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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피플&데이터] 주파수 등 ‘공공재 경매’ 새틀 제시…노벨경제학상 로버트 윌슨·폴 밀그럼
매도·매수·납세자 모두에 혜택
전기·탄소배출권 거래에도 이용
올해 노벨경제학상 수상자인 로버트 윌슨(왼쪽) 명예교수와 폴 밀그럼 교수. [AP]

올해 노벨 경제학상은 미시경제학 분야의 ‘경매이론’을 발전시킨 로버트 윌슨(83) 명예교수와 폴 밀그럼(72) 교수에게 돌아갔다.

미국 스탠포드대 사제지간인 이들은 게임이론과 경매이론의 대가로 꼽힌다. 1994년 게임이론으로 노벨경제학상을 수상한 존 내쉬(John Nash) 이후 게임이론 관련 굵직한 연구를 진행해온 윌슨 교수는 어릴적부터 경매에 관심이 많았다.

1937년 미국 네브라스카에서 태어난 윌슨 교수는 현지에서 매주 토요일마다 진행된 소 경매를 지켜보면서 경매에 관심을 갖게 된다. 이후 그는 경매 관련 이론을 발전시켰는데, 대표적인 방식이 패키지 형태의 경매 방식이다.

일례로 라디오 주파수 경매에서 2개의 주파수를 낙찰받아 2개 지역에 서비스를 하고 싶어하는 응찰자가 있다고 가정해보자. 주파수 경매가 한 번에 하나씩 진행될 경우 첫번째 경매에서 가격이 너무 높아져 두번째 주파수 경매에는 참가가 어려워질 수 있다. 하지만 여러 주파수를 패키지 구성해 경매를 진행할 경우 ‘승자의 저주’를 줄일 수 있게 된다.

윌슨 교수는 “우리의 경매 방식은 여러가지 효율적인 패키지를 만드는 것”이라며, “이는 한 마리씩 링 위에 오르는 소 경매의 단점을 보완할 수 있다”고 월스트리트저널(WSJ)을 통해 전했다.

그가 밀그럼 교수와 인연을 맺고 경매이론을 함께 발전시켜온 것은 지난 1979년 밀그럼 교수의 박사학위 수여가 계기가 됐다. 윌슨 교수는 수년간 보험 계리사로 일한 밀그럼 교수의 역량을 눈여겨 보고 박사과정을 밟을 것을 추천했다. 윌슨 교수의 지도 속에 밀그럼 교수는 3년 뒤 박사 학위를 취득하게 된다.

이후 두 교수는 경매이론을 함께 발전시켰으며, 2018년 미국 국립과학아카데미가 수여하는 ‘존 J카티상’을 공동 수상하기도 했다.

이들은 경매이론 연구를 바탕으로 1993년 미국 연방통신위원회(FCC)의 주파수 경매에 활용된 ‘동시상승경매(simultaneous ascending auction)’ 방식을 고안했다. 밀그럼 교수가 학술적으로 많이 기여한 이 방식은 최고가 낙찰 방식과 달리 여러 단계의 입찰 과정을 거치면서 입찰자들이 가격을 써내는 방식으로 ‘승자의 저주’를 피할 수 있는 효율적인 방법으로 꼽힌다.

이 같은 경매 방식은 방송통신 주파수뿐 아니라 전기나 천연가스 경매, 탄소배출권 거래제도 등 정부가 보유한 공공재의 적정 가치를 책정하는 경매에 주로 이용된다.

이들은 사업자들이 자발적으로 반납한 주파수 이용권을 경매에 부치는 ‘인센티브 경매’ 방식을 내놓기도 했다. 이를 통하면 효율성이 떨어진 주파수를 재분배함으로써 사회 전체 이익을 높이게 된다.

노벨위원회는 “이들의 발명은 세계 매도자와 매수자, 납세자에게 혜택을 줬다”고 설명했다.

이들은 학문적 성과뿐 아니라 사제지간의 관계에서도 각별한 모습을 보여줬다. 12일(현지시간) 미국 캘리포니아 자택에서 아내를 통해 노벨경제학상 수상 소식을 접한 윌슨 교수는 길 맞은편에 살고 있는 밀그럼 교수 집을 직접 방문해 수상 소식을 알렸다. 사제지간으로 맺은 인연이 이웃사촌으로 이어지고 있는 셈이다.

52회 노벨경제학 수상자인 이들은 4회 연속 미국인 수상자라는 기록도 갖게 됐다. 지난 2017년부터 미국인에게 노벨경제학상이 수여되고 있는 것과 관련해 노벨위원회 측은 “미국에서 많은 연구와 투자가 이뤄졌기 때문”이라며 “경제학이 아닌 자연과학 분야에서는 미국 국적이 아닌 수상자들이 많다”고 설명했다. 박도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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