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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n번방’ 사건 계기 함정수사 도입 논의…법무부는 ‘유보’
수사기관 남용 등 고려…당장 도입은 시기상조
검·경 “민간인 신고 의존한 수사, 여러 위험 안고 가야”
“마약범죄·성착취·조직범죄 한해 허용범위 넓혀야”
텔레그램 '박사방' 운영자 조주빈. 사진=이상섭 기자

[헤럴드경제=문재연 기자] 텔레그램에서 불법 성착취 동영상을 제작·유포한 사건을 계기로 디지털 성범죄를 단속하는 데에 함정수사 기법을 도입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오고 있다.

6일 여성단체 등에 따르면 법무부 ‘디지털 성범죄 대응 태스크포스(TF)’는 디지털 성범죄 수사에서 제한적으로 유인수사 기법의 활용을 법제화하는 등 제도개선책을 여성가족부와 협의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여가부는 아동·청소년 성보호에 관한 법률 개정안을 통해 유인수사 기법 도입 여부를 검토 중이다. 다만 법무부 관계자는 “구체적인 협의내용이나 결과를 밝힐 단계는 아니다”라고 했다.

디지털 성범죄에 대한 유인수사 도입 논의는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여가부는 지난 2013년 아청법 개정을 추진하면서 경찰의 유인수사를 허용하는 내용을 반영하려고 했다. 하지만 법무부는 당시 ‘유인수사는 수사기관의 권한을 필요 이상으로 강화하고, 국가가 범죄를 유발한다는 도덕적 모순점을 초래한다’며 반대입장을 밝혔다. 경찰이나 검찰이 마약범죄나 성매매 수사 실적을 높이기 위해 범죄를 저지를 의도가 없는 ‘협조자’를 도발해 범죄를 저지르게 할 수 있다는 것이다.

우리나라에서는 함정수사나 언더커버(위장잠입 수사) 등의 특별수사기법이 제한된 범위 내에서만 허용이 되고 있다. 대법원은 수사기관의 강권으로 수사협조자가 마약거래를 하며 빼내온 수사 자료를 증거로 인정하지 않고 있다. 다만 대법원은 지난 2017년 성매매나 마약거래를 목적으로 하지 않은 수사기관이 연락을 해 범죄자를 체포하는 것은 합법적인 함정수사로 인정했다.

문제는 제한된 함정수사의 경우, 조직적인 마약거래나 성착취 범죄 구조를 만들어낸 이른바 ‘수뇌’를 적발하는 데에 어려움이 있다는 점이다. 한 검찰 관계자는 “다단계나 조직적 마약범죄 등에서 유통업무를 하고 있는 사람은 조직 최하단에 있는 인물”이라며 “적발하더라도 처음으로 범죄 관계망을 만든 인물이 누구인지 밝혀내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승재현 형사정책연구원 연구위원도 “IP추적이 어려운 다크웹 등 고도화된 수법을 동원하고 있기 때문에 수사관이 직접 범죄조직에서 정보를 빼오지 않는 이상 추적이 어려운 부분이 있다”며 “공권력에 대한 신뢰가 보장된다는 전제 하에 적극 고려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최근 n번방 사건을 계기로 성착취 영상 이용자를 적발하기 위해 불법을 감수하고 자경단 활동을 하는 ‘주홍글씨’와 같은 사례를 남기지 않기 위해서라도 수사기관의 함정수사를 부분 허용해야 한다는 지적도 있다. 강력부 검사 출신의 한 변호사는 “주홍글씨가 수집한 증거는 적법성에 따라 증거배제가 될 가능성이 크다”며 “n번방의 불법성을 추적하기 위해 부득이 영상을 일부 소지한 행위도 처벌을 받을 수 있기 때문에 수사기관의 제한된 잠입을 허용하는 방안을 검토해볼 수 있다”고 했다.

앞서 지난달 23일 진선미 더불어민주당 의원의 주최로 열린 ‘텔레그램 n번방 처벌강화 긴급 간담회’에서 국회 입법조사처 최진응 뉴미디어 조사관은 “범죄자들을 적발하기 위해 함정수사 등을 할 수 있도록 입법요소가 필요하다”고 제안했다.

munjae@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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