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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나눔의집 日직원 “기부금 유용, 후원자들에게 알릴까도 생각했다”
야지마 쓰카사 나눔의집 국제실장 인터뷰
“나눔의집 후원금 유용 폭로로 여러 딜레마 안아…”
“할머니들 위해서는 ‘투명한 운영’이 근본적 해결책”
“日내 활동가, ‘내부고발 가능’ 韓시민사회 부러워해”
최근 경기 광주에 위치한 일본군 ‘위안부’ 피해 할머니 지원시설인 대한불교조계종 사회복지법인 나눔의집에서 만난 야지마 쓰카사 씨. 야지마 씨는 나눔의집에서 국제실장을 맡고 있다. 신주희 기자/joohee@heraldcorp.com

[헤럴드경제(경기 광주)=신주희 기자] “저희도 내부고발을 준비하면서 정기후원자들께 알릴까 고민했죠.”

최근 일본군 ‘위안부’ 피해 할머니 지원시설인 경기 광주 대한불교조계종 사회복지법인 나눔의집에서 만난 일본인 직원 야지마 쓰카사 씨는 유용 의혹에 따른 후원자들의 나눔의집 후원금 반환소송에 대해 이같이 말했다.

나눔의집 국제실장인 야지마 씨는 김대월 학예실장 등 다른 직원 6명과 함께 지난달 19일 보도자료를 통해 “법인이 막대한 후원금을 모금해 70억원이 넘는 현금자산을 보유하고 있지만, 실상은 지원금으로 운영되는 무료 양로시설일 뿐 그 이상의 치료나 복지는 위안부 피해자 할머니들에게 제공되지 않았다”고 폭로했다.

이에 대해 야지마 씨는 “후원자들도 기부금 유용과 배임에 대한 피해자이기도 하니 우리가 내부고발을 준비하면서 이분들께 알리려고 했다. 할머니들을 중심으로 나눔의집을 운영하자는 뜻이었다”면서도 “한편으로는 딜레마”라며 말끝을 흐렸다.

야지마 씨는 “(경기) 광주시에서 제공하는 보조금만으로는 시설 운영 비용을 하기가 빠듯하다”며 “할머니들을 생각하면 마음이 복잡한 것도 사실이다. 후원이 끊기면 결국 피해는 다시 할머니들께 간다”고 했다.

야지마 씨에 따르면 지난달 나눔의집 내부고발 이후 여러 후원자가 “할머니들을 생각해서 후원을 이어나가고 싶지만 일단 취소하겠다. 그러나 문제 해결이 되면 다시 후원할 생각”이라며 후원을 일시적으로 중단했다고 한다.

“저는 그게 맞다고 봐요. 지금으로써는 나눔의집 후원금이 투명하게 사용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는 게 우선이죠.” 야지마 씨는 이같이 말하며 눈을 반짝였다. 그는 내부고발로 인한 일련의 사태에도 나눔의집에 있는 할머니들을 먼저 걱정하는 모습이었다. 그를 포함해 내부고발을 한 직원들은 나눔의집 후원금 유용 폭로가 여러 딜레마를 동반할 것이라는 사실을 알고 있었다. 그러나 야지마 씨와 할머니들을 위해서라면 ‘뼈를 깎는 일’을 할 수밖에 없다는 사실에 동감했다고 한다.

야지마 씨도 이번 폭로로 인해 일본 내에서 일본군 위안부 문제를 알리던 활동가들이 우익세력과 일본 언론의 공격을 받을 수도 있다는 점을 알고 있었다. “내부고발 전에 일본 내에서 위안부 피해 문제와 관련해 활동하는 분들께 연락했어요. ‘나눔의집 문제를 폭로하려고 하는데 일본 내 우익세력의 공격이 있을 것’이라고 했죠.”

야지마 씨는 “일본 내 활동가들은 ‘할머니들을 위해서라도 문제를 고발하는 게 맞다. 그 점에서 한국이 정말 부럽다’며 꿋꿋한 모습을 보였다”며 “‘문제가 불거지면 해결하려고 하는 한국 시민사회가 부럽다’고도 했다”고 말했다.

일본 아사히(朝日)신문 사진기자였던 야지마 씨는 2002년 나눔의집을 방문해 할머니들을 촬영하며 며칠간 같이 생활하던 중 나눔의집 측으로부터 역사관 연구원으로 일하자는 제의를 받았다. 2003~2006년 나눔의집 역사관 연구원으로 일하던 그는 독일로 건너가서도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문제에 대해 계속해서 목소리를 냈다.

그러다 지난해 2월 야지마 씨는 ‘나눔의집 할머니들이 건강이 좋지 않다’는 소식을 듣고 다시 나눔의집을 찾아 국제실장을 맡았다. 이후 나눔의집을 방문하는 외국인들을 안내하고, 일본군 위안부 문제를 알려 왔다.

joohee@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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