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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中企 지원금 타낸 대기업의 ‘꼼수’
美 ‘급여보호’ 3500억달러
대형 체인점 등 자회사 활용
45%가 ‘덩치 큰 회사’ 흘러가
뉴욕시의 쉐이크쉑 버거 매장. [로이터]

미국 정부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으로 어려움을 겪는 중소기업을 살리기 위해 책정한 지원금이 일부 대기업으로 흘러들어간 것으로 나타나 논란이 커지고 있다. 은행들도 수수료를 챙기려 정책 취지에서 벗어나 중소기업을 외면했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20일(현지시간) 워싱턴포스트(WP)와 CNBC방송 등에 따르면 대형 레스토랑 업체인 루스 크리스 스테이크하우스, 샌드위치 전문점 포트벨리, 햄버거 체인 쉐이크쉑 등이 중소기업 지원 프로그램에 따라 자금을 받아갔다.

루스 크리스 스테이크하우스는 미국에 150개 지점이 있으며 기업가치는 2억5000만달러로 추정된다. 포트벨리는 400개 이상의 지점에 기업가치는 8900만달러로 평가된다. 쉐이크쉑의 기업가치는 무려 16억달러에 달하며 고용한 노동자만 8000명이 넘는다. 하나같이 중소기업과 거리가 먼 대기업이지만 각각 1000만달러에서 최대 2000만달러씩 지원금을 타냈다. 이 외에도 다수의 호텔업체와 에너지기업 등도 수백만달러씩 지원금을 받아 챙긴 것으로 알려졌다.

앞서 트럼프 행정부는 2조2000억달러 초대형 경기부양책 가운데 3500억달러를 중소기업을 위한 급여보호프로그램(PPP)으로 책정했다. 일단 대출을 받은 뒤 이를 두 달 동안 급여나 임대료 등 지정된 지출에 사용하면 보조금으로 전환해주는 것이다.

문제는 지원 기준에 허점이 많다는 것이다. CNBC는 이들 대기업이 자회사를 활용해 종사자 500명 이하면 중소기업으로 분류돼 지원 프로그램을 받을 수 있는 꼼수를 썼다고 지적했다. 또 외국계 대기업의 경우 미국 자회사를 이용해 지원금을 타내기도 했다.

이처럼 3500억달러라는 막대한 금액이 개시 2주만에 바닥난 원인 중 하나가 대기업의 편법 지원금 타내기 때문이란 비판이 커지자 쉐이크쉑 측은 1000만달러를 반납하겠다고 밝히는 등 진화에 나섰다.

은행들도 비상시국에 수수료 수익을 챙길 궁리를 했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대출 신청 금액이 많을수록 수수료가 높다는 점을 이용해 대기업들을 우선시했다는 것이다. 미 중소기업청(SBA)에 따르면 3500억달러 가운데 45%는 100만달러 이상을 빌리는 덩치 큰 회사들에게 돌아갔다. 불과 17%만이 15만달러 미만의 대출을 신청한 소기업에게 돌아갔다.

이는 은행이 받는 수수료율은 대출액이 낮을수록 높지만 절대 금액면에서는 자잘한 대출 여러 개보다 굵직한 대출 한 건을 하는 게 훨씬 이익이기 때문이다. 실제 JP모건이 루스 크리스 스테이크하우스에 2000만달러 대출을 해서 챙긴 수수료는 20만달러에 달한다.

블룸버그통신에 따르면 SBA는 이처럼 수수료 수입 때문에 중소기업을 외면한 혐의로 웰스파고와 뱅크오브아메리카(BoA), JP모건, US뱅코프 등을 캘리포니아주 로스앤젤레스(LA) 연방법원에 고소했다.

중소기업 지원 프로그램에 잇따라 허점이 발견되면서 추가 지원책 협의는 더욱 난항을 겪을 것으로 보인다.

상원은 이날 오후 회의를 소집해 3000억달러 추가 지원 법안을 논의하려 했지만 끝내 상정하지 못했다. 공화당의 미치 매코널 상원 원내대표는 법안의 시급성을 강조하며 21일 다시 회의를 열 예정이라고 밝혔다.

김우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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