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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김영상의 오지랖] ‘황교안 패’는 뻔한데 ‘김종인 패’는 모르겠다
김종인 전 대표, 미래통합당 선거사령탑 맡기로
‘황교안의 삼고초려’ 성공…4·15총선 변수 주목
“히든카드 있을것” vs “뒤늦은 합류라 효과 없어”
‘박근혜·문재인 킹메이커’였던 이 행보에 시선들
민주당 측 “철새 이미지라 파급력 없을 것” 폄하
과연 김종인은 무슨 생각에 등판했는지 궁금해
미래통합당 황교안 대표가 지난 26일 김종인 전 더불어민주당 비상대책위원회 대표 자택을 방문, 인사하고 있다. 김 전 대표는 이날 미래통합당 총괄 선대위원장직을 수락했다. [연합]

김종인 전 더불어민주당 비상대책위원회 대표가 미래통합당의 총괄선거대책위원장을 맡기로 했다. 황교안 통합당 대표의 ‘삼고초려’가 성공한 것이다. 황 대표는 그동안 ‘김종인 모시기’에 공을 들여왔다. 김 전 대표 역시 통합당 합류를 원하는 태도를 취하면서 ‘영입’ 직전까지 간 바 있다. 하지만 김 전 대표가 김형오 전 공천관리위원장의 공천을 비판하고, 특히 태영호 전 영국주재 북한공사의 전략 공천과 관련해 “국가적 망신”이라고 하자 당내에서 잡음이 일면서 그가 “없던 일로 하자”고 해서 무산된 것이다. 그러다가 선거를 20여일도 채 남지 않은 시점에서 황 대표의 “선대위원장을 맡아달라”는 간곡한 요청에 김 전 대표가 수락한 것이다. 그러니 야구로 따지면, 총선을 앞둔 막판 ‘선대위원장 등판’인 셈이다. 황 대표는 ‘구원투수’가 필요했고, 김 전 대표는 “정 그렇게 내가 필요하다면 등판하겠다”는 모양새를 취한 것이다.

실제로 조선비즈가 김 전 대표측 관계자에 취재한 내용에 따르면, 지난 26일 오전 10시쯤 황 대표는 김 전 대표의 서울 종로구 구기동 자택을 찾아 “문재인 대통령의 폭정을 막기 위해 힘을 보태달라”며 당 선거를 총지휘하는 선대위원장을 맡아줄 것을 요청했다. 이에 김 전 대표가 고심끝에 승락 입장을 전했다고 한다. 황 대표는 앞서도 여러차례 김 전 대표에게 당 선대위원장을 맡아달라고 요청했고 과거에 한차례 집을 방문한 적 있는데, 이날은 특히 간곡하게 요청을 했다고 한다. 이 관계자는 “황 대표가 자신을 낮추는 자세로 설득했기 때문에 김 전 대표의 마음도 움직였던 것 같다”고 했다.

황 대표의 김 전 대표 집 방문 직후, 통합당의 박형준 공동선거대책위원장과 신세돈 공동선거대책위원장은 국회에서 브리핑을 갖고 “오늘 오전에 김 전 대표께서 통합당 선대위에 합류키로 결정하셨다”며 김 전 대표 영입 사실을 공개했다. 김 전 대표의 총괄선대위원장으로서의 업무는 오는 29일부터 공식적으로 시작되는 것으로 알려졌다.

여기까지의 스토리는 굳이 머리를 쓰면서 ‘복기’하지 않아도 한눈에 그려진다. 황 대표를 비롯해 통합당 선거 지도부가 이날 오전에 부리나케 움직인 이유는 삼척동자라고 해도 알수 있을 것이다. 총선 승리가 급한 통합당의 긴급처방책이니 말이다. 이날 오전 상황을 돌아보면 한마디로 이렇게 정리된다. 자존심에 세다는 평가를 받고 있는 황 대표는 몸을 최대한 굽히면서 선대위원장을 맡아달라고 김 전 대표에 부탁했고, 김 전 대표는 “그렇게까지 황 대표께서 원하신다면…”이라는 제스처를 취하면서 그 직을 수락한 것이다. 그리고 통합당 선거 지도부는 ‘김종인 영입’ 사실을 즉각 공개하면서 그 시너지 효과를 극대화시키려 한 것이다.

제21대 총선에서 서울 종로구에 출마하는 미래통합당 황교안 대표가 지난 26일 종로구 종묘광장공원 입구에서 복지 공약을 발표하고 있다. [연합]

내가 헷갈리는 것은 ‘황교안의 패’는 확연히 보이는데, ‘김종인의 패’는 도통 알 수가 없다는 점이다.

황 대표의 노림수는 명확해 보인다. 이번 총선 지휘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황 대표로선 여야를 넘나들며 선거를 승리한 경험을 갖고 있는 김 전 대표의 노하우가 절실하게 필요했을 것이다. 여당의 ‘거물’인 이낙연 전 국무총리를 상대로 종로 선거에 올인해야 하는 입장에서 본인이 선거 총괄 지휘까지 맡는다는 것은 정신적으로나 육체적으로나 큰 부담이다. 선거 전략 총괄 역할을 김 전 대표에 일임함으로써 자신은 종로 선거에만 주력할 수 있게 된 것이다. 박근혜 전 대통령과 문재인 대통령 당선에 일조하며 ‘킹메이커’ 소리를 들은 김 전 대표, 여야를 넘나들며 선거 승리를 일군 바 있는 김 전 대표는 분명 통합당의 4·15 총선에 꼭 필요한 인물이라고 여겨 과감히 총괄선대위원장으로 영입했을 것이다. 김 전 대표가 보수나 진보를 왔다갔다 하며 ‘철새 행보’를 하고 있다는 비판을 받고 있는 인물이긴 하지만, ‘김종인 만한 인물이 없다’는 판단 속에 총선에 도움이 된다면 황 대표로선 이를 따질 이유는 없었을 것이다.

특히 황 대표로선 통합당이 선거에서 패할때의 본인 리스크를 감소시키는 효과를 염두에 뒀을 수 있다. 정치권 관계자는 “황 대표가 자신이 선거를 총괄했을때, 그리고 통합당이 의미있는 결과를 내지 못했을때의 책임 논란을 김 전 대표에 돌리면서 일부 희석시킬 수 있다고 여길 수 있다”며 “김 전 대표를 선거 총괄로 내세운 이유 중 하나로 본다”고 했다. 만약 통합당이 총선에서 패할경우 혹시라도 있을 대표 사퇴 압력을 “총선 전체의 책임은 총괄선대위원장”이라며 일부 희석시킬 수 있는 장치가 황 대표 입장에선 ‘김종인 카드’라는 것이다. 이런 점에서 ‘황교안의 패’는 어찌보면 손으로 가릴 필요가 없을 정도로 안팎에 공개됐다고 볼 수 있다.

그렇다면 김 전 대표는 무슨 생각으로 통합당 총괄선대위원장 직을 수락한 것일까. 거기에 대한 시각은 다양하지만, 현재로선 어디까지나 추측일 뿐이다.

다 알다시피, 김 전 대표는 선거에 관한한 만만찮은 내공을 입증한 인물이다. 그는 2012년 새누리당(미래통합당의 전신) 국민행복추진위원장 겸 경제민주화추진단장을 맡았고 19대 총선과 18대 대선 승리를 견인했다. 이때는 보수진영에 몸담은 인사였다. 하지만 박근혜 전 대통령과의 정책 트러블을 보이며 20대 총선에선 민주당 쪽으로 이적했다. 그는 2016년 총선에서 문재인 당시 당 대표의 삼고초려로 선거 지휘봉을 잡았고 민주당을 제1당으로 올려세웠다. 그러나 민주당에서도 그를 둘러싼 갈등은 계속 됐고, 결국 1년도 채 되지 않아 당을 떠날 수 밖에 없었다. 이에 김 전 대표에겐 보수와 진보를 넘나드는 ‘뭔가의 비책’이 있다는 평가가 뒤따르면서도 진보와 보수를 왔다갔다 한다는 부정적인 철새 이미지도 씌워진 게 사실이다. 총선 승리나 킹메이커 역할을 했는데도, 결과적으로 상은 커녕 푸대접을 받은게 본인으로선 억울했을까. 김 전 대표는 최근 회고록을 펴냈는데, 박 전 대통령과 문 대통령 모두를 비판했다. 그는 회고록에서 “어쩌면 나는 국민 앞에 두번 사과해야 한다. 하나는 박근혜정부가 태어날 수 있도록 했던 일이고, 다른 하나는 문재인정부가 태어날 수 있도록 했던 일”이라고 썼다. 두 정부 탄생의 일등공신이었던 자신의 일에 후회한다는 의미가 녹아있다.

미래통합당 박형준(왼쪽), 신세돈 공동선대위원장이 지난 26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김종인 전 더불어민주당 비상대책위원회 대표를 총괄 선거대책위원장으로 영입한다는 내용의 브리핑을 하고 있다. [연합]

이 대목에서 김 전 대표가 이번엔 통합당 쪽으로 몸을 움직인 것에 대한 유추의 단초를 발견할 수 있다. 그로선 두 정부 탄생 일조에 대한 후회, 그리고 그것을 바로잡고 싶다는 심리가 발동했다는 얘기가 나온다. 고령인 그가 이것의 마지막 기회로 여겼다는 것이다. 김 전 대표의 행보에 대해 세간에서 ‘복수혈전’이라는 단어가 거론된 것은 이와 무관치 않아 보인다. 익명을 요구한 정치평론가는 “선거에서 승리한 경험이 있는 이들은 대체로 ‘선거병’이 있다. 그게 좋든 나쁘든 중요한 게 아니고, 김 전 대표 정도의 선거승리 경험이 있는 이는 반드시 선거에 끼고 싶다는 생각을 갖게 되는 법”이라고 했다.

김 전 대표의 총선 막판 등판에는 긍정론과 부정론으로 나뉜다. 긍정론은 당연히 통합당 쪽에서 제기된다. 통합당 관계자는 “경제 전문가로서, 그리고 선거 전문가로서 김 전 대표에겐 ‘히든 카드’가 있을 것”이라며 “민주당 약점을 잘 알고 있는 그이기에 판세를 뒤흔들 한방을 기대하고 있는 것은 사실”이라고 했다. 김 전 대표 역시 뭔가를 준비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국민일보에 따르면 김 전 대표에게 ‘총선 필승 카드가 있느냐’는 질문에 “지금 메시지를 낸다면 아무런 재미가 없다”고 했다고 한다. 두고 봐달라는 뜻이다.

민주당 쪽에선 부정론으로 일관한다. 총선이 20여일도 남지 않은 상황에서 민주당에 타격을 줄 ‘김종인 카드’는 없을 것으로 본다. 민주당 관계자는 “황 대표나 통합당 쪽에서 워낙 급하니까 김종인 영입을 하긴 했지만, 그 폭발력에 대해선 의문이며 오히려 자충수로 생각한다”며 “유권자들의 눈높이가 한층 높아졌는데, 여기저기 왔다갔다 한 김 전 대표를 좋게 보겠는가”라고 했다.

암튼 통합당은 구원투수로 김 전 대표를 택했고, 한동안 머뭇거리다가 그 역시 ‘등판의 칼’을 갈고 있다. 황 대표와 통합당의 ‘김종인 카드’는 총선에서 막판 위력을 발휘할까, 아니면 힘도 써보지 못한채 퇴장하는 불발탄으로 기록될까. 20여일 후면 ‘김종인 패’의 결과물을 확인할 수 있을 것이다.

〈헤럴드경제 기자, 마케팅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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