국 대통령 선거 결과에 대한 혼란이 여전히 계속되고 있습니다. 조 바이든 민주당 당선인이 선거인단 306명을 확보, 232명을 확보하는 데 그친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을 크게 앞섰지만 트럼프 대통령은 '부정 선거'를 주장하며 결과를 인정하지 않고 있기 때문입니다.

트럼프 대통령은 자신이 패배한 경합주에서 소송을 제기하고 있지만, 전세계 주요 언론과 주요국 정부는 결과가 뒤집어질 가능성이 극히 낮다고 판단하고 있습니다. 언론은 물론 주요국 정상들이 바이든을 진작에 '당선인'으로 불러온 이유입니다. '부정 선거'라는 트럼프 대통령 측 주장에 근거가 부족하기 때문인데요.

문제는 음모론에 가까운 의혹 제기가 여전히 계속되고 있다는 겁니다. 미국 내 극우 유튜버뿐 아니라 국내 유튜버들도 이같은 의혹을 퍼나르고, 온라인 뉴스 댓글에서는 "한국 언론이 진실을 숨기고 있다"는 식의 주장까지 나옵니다. 대체 어떤 근거를 바탕으로 한 것일까요? 헤럴드경제 기획취재팀이 만드는 시사경제 토크쇼 '성시경 쇼'가 최근 방송에서 다룬 각종 의혹과 팩트를 지금부터 총정리해드리겠습니다.

미시간주(州)에서 바이든 13만표 올라갈 때 트럼프 표는 그대로?

먼저 개표 초반으로 거슬러 올라가보겠습니다.

주요 경합지인 미시간주의 개표가 90.9%에서 93.8%로 진행되는 동안 앞서 가던 트럼프 대통령의 득표수는 그대로 멈춘 반면, 바이든 후보의 득표수만 13만8000여표 늘면서 격차가 확 좁혀졌다는 겁니다. 선거 개표현황 집계 사이트인 디시전데스크HQ(DecisionDeskHQ)의 데이터를 캡처한 사진이 근거였습니다. 맞다면, 비정상적인 상황이죠.

의혹:개표가 3%가량 진행되는 동안 트럼프 대통령의 득표는 멈췄고, 바이든 후보 득표수는 13만8000여표 늘어났다.팩트체크:선거 개표현황 집계사이트 디시전데스크HQ의 데이터 오류로, 즉각 수정됨

트럼프 대통령도 이 사진이 담긴 트윗을 직접 리트윗(공유)하면서 "이게 다 무슨 일이야?(WHAT IS THIS ALL ABOUT?)"라고 의구심을 드러냈습니다.

트럼프 대통령 트위터 캡처

하지만 이는 미시간주의 한 지역(카운티)에서의 데이터 오류 때문인 것으로 확인됐습니다. 디시전데스크HQ가 트위터를 통해 직접 "오류를 확인하자마자 올바른 데이터로 업데이트했다"고 설명하면서 논란은 종결됐습니다.

"오류를 확인하자마자 잘못된 데이터를 지우고 올바르게 업데이트 했다" 디시전데스크HQ의 해명 트위터 캡처

부정선거를 예상한 트럼프 대통령이 투표용지에 '워터마크'를 심었다?

미국 국토안보부(DHS) 산하 사이버·인프라안보국(CISA)가 비밀리에 투표용지에 '워터마크'를 숨겨뒀다는 이야기가 떠돌았습니다. 워터마크란 불법 복제·위조를 막기 위해 처리되는 기술입니다. 즉, 트럼프 대통령이 민주당의 부정선거를 잡기 위한 '함정을 파놨다'는 주장입니다.

주장:트럼프 대통령이 부정선거를 잡아내고자 미국 국토안보부(DHS)를 통해 투표용지에 워터마크를 심어놨다.팩트체크:투표용지 디자인·제작은 국토안보부가 아닌, 각 주에서 담당한다.

이는 사실이 아닙니다. 투표용지 디자인과 제작, 감사(audit) 모두 연방 정부기관이 아니라 개별 주가 담당합니다. 크리스 크렙 사이버·인프라안보국(CISA) 국장도 자신의 트위터에 "선거 신뢰도를 해치고 혼란을 주려는 이러한 시도에 속지 말라"고 당부했습니다. 많은 언론 보도로 팩트체크가 수차례 이뤄진 사안이지만, 여전히 온라인 상에는 잘못된 정보가 확대·재생산되고 있습니다.

크리스 크렙 미국 국토안보부 사이버·인프라안보국(CISA) 국장 트위터 캡처. 워터마크 삽입이 잘못된 정보라고 설명하고 있다.

투표율이 100%가 넘는 주(州)가 있다?

등록된 유권자보다 실제 투표가 더 많았다는 주장도 있습니다. 아래 사진을 보시죠.

주장:네바다와 펜실베이니아 등 8개 경합주 중 7개 주에서 투표율(Turnout)이 100%를 넘어갔다.팩트체크:업데이트되지 않은 예전 등록유권자 수를 활용한 잘못된 표

미국은 사전에 유권자 등록을 한 사람만 투표를 할 수 있는데, 표에 나온 8개 주 가운데 조지아를 제외한 7개 주에서 등록된(Registered) 유권자보다 예상되는(Projected) 투표 수가 더 많습니다. 당연히 투표율(Turnout)이 100%를 넘어가는 말도 안되는 상황이 벌어집니다. 리얼클리어폴리틱스(RealClearPolitics)와 세계인구리뷰(WorldPopulationReview) 사이트를 참조했다고 하는 이 표는 사실일까요?

거짓입니다. 표에 나오는 등록 유권자 수가 옛날(outdated) 것이기 때문입니다. 로이터통신을 비롯한 많은 언론이 팩트체크를 일찌감치 끝냈습니다. 투표율이 125%라고 나오는 네바다 주를 확인해볼까요? 등록 유권자는 위 표에 나온것처럼 127만7000명이 아니라 182만1864명입니다. 실제 투표된 표는 132만7394표이고, 투표율은 72.86%입니다. 네바다주 국무부 홈페이지에서 직접 확인한 수치입니다. 펜실베이니아와 노스캐롤라이나, 미시간, 위스콘신, 애리조나, 조지아 등도 마찬가지입니다. 투표율이 100% 넘는 지역은 당연하게도, 없습니다.

'中 실소유' 전자개표기 회사가 트럼프 대통령 270만 표를 삭제했다?

미국 내 30여개 주에 전자개표기를 공급하는 '도미니언 보팅 시스템(Dominion Voting Systems)'과 관련한 의혹도 지속적으로 제기되고 있습니다. 미시간주의 한 카운티에서 트럼프 대통령에게 투표된 수천 개의 표가 바이든 후보를 찍은 표로 둔갑했다는 내용입니다. 로이터 통신이 인용한 미국의 팩트체크 전문매체 스놉스(Snopes) 보도에 따르면 이는 '절반의 진실'에 근거합니다. 미시간 주 앤트림(Antrim) 카운티에서 실제 이같은 개표 오류가 있었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이 문제는 개표기나 소프트웨어가 아닌 '사람의 실수'였고, '즉각 수정됐다'는 게 미시간 주(州)정부의 공식 입장입니다. 일각에서 제기하는 '광범위한 사기'의 근거는 전혀 제시되지 않고 있다는 게 팩트체크를 한 매체들의 결론입니다.

USA투데이의 팩트체크 기사 캡처. "도미니언 보팅 시스템 개표기는 트럼프의 표를 바이든의 표로 바꾸지 않았다"

이 전자개표기 회사의 실제 소유주가 중국이라는 이야기까지 돌고 있는데요. 특이하게도 중국 관련 이야기는 미국 현지에서도 찾아보기 힘든, 국내 한정판 루머입니다. 오히려 미국 내에서는 이 회사가 민주당 소속의 낸시 펠로시 연방 하원의장 또는 클린턴 재단이 소유한 것 아니냐는 의혹이 나왔는데요. 스놉스 등 현지 매체들은 이 역시 사실이 아니라고 팩트체크 했습니다. 미국 내 3대 전자개표기 업체들의 '중국산 부품' 비율을 우려하는 NBC 보도가 지난해 있긴 했지만, 이는 도미니언 보팅 시스템을 겨냥한 게 아닌 다른 전자개표기 회사 ES&S를 검증하는 보도입니다.

미국 연방선거관리위원장이 "부정선거 맞다"고 공식 인정했다?

지난 14일엔 미국 연방선거관리위원회 위원장이 "부정 선거가 맞다"고 공식 인정했다는 유튜브 영상도 퍼져나갔습니다. 트레이 트레이너 연방선거위원회(FEC) 의장이 미국 뉴스맥스TV와 인터뷰한 영상을 토대로 한 주장입니다. 결론부터 말씀드리면, 왜곡이 상당합니다.

주장:미국연방선관위원장이 '부정선거'를 공식 인정했다.팩트체크:트럼프 대통령이 임명한 트레이너 의장이 개표 초반이던 지난 6일 한 인터뷰 내용. 당시 트럼프 대통령 측 주장과 동일한 주장을 되풀이(법원에서 기각). 트레이너가 의장인 미국 연방선거위원회(FEC)는 '선거자금법' 업무에 국한된 기관. 국내 중앙선관위에 가까운 기관은 미국 선거지원위원회(EAC).

유튜브 영상 제목에는 '속보'라고 쓰여있습니다. 마치 최근에서야 선관위가 판단을 내린 것처럼 보일 수 있습니다. 하지만 이들이 인용하는 트레이너 의장의 인터뷰는 개표 초반이던 지난 6일(현지시간) 영상입니다.

트레이너 의장의 인터뷰 발언은 당시 트럼프 대통령 측이 내놓던 주장과 똑같습니다. "(공화당) 참관인에게 개표과정을 볼 기회를 주지 않는 지역들은 부정 선거와 연관이 있을 수 있다", "그곳에서 부정선거가 이뤄지고 있다고 믿는다"는 등의 내용입니다. 트레이너 의장은 트럼프 대통령이 지명한 인사입니다.

이같은 의혹을 바탕으로 한 소송은 이미 펜실베이니아 법원에서 기각된 바 있습니다. 참관인의 접근을 막았다는 증거가 제시되지 않았기 때문인데요. 당시 외신 보도에 따르면 트럼프 측 변호인조차 "(공화당 측) 참관인이 0명은 아니었다"고 인정해 담당 판사로부터 "그럼 도대체 뭐가 문제냐"는 핀잔을 듣기도 했습니다.

유튜버들은 연방선거위원회를 한국의 중앙선관위에 빗대며 "미국 연방선관위원장이 부정선거를 공식 인정했다"는 식으로 왜곡합니다. 하지만 확인된 사실이 아닌 자신의 주장에 가까울 뿐이고, 심지어 미국의 연방선거위원회(FEC)는 '선거자금법 집행' 업무에 국한된 기관입니다. 한국의 중앙선관위에 가까운 기관은 미국 선거지원위원회(EAC)입니다.

끝없는 가짜뉴스에…美 국토안보부 "선거 부정 증거 없다" 공동성명까지

미국 대선을 두고 제기되는 '가짜뉴스'는 끝도 없습니다. '트럼프 대통령이 애용하는 펜(샤피펜)으로 투표하면 무효 처리가 된다', '트럼프 대통령을 찍은 투표용지 수백장이 불태워졌다'는 등의 이야기입니다. 여기서 다 다룰 수 조차 없을 만큼 많고, 앞으로도 계속 생산될 것입니다. 미국 현지 언론들도 각종 음모론을 팩트체크 하느라 고생하고 있습니다. 만약, 뭔가 근거가 있었다면 이미 수사가 이뤄지고 있을텐데 아직 조용합니다.

물론 모든 의혹이 다 음모론인 것은 아닙니다. "죽은 사람이 투표했다"는 의혹은 일부 실제로 드러나기도 했는데요. 다만 이는 극소수 사례이고 매 선거 때마다 벌어질 수 있는 일로, 통계적으로 유의미한 부정은 이번 선거에서 확인되지 않았다는 것이 현지 당국 입장입니다.

지난 12일(현지시간) 발표된 미국 안보·선거당국의 성명을 한 번 보겠습니다. 국토안보부 사이버·인프라안보국(CISA)와 선거기간시설 정부조정 위원회(GCC) 등이 "선거 부정의 증거가 없다"며 공동성명을 낸 내용입니다.

"현재 미국 전역에서 선거 관계자들이 최종 결과에 앞서 선거 전 과정을 재검토하고 재확인하고 있다."

"우리의 선거 절차에 대한 많은 근거 없는 주장, 잘못된 정보가 있다는 것을 알고 있다."

"표가 삭제됐다거나, 분실됐다거나, 바꿔치기 됐다거나, 또는 어떤 형태로든 손상됐다는 증거는 없다."

"우리는 우리 선거의 안전성과 무결성에 대해 최고의 확신이 있다."

"11월 3일 선거는 미국 역사상 가장 안전한 선거였다."

민주당 정부가 아닌, 트럼프(공화당) 행정부 당국의 성명입니다.

바이든은 법적 '당선인'일까? 연방대법원에서 뒤집힌다면?

물론, 법률상으로는 바이든이 아직 당선인 신분이 아닌 건 맞습니다. 미국 연방총무청(GSA)의 공인 절차를 해주지 않고 있기 때문인데요. 지난 2017년 트럼프 대통령이 임명한 에밀리 머피 청장은 아직까지 대선 승자에 대한 판단을 내리지 않고 있습니다.

그럼에도 전세계 언론과 주요국 정부는 이 소송으로 결과가 뒤집힐 가능성을 매우 낮게 보고 있는데요. 왜 그런지 이유를 간략히 설명해드리겠습니다.

트럼프 대통령 측이 기대하는 시나리오 가운데 그나마 현실성이 있다고 평가되는 것은 '선거일 이후 도착한 우편투표' 관련 소송입니다. 미국 내 50개 주 가운데 절반 가량은 선거일 이후 도착한 우편투표도 유효표로 인정하고 있습니다. 득표차가 적었던 경합주 중에서는 펜실베이니아와 네바다주 등도 그렇습니다. 코로나19로 우편투표가 급증하면서 배달 지연으로 사표(死票)가 될 것을 우려한 결과인데, 어쨌든 "늦게 도착한 우편투표를 받아주는 것은 잘못됐다"는 게 트럼프 대통령 측 주장입니다.

트럼프 대통령이 소송에서 이긴다면 어떻게 될까요? 펜실베이니아를 예로 들어 말씀드리겠습니다. 바이든 당선인이 트럼프 대통령을 6만5000표 가량 앞서며(15일 현재 개표율 98%) 승리한 지역입니다. 그런데 선거일 이후 도착한 우편투표 수는 이 표 차이보다 훨씬 적습니다.

워싱턴포스트(WP)가 인용한 미 연방우체국(USPS) 집계에 따르면 펜실베이니아에서 대선 다음날(4일) 도착한 표는 3439표, 5일 도착한 표는 1459표입니다. 마지막 날인 6일 도착한 표는 확인되지 않았지만 이를 모두 합쳐도 6만5000표를 넘을 것으로 보긴 어렵습니다. 즉, 트럼프 대통령의 바람대로 선거일 이후 도착한 우편투표가 연방대법원에서 모두 무효 처리가 된다 하더라도 선거 결과를 바꾸기는 힘들다는 겁니다.

연방대법원에 의해서든 재검표에 의해서든, 만약 펜실베이니아와 조지아주에서 결과가 뒤집힌다고까지 가정해도 대선의 승자는 바뀌지 않습니다. 위 2개 주에 배정된 선거인단은 총 36명인데, 이를 모두 트럼프 대통령이 가져간다고 해도 바이든 당선인이 확보한 선거인단은 여전히 270명으로 매직넘버를 유지하기 때문입니다. 바이든이 아직 '법적 당선인'이 아님에도, 영국·프랑스·독일 등 유럽 주요국 총리들은 물론 캐나다·일본 총리, 한국의 문재인 대통령까지 일찌감치 바이든에게 축하를 건네고 통화한 이유라고 볼 수 있습니다.

당연하게도, '부정 선거' 의혹이 있다면 명명백백히 밝혀져야 합니다. 다만 현재까지 제기된 의혹 대부분 근거가 부족하고, 우편투표 관련 소송이나 일부 경합주의 재검표 결과가 트럼프 대통령의 손을 들어준다고 해도, 대선 결과를 바꿀 가능성이 매우 낮은 상태라는 점은 분명합니다.

[기획취재팀=배두헌·김지헌·김성우 기자]

badhoney@heraldcorp.com

※ '성시경 쇼'는? = 헤럴드경제 기획취재팀 3명의 젊은 기자들이 모여 만드는 시사경제 토크쇼. '성공에는 별 도움 안되는 시사경제 토크쇼'의 준말이다. 주요 경제 뉴스를 딱딱하지 않게 소개하고 재미있게 분석하는 게 목표다. 팟캐스트 플랫폼 '팟빵'과 오리지널 ES 계약을 맺고 방송을 송출한다. 팟빵에서 '성시경 쇼'를 검색하면 각 에피소드를 찾아 청취할 수 있다.

팟캐스트 (16회-바이든 '당선인' 맞을까? 혼돈의 美대선, 팩트만 딱 정리해드립니다) 재생 팟빵 링크 → http://www.podbbang.com/ch/1777067?e=238749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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