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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탈리아 “코로나19 참사는 인재…보건당국·의료시설 과실 유무 조사”
“1만1000명 숨진 베르가모 요양원·병원·주정부 직무유기”
검찰, 방역정책 실패 수사…유족 “왜 죽어야 했는지 설명하라”
이탈리아에서 코로나19 참사를 인재(人災)로 보고 보건당국과 의료시설의 과실 유무를 따지는 수사에 착수했다. 사진은 82세의 코로나19 확진자가 의료진들의 치료를 받고 있는 모습. 이 환자는 끝내 목숨을 잃었다. [AP]

[헤럴드경제=박세환 기자]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2만2000여명이 사망한 이탈리아에서 코로나19 참사를 인재(人災)로 보고 보건당국과 의료시설의 과실 유무를 따지는 수사에 착수했다.

16일(현지시간)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이탈리아 검찰이 일명 ‘죽음의 도시’로 불린 롬바르디아주 베르가모에 있는 요양원과 병원, 지방 정부를 대상으로 직무유기 혐의 등에 대한 수사에 나섰다.

이는 이탈리아 내 코로나19 확산 거점이었던 롬바르디아주에서만 1만1000여명의 사망자가 쏟아져나오면서 중앙과 지역 정부의 대응 실패를 지적하는 목소리가 높아진 가운데 나온 조치다.

이탈리아 검찰은 지난달 8일 병상 과밀 문제를 해소하기 위해 회복 중인 코로나19 환자를 요양원으로 이송해달라는 롬바르디아 주정부의 방침이 요양원 내 감염 확산을 유발해 또 다른 방역 실패로 이어졌을 가능성을 살펴보고 있다.

경찰은 롬바르디아 주정부에 대한 조사의 일환으로 관련 서류를 압수했으며, 아울러 롬바르디아주와 밀라노 지역의 일부 양로원에 대한 수색을 실시했다.

검찰은 또 집단 감염사태가 발생한 베르가모 지역의 발레 세리아나 지역과 관련한 별도의 수사를 진행 중이다. 이 지역의 마을 한 곳에서는 주민 1만1000명 가운데 약 1.3%가 사망해 전 세계에서 가장 높은 치명률을 보였다.

검찰은 지난달 초 확진 사례가 발생한 이 지역 병원이 지방 정부의 지시에 따라 일시적으로 폐쇄한 뒤 재개방하면서 급격히 바이러스가 급격히 확산했다고 보고 이 같은 지시가 내려진 배경을 수사하고 있다.

발레 세리아나의 38개 마을 연합회장인 지암피에로 칼레가리는 “(주민들이) 세상을 떠난 이들을 슬퍼하는 단계를 극복하고, 왜 그들이 죽어야 했는지를 묻기 시작했다”며 “우리는 그들에게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 설명할 의무가 있다”고 말했다.

의료계에서도 당국의 부실 대응에 대한 비판이 제기됐다. 이탈리아 전국의사협회는 지난주 롬바르디아주의 ‘처참한 상황’이 의료진을 위한 의료 장비 부족과 감염자에 대한 진단검사 부족, 바이러스 피해 지역에 대한 초기 봉쇄 조치가 미흡했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WSJ에 따르면 참사를 둘러싼 여론의 분노 속에 중앙정부와 지방정부는 서로 책임 떠넘기기만 하고 있다. 롬바르디아주 보건행정 책임자인 줄리오 갈레라는 “이탈리아 중앙정부 보건부의 권고에 따라 유증상자만 검사했다”며 “지난달 초 중앙정부에 베르가모 외곽의 마을 두 곳에 대한 봉쇄령을 요청했지만 중앙정부가 이를 시행하지 않았다”고 했다.

그러나 중앙정부는 해당 지역의 봉쇄 권한을 가지고 있는 것은 지방정부라며 책임 소재를 지방정부로 다시 돌렸다.

greg@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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