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일(현지시간) 새벽 백악관 이스트룸에서 기자회견을 하고 있는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모습. 트럼프 대통령은 이 자리에서 자신의 승리를 주장하면서 선거일 이후 모든 투표에 대한 개표를 중단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AP]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대선 개표를 놓고 본격적인 소송전에 돌입했다.

대선 이튿날인 4일(현지시간) 트럼프 대통령은 미시간·조지아주에서 개표 중단 소송을 내고 위스콘신주에서는 재검표를 요구했다. 트럼프 캠프는 펜실베이니아에서도 개표 중단 소송을 제기할 것이라고 밝혔다.

트럼프 캠프는 이날 잇따른 성명을 통해 위스콘신에서는 일부 지역의 개표과정에서 부정 행위가 있었다는 보고를 받았으며, 투명성 확보를 위해서 미시간과 펜실베이니아의 개표가 중단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저스틴 클락 캠프 선거대책 부본부장은 “민주당 선거 당국자들이 투표용지 개표와 처리를 공화당 참관인에게 숨기는 것을 막기 위한 소송”이라고 설명했다.

트럼프 캠프가 문제 삼고 나온 지역은 모두 선거의 당락이 걸려 있는 러스트벨트(쇠락한 공업지대) 지역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미시간과 위스콘신에서는 개표 중반까지 우세하다가 후반부에 들어 조 바이든 민주당 대선 후보에게 추격당하면서 결국 승리를 뺏겼다.

선거 당일까지만해도 트럼프 대통령이 바이든 후보를 큰 폭으로 따돌리고 있던 펜실베이니아에서도 점차 격차가 줄어들고 있다. 우편 투표에 참여한 펜실베이니아의 유권자 중 3분의 2는 민주당 지지자로, 현지 외신들은 이 같은 기세라면 펜실베이니아에서도 바이든 후보가 승리를 거머쥘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관측하고 있다.

더불어 뉴욕타임스(NYT)에 따르면 트럼프 캠프는 바이든 후보가 승리한 애리조나와 75% 개표 기준 바이든 후보가 0.6%포인트 앞서고 있는 네바다에서도 법적 조치를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일찍이 트럼프 대통령은 “역사상 최악의 부정선거가 될 것”이라면서 대선 불복 가능성을 내비쳐왔다. 그는 개표가 한창 진행되고 있던 4일 새벽에도 일찌감치 자신의 대선 승리를 선언하면서 개표를 중단시킬 것라고 선언했다.

당시 그는 개표를 ‘중대한 사기’라고 비판하면서 “우리는 모든 개표를 중단시키기 위해서 연방대법원으로 갈 것”이라고 밝혔다. 상대적으로 개표가 느린 우편투표이 개표를 중단시킴으로써 바이든 전 부통령의 역전 가능성을 차단하겠다는 전략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후 자신의 트위터에서도 “그들은 펜실베이니아, 위스콘신, 미시간 곳곳에서 바이든의 표를 찾고 있다”면서 “우리나라에게는 좋지 않은 일”이라고 밝혔다.

바이든 후보 측은 개표 중단은 없으며, 트럼프 캠프의 소송전에도 적극적으로 맞대응하겠다는 입장이다. 이날 바이든 후보는 “모든 유효표가 개표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바이든 캠프의 밥 바우어 고문은 “선거 이후 발생할 수 있는 모든 돌발 상황과 법적 대응 방법에 대해 검토해왔다”면서 “공화당이 어느 주에서 소송을 걸든 어떤 노력이라도 할 준비가 돼 있다”고 말했다.

일각에서는 연방대법원이 대선 전 에이미 코니 배럿 대법관의 합류로 확실한 보수 우위로 재편, 소송 결과가 트럼프 진영에 유리하게 나올 가능성이 점쳐진다.

다만 이처럼 선거를 흔드려는 노력이 트럼프 캠프에 얼마나 도움이 될 지는 미지수다. 가령 재검표가 이뤄지더라도 결과를 뒤집기는 사실상 불가능하다는 전망이 지배적이다. CNN은 “2016년에서도 위스콘신에서 재검표가 있었고 당시 트럼프는 수백표를 더 얻었다”면서 “하지만 현재 바이든은 위스콘신에서 2만표 이상 앞서고 있다”고 전했다. 손미정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