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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김영상의 오지랖] 사전투표 열기…서로 “과반 자신” 이해찬 vs 김종인, 한사람은 여기서 운다
11일까지 이틀간 전국 3508곳에서 사전투표
역대 선거 보면 사전투표 결과는 곧 전체표심 
앞서 이 대표·김 위원장 “과반확보” 호언장담
다만 통합당 막말논란 여파로 둘 표정 엇갈려
이 대표 “단독 과반 승기 잡았다” 강한 자신감
김 위원장 ‘막말 정말 죄송…한번만 기회 달라”

4·15 총선을 앞두고 미래통합당 김종인 총괄선거대책위원장(가운데), 신세돈(왼쪽 두번째), 박형준 공동선대위원장(오른쪽 두번째) 등이 9일 오전 국회에서 ‘김대호·차명진 후보의 막말’에 대해 고개숙여 사과하고 있다. [연합]

21대 국회의원을 뽑기 위한 사전투표가 시작됐다. 총선(4월15일)을 닷새 앞두고 이틀간 사전투표가 이뤄진 것이다. 4·15 총선 사전투표는 10일 오전 6시부터 실시됐다. 사전투표는 11일까지 이틀간 진행된다. 사전투표율은 역대 최고치를 기록 중이다. 코로나19 사태로 여건은 힘들지만, 그만큼 총선에 대한 뜨거운 관심을 반영한 것이다.

더불어민주당, 미래통합당 등 총선 경쟁을 벌이고 있는 정치권의 시선은 당장 사전투표장으로 향했다. 사전투표는 총선 가늠자로, 총선 전체 결과와 직결된다. 즉, 사전투표에서 이긴 후보는 결국 총선에서 승리하는 일이 많았다. 한 예로, 20대 총선 종로지역에선 당시 정세균 더불어민주당 후보와 오세훈 새누리당(현 미래통합당) 후보가 맞붙었는데, 사전투표에서 정 후보(1만252표)가 오 후보(7281표)를 눌렀다. 선거 당일 투표와 합쳐 정 후보(총 4만4342표)는 최종적으로 오 후보(3만3490표)를 꺾고 종로 의원 자리를 차지했다. 사전투표 결과가 그대로 총선 결과로 이어진 것이다. 이런 사전투표의 중요성을 알고 있는 정치권에서 이날 사전투표장에 눈길을 보낸 것은 당연해 보인다.

사전투표가 시작되면서 정가에서 시선을 한몸에 받고 있는 두 사람 역시 있다. 더불어민주당과 미래통합당에서 각각 선거를 지휘하고 있는 이해찬 대표와 김종인 선대위원장이다. 둘은 앞서 장군멍군식으로 호언장담을 펼치며 “과반 의석 확보에 자신이 있다”고 한 바 있다. 승자가 있으면 패자가 있는 법인 총선 결과상, 둘 중 한사람만 웃게되는 일이 사전투표에 의해 결정되는 셈이다.

둘다 총선 결과에 자신감을 보이고 있지만, 속을 들여다보면 사정이 달라 보인다. 김대호(서울 관악갑) 후보의 ‘세대 비하’ 발언 논란과 차명진(경기 부천병) 후보의 ‘세월호 텐트’ 막말 논란으로 통합당이 자중지란 모습을 노출하면서 양 당에서 총선을 지휘하고 있는 두 사람의 얼굴에도 상반된 표정이 엿보인다는 평가다.

이 대표는 승기를 잡았다며 ‘굳히기’에 들어갔다. 10일 정치권에 따르면, 이 대표는 전날 서울 관악을 지역구를 찾아 지원 유세를 펼쳤다. 이곳은 이 대표 본인이 13~17대 의원을 했던 곳이다. 그는 이곳을 ‘정치적 고향’으로 칭하고 있다. 이 대표는 이 자리에서 “민주당이 1당이 되고 시민당과 함께 과반수를 넘겨 국정을 안정적으로 이끌어갈 수 있는 승기를 잡았다”고 공언했다. 그는 “20대 국회까지는 우리가 다수당이지만 과반수를 못넘겨서 야당 세력한테 발목을 잡혀서 뭐하나 처리하려면 시간도 많이 걸리고 여러가지 어려움이 많았다”며 “마지막까지 사력을 다해 압승할 기회를 만들어주길 간곡하게 호소한다”고 했다. 앞서 이 대표는 지난 8일에도 “우리 당이 단독으로 과반수를 해 개혁과제를 완수할 좋은 기반이 닦여지고 있다”고 한 바 있다. 총선 승리에 강한 자신감과 확신을 보인 것이다. 민주당은 지역구에서 130석 이상을 얻고 민주당이 참여한 비례연합정당 더불어시민당 비례대표 후보들이 대거 당선되면 과반인 150석 달성도 가능하다고 보고 있다. 이런 점을 의식해 ‘단독 과반’을 달성해 향후 국정에 드라이브를 걸자는 뜻이다.

더불어민주당 이해찬 선대위원장이 9일 오전 서울 관악구 난곡로 더불어민주당 정태호 후보 사무실 인근에서 관악을에 출마한 정태호 후보를 지원 유세하고 있다. [연합]

정가에선 통합당의 ‘릴레이 막말 논란’에 대한 반사이익을 민주당과 이 대표가 의식하고 있다고 보고 있다. 통합당이 막말 논란으로 허우적거리고 있는 틈을 타 ‘단독 과반’의 쐐기를 박겠다는 뜻을 가감없이 강조하고 있다는 것이다. 실제로 민주당 관계자는 “막말 파문 등 통합당에 악재가 계속되면서 선거 후반으로 갈수록 최대 승부처인 수도권에서 조심스럽지만 민주당의 약진이 기대된다”고 했다. 그는 “부산·경남(PK)과 강원 등은 당초 어려움이 예상됐는데, 거기서도 긍정 여론이 조성되고 있는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고 했다.

김 위원장은 이에 비해 조금은 피곤해 하는 모습이다. 하루가 멀다하고 막말 파문이 터지면서 이를 수습하는데 시간을 빼앗기다보니 김 위원장 특유의 판세를 휘젓는 능력이 먹히지 않고 있다는 말도 들린다. 막말 후폭풍으로 ‘김종인 리더십’이 막판에 크게 흔들렸다는 평가도 뒤따른다.

전날만해도 김 위원장은 차명진 후보와 김대호 후보의 막말 파문을 진정시키는데 하루종일 힘을 써야했다. 김 위원장은 9일 국회에서 긴급 현안 기자회견을 갖고 “통합당 국회의원 후보자 두 사람이 말을 함부로 해 국민 여러분을 실망케하고 화나게 한 것에 대해 정말 죄송스럽다”고 고개를 숙였다. 그는 기자회견 내내 ‘사과’, ‘죄송’, ‘송구’ 표현을 네차례 사용했고, 세번이나 허리를 숙였다. 그는 “이건 말이 적절한지 아닌지를 따질 문제가 아니며 공당의 국회의원 후보가 입에 올려서는 결코 안되는 수준의 단어를 내뱉은 것”이라고 했다. 그는 “이 당에 온 지 열하루째인데, 이 당의 행태가 여러 번 실망스러웠고, 모두 포기해야 하는 건지 잠시 생각도 해봤다”고까지 했다. 그러면서 “그래도 제가 생의 마지막 소임이라면서 시작한 일이고 ‘나라가 가는 방향을 되돌리라’는 국민 목소리가 너무도 절박해 오늘 여러분 앞에 이렇게 다시 나섰다”고 했다. 황교안 통합당 대표의 요청으로 ‘왔다갔다 하는 정치인’이라는 이미지 고착화에 대한 우려에도 ‘마지막 소임’으로 여기고 선대위원장을 맡았는데, 그것에 대한 근본적인 회의감이 든다는 뉘앙스의 발언이었다. 선거 막판에 터질지 모를 후보들의 막말에 대한 입조심을 강조해왔지만, 연거푸 메가톤급 막말 잡음이 나왔고, 이에 제명조치 등 극약처방까지 내렸는데 그 사태가 진정되지 않자 곤혹스러워 하는 그의 표정도 노출됐다는 게 중론이다.

정치권 관계자는 “김 위원장은 선거 막판에 통합당 후보자들에게서 이같이 전체 선거에 큰 영향을 끼칠 수 있는 메가톤급 돌출 발언이 나올 것이라곤 전혀 생각지 못했을 것”이라며 “‘포기해야 하는 것 아닌지 잠깐 생각했다’는 그의 말은 현재의 매우 난처한 입장을 대변하는 것 같다”고 했다. 그러면서 “김 위원장이 그래도 끝까지 해보겠다고 한 것을 보면 마지막으로 ‘숨은 보수’나 ‘선택지를 정하지 않은 중도층’ 표심에 기대를 걸고 있는 것 같다”고 풀이했다. 실제로 김 위원장은 “이제 총선까지 남은 6일인데, ‘이 나라가 죽느냐 사느냐’가 걸린 만큼 최선을 다해보겠다”고 했다.

며칠전까지만 해도 김 위원장은 이번 총선에 대한 역전의 자신감을 보였었다. 그는 지난 8일 총선을 일주일 앞둔 회견을 통해 “통합당이 4·15 총선에서 과반을 차지할 것으로 확신한다”고 했다. “대통령의 임기 중 이뤄진 총선 6번 중 여당은 한 번을 빼곤 이겨본 적이 없다”고도 했다.

미래통합당 경기 부천병 차명진 후보가 10일 오전 서울 영등포 중앙당사에서 열린 윤리위원회에 참석하기 위해 당사로 들어서고 있다. [연합]

어쨌든 사전투표가 개시되고, 총선까지 닷새 밖에 남지 않은 시점이 되면서 이처럼 두 사람의 그동안의 ‘과반 확신’ 발언에 그 결과가 주목을 받고 있는 것이다.

이런 가운데 이 대표와 김 위원장의 ‘질긴 인연’도 새삼 화제로 거론되고 있다. 정가에 따르면, 이 대표와 김 위원장의 첫 만남은 32년 전인 13대 총선(1988년)이었다. 김 위원장은 당시 여당인 민주정의당 후보로 관악을에 출마, 당시 평화민주당 후보였던 이 대표와 자웅을 겨뤘다. 하지만 이 대표에게 5000여표(4%포인트) 차이로 졌다. 이후 김 위원장은 지역구 선거에는 출마하지 않았고, 비례대표로만 다섯차례나 당선됐다. 비례대표의 길만 걸은 것이다.

둘의 인연 중 19대 총선이 있던 2016년은 ‘악연의 해’라고 할 수 있다. 김 위원장은 당시 민주당 비상대책위원회 대표였고, 총선 공천을 진두지휘했다. 김 위원장은 당시 ‘친노(친노무현)’ 세력을 대거 쳐내는데 치중했다는 말을 들었는데, 이때 이 대표는 컷오프(공천 배제) 당했다. 이 대표는 억울하다며 당시 탈당과 함께 무소속 출마를 선언했다. 그때 이 대표는 기자회견을 열고 “(내가 컷오프된 것에 대한) 이유와 근거가 없으며 도덕성이든, 경쟁력이든, 의정활동 평가든 합당한 명분이 없다”며 절대로 수긍할 수 없다고 했다. 그러면서 “저 이해찬은 불의에 타협하는 인생을 살지 않았으며 잠시 제 영혼 같은 더민주를 떠나려고 한다”고 했다. 무소속 당선 후 당당하게 당으로 돌아가겠다고 한 것이다. 이 대표는 세종시에서 무소속으로 당선됐고, 그리고는 당으로 돌아와 현재 당 대표를 하고 있는 것이다. 이때 민주당에 몸담았던 김 위원장은 이번엔 통합당 쪽으로 옮겨 새 무대에서 ‘경쟁자’가 된 것이다. 그러니 이 대표와 김 위원장의 인연은 질기고도 묘했고, 이번까지 합쳐 복잡한 실타래처럼 얽혀 있는 것이다.

“과반을 자신한다”고 했던 두 사람. 닷새후면 한 사람은 웃고, 한 사람은 울 것이다. 질긴 인연의 끝은 웃음과 울음의 교차점인가.

〈헤럴드경제 기자, 마케팅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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