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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다시 확인된 文대통령 ‘한반도 운전자론’ 험로 [볼턴 회고록 파문]
“회고록 韓, 美 설득 어렵다는 점 재확인”
北 대남전단 살포 예고…한반도정세 암운
존 볼턴 전 미국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 회고록에 따르면 한국 정부는 1차 싱가포르 북미정상회담 성사와 2차 하노이 북미정상회담 종전선언 논의 등에서 적극적 역할을 수행한 것으로 나타났다. 그러나 동시에 볼턴 전 보좌관과 같은 미국 내 매파로부터 환영받지 못한다는 점도 드러났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이 2019년 2월 하노이에서 만나 2차 북미정상회담을 갖고 있다. [헤럴드DB]

[헤럴드경제=신대원 기자] 존 볼턴 전 미국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의 회고록의 얼개가 드러나면서 문재인 정부의 한반도평화프로세스 구상 실현이 쉽지 않은 길임도 재확인됐다.

23일(현지시간) 공식 출간에 앞서 지난 주말 해적판으로 인터넷을 통해 풀린 볼턴 전 보좌관의 회고록 ‘그 일이 일어난 방’에 따르면 문재인 정부는 1차 북미정상회담 성사 과정에서 사실상 아이디어를 제안하며 주도적 역할을 했으며, 2차 북미정상회담을 앞두고는 미국을 상대로 종전선언을 설득했다. 또 작년 6·30 판문점회동에 문재인 대통령이 참석하는 방안을 제기해 관철하는 등 적극적 역할을 수행했다. 그러나 볼턴 전 보좌관 주장에 따르면 미국은 물론 북한도 문 대통령이 6·30 판문점회동에 동행하는 것을 마뜩찮게 여기는 등 한국의 중재·조정 역할을 매번 쉽지 않은 난관에 부딪혔다.

볼턴 전 보좌관은 회고록에서 2018년 싱가포르 1차 북미정상회담 아이디어를 처음 제안한 것은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아닌 정의용 청와대 국가안보실장이라며 북미의 전략보다는 한국의 통일 어젠다와 관련이 있었다고 밝혔다. 그는 이는 미국 국익과 하등 관계가 없기 때문에 “위험한 연출이었다”고 비판했다. 그는 또 2019년 2월 하노이 2차 북미정상회담을 앞두고 문 대통령이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에게 다시 종전선언 등 한국의 어젠다를 설득했다면서 “문 대통령이 이러한 나쁜 아이디어들을 트럼프 대통령에게 권유하는 데 대해 우려했다”고도 했다.

우정엽 세종연구소 미국연구센터장은 “볼턴 전 보좌관의 회고록이 새로운 사실을 담고 있는 것으로 보이지는 않지만 한국이 미국을 상대로 설득하기 어렵다는 점을 다시 확인해줬다고 할 수 있다”며 “미국은 싱가포르 1차 북미정상회담 이후 북한에 대한 기대도 없지만 한국에 대한 신뢰도 낮아진 상태”라고 평가했다.

여기에 북미협상이 파탄나는 과정에서는 일본의 ‘몽니’도 있었다. 볼턴 전 보좌관은 2018년 5월 싱가포르 1차 북미정상회담을 앞두고 야치 쇼타로 당시 일본 국가안보국장과의 만남을 소개하면서 “야치는 서울에서 나오는 행복감에 맞서고 싶어 했고 우리가 북한의 전통적인 ‘행동 대 행동’ 접근에 속아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고 전했다. 결국 일본은 북미정상회담을 앞두고 북한 비핵화 범위에 핵무기뿐 아니라 생화학무기와 탄도미사일 등 대량살상무기(WMD)까지 확대할 것을 요구했고 볼턴 전 보좌관을 통해 이를 관철시켰다.

이성우 경기연구원 연구위원은 “일본 입장에서는 한반도에서 통일한국의 등장은 강력한 위협이 될 수밖에 없으니 미국을 상대로 적극적으로 나선 것”이라며 “한국도 일본처럼 달라진 국가위상에 맞게 큰 그림을 보고 외교전략을 내고 그에 따른 그랜드디자인을 수립해 미국과 중국 등을 설득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결국 볼턴 전 보좌관의 회고록을 통해 한반도를 둘러싼 만만찮은 지정학적 환경이 다시 한번 확인된 셈이다. 여기에 북한은 일부 탈북민단체의 대북전단을 빌미로 남북 연락채널 차단과 개성 남북공동연락사무소 폭파에 이어 문 대통령을 직접 비난하는 대규모 대남전단 살포라는 세 번째 행동에 나설 태세다. 문 대통령의 변함없는 의지에도 불구하고 한반도 평화프로세스의 명운은 밝지만은 않다.

shindw@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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