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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갈라지는 유럽…EU외교수장 “코로나가 당긴 민족주의 방아쇠, 협력해야” vs 伊 “떠날 것”
조제프 보렐 EU 외교안보 고위대표
프로젝트신디케이트 기고서 호소
국경 재개방 등 4대 우선순위 거론
공동채권 발행 공회전 불만국 EU탈퇴 엄포
조제프 보렐 유럽연합(EU) 외교·안보 고위대표가 30일(현지시간) 전세계 유력인사들의 기고 전문매체인 프로젝트신디케이트에 ‘글로벌 팬데믹 전략을 위한 4가지 우선 순위’라는 글을 냈다. 각 국의 독자 행동이 아닌 협력을 통해 위기를 극복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로이터]

[헤럴드경제=홍성원 기자] 조제프 보렐〈사진〉 유럽연합(EU) 외교안보 고위대표는 30일(현지시간) “적(敵)이 민족주의적 반사작용이라는 방아쇠를 당겼지만, 국경을 넘는 협력만이 적을 이길 수 있다”고 강조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으로 큰 타격을 입고 있는 유럽에 단결을 호소한 것이다. 그러나 이탈리아 총리부터 반(反) EU 민족주의 정서 확산을 경고, EU를 코너로 몰고 있다.

보렐 대표는 이날 전세계 유력인사들의 기고 전문매체인 프로젝트신디케이트에 ‘글로벌 팬데믹 전략을 위한 4가지 우선순위’라는 제목의 글을 내고 코로나19를 세계 공통의 적으로 규정, “위기 땐 안쪽으로 움츠러들어 혼자 힘으로 꾸려 가려는 게 우리의 본능이지만 그렇게 하면 싸움이 더 오래가고 인명과 경제적 희생이 훨씬 커진다”고 말했다.

그는 “단합이 공허한 문구가 아니라는 걸 보여줄 때”라며 “코로나19는 국가나 시스템 사이의 전투가 아니다”라고 했다. 유럽을 비롯한 각 국이 코로나19로 국경을 봉쇄하고, 자국의 이익 확보에 몰두하는 상황이 확산하는 걸 우려하는 것으로 읽힌다.

보렐 대표는 프랑스와 오스트리아가 이탈리아에 마스크 300만개 이상을 보내고, 독일이 프랑스·이탈리아의 환자를 받아 치료하는 등 긍정적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고 소개했다. 코로나19 위기 초기엔 회원국이 각자 행동했다면, 이젠 EU를 중심으로 수렴하는 단계에 들어섰다는 진단이다.

그는 “앞으로 어떤 변화가 닥칠지 모르지만, EU는 통일된 상태로 남아 중국·미국과 팬데믹에 대응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4가지 우선 순위를 거론했다. 구체적으로 코로나19 치료제와 백신 생산을 위한 자원을 모은 뒤 공익을 위해 사용하고, 재정 통화 부양책을 조율해 경제 피해를 최소화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아울러 보건 당국이 허가하면 언제라도 잘 조율화 국경을 재개방할 계획을 세워야 하고, 허위정보에도 대응해야 한다는 내용을 담았다.

보렐 대표는 아울러 시리아·예멘·아프가니스탄 등 분쟁지역과 보건 환경이 열악한 아프리카에 대한 금융 지원 등을 각 국 중앙은행이 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그는 “세계가 처음엔 조화롭지 못한 방법으로 위기를 맞았고, 많은 나라가 경고도 무시하고 독자적으로 행동했다”며 “위기를 벗어나는 유일한 방법은 함께 하는 것이라는 게 확실하다”고 강조했다.

보렐 대표의 이런 당부는 그러나 일부 유럽국가엔 현재로선 먹히지 않는 걸로 보인다. 코로나19 최대 피해국인 이탈리아의 주세페 콘테 총리는 이날 스페인 유력 일간지 ‘엘파이스’와 인터뷰에서 “EU가 현재의 위기에 제대로 대처하지 못하면 이탈리아는 물론 스페인과 그 외 국가에서 민족주의 감정이 훨씬 강해질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누구도 EU에 각 국 고유의 채무를 떠안아 달라고 요구하지 않는다”며 “코로나19는 대칭적 위기이고, 유럽 공통의 공동채권을 발행할 시점”이라고 강조했다.

EU회원국 가운데 잘 사는 나라와 그렇지 않은 국가간 공동채권을 놓고 찬반이 갈려 결론을 내지 못한 상황에 불만을 드러낸 걸로 분석된다. 일명 ‘코로나 본드’로 불리는 공동채권은 2010년 유로존 재정위기 때 거론된 ‘유로본드’와 유사한 개념이다. EU차원의 공채로, 회원국이 공동지급 보증하는 방식이다. 한 번도 현실화한 적은 없다. 이탈리아의 우파 민족주의 세력은 이를 성토, EU탈퇴를 공공연하게 거론하고 있다.

hongi@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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