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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팀장시각]주도권 뺏긴 남북관계…원칙이 없다

북한이 지난 12~13일 이틀간 공식 채널로 무려 3개의 담화를 쏟아내며 남북관계를 벼랑 끝으로 몰고 갔다. 청와대는 대북전단 살포에 대해 엄정 대응 방침을 발표하며 남북관계 악화를 막아보려 했지만 아랑곳하지 않는 모습이다. 되레 한국 정부가 내놓는 수를 예측이나 한듯 북한은 날이 지날수록 거침이 없다. 청와대와 정부는 여전히 ‘로키(Low key·절제된 대응) 전략’으로 응수하고 있을 뿐이다. 상황이 이렇게 흘러가고 있는데도 대북전략에서는 미국과 북한의 눈치 보기가 여전하다는 비난은 뼈아픈 대목이다. 원칙도 전략도 보이지 않는다는 것이다.

북한의 실질적 2인자인 김여정 노동당 제1부부장이 지난 4일 탈북민의 대북전단 살포에 불쾌감을 표하며 남북 군사합의 파기 가능성까지 거론하자 열흘간 정부는 우왕좌왕했다. 북한은 우리의 수를 내다보며, 대북전단 비난에서 남한과의 결별까지 정해진 수순을 밟은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지난 4일 첫 담화에서 탈북자들의 대북전단 살포를 거세게 비난하자 통일부는 4시간 만에 대북전단 살포를 규제하는 법률을 마련하겠다고 발표했다. 북한이 또 지난 9일 연락사무소를 비롯해 남북 정상 간 핫라인까지 모든 통신 연락선을 차단하자 통일부는 다음날인 10일 대북전단 살포 탈북단체 2곳을 남북교류협력법 위반으로 경찰에 수사 의뢰하겠다고 발표했다. 이때까지 청와대는 “상황 파악이 우선”이라며 가급적 언급을 삼가며 거리를 뒀다.

하지만 김 제1부부장이 지난 13일 밤 ‘남한과의 결별’과 군사도발 가능성을 거론하고 나서야 분주해졌다. 청와대는 3시간 만인 14일 새벽 국가안전보장회의(NSC) 상임위원회 회의를 긴급 소집했다. 회의에서는 북한의 정확한 의도를 분석하기 위한 논의가 집중적으로 이뤄졌다고 한다.

북한은 그동안 남측이 어떤 입장을 내거나 대응에 나설 때마다 더 거칠게 반응했다. 특히 김 제1부부장이 이날 언급한 대로 북한이 앞으로 연락사무소 건물을 허물고 군사적 도발을 일으켜 9·19 군사합의를 명시적으로 파기한다면, 현 정부의 남북교류협력 성과가 백지화되는 것은 물론이고 남북관계는 전례 없는 파국을 맞을 수 있다.

대북 전단을 대하는 북한의 극도로 민감한 반응은 처음이 아니지만, 정부가 남북 관계 돌파구를 마련하려고 의지를 다지는 시기에 표출된 비난이어서 예사롭지 않았다. ‘전달 살포 중지’는 지난 2018년 4월 27일 판문점 선언에 담긴 남북 정상 간 신뢰에 기반한 합의 사항이라는 점에서 더 이상 방치할 수 없는 데도 2년간 사실상 손을 놓았다는 것인데, 정부는 그제야 움직이기 시작한 것이다.

북한의 대남 조치들이 대북전단 살포행위를 겨냥했지만 미국의 용인 없이는 남한 정부가 능동적으로 움직이지 않는다는 불만도 자리잡고 있다. 문재인 대통령은 지난달 10일 취임 3주년 특별연설에서 “이제는 북미 대화만 바라보지 말고 남북 간에서도 할 수 있는 일들은 찾아내서 해나가자”고 했지만 대북정책에 있어서 우리의 주도권은 사라진 모양새다. 물론 남북문제는 보이는 것보다 물밑에서 움직이는 게 더 많다고 한다. 그래도 소극적인 대응만으로는 남북-북미 간 사이가 좋든 좋지 않든 한반도 평화 여정엔 할 일이 많아 보이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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