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래통합당 황교안 대표가 12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안경을 고쳐 쓰고 있다. [연합]

[헤럴드경제=이원율 기자] 황교안 미래통합당 대표가 12일 당 공천관리위원회를 향해 공천 결과 일부 재검토를 공식 요청했다.

당 안팎에선 공천 일부 재조정을 등판 조건으로 한 김종인 전 더불어민주당 비상대책위 대표를 선거대책위원장으로 임명하기 위한 사전 작업이 아니냐는 말이 돌고 있다. 그럴 시 김 전 대표의 조건에 비토 뜻을 밝힌 공관위와의 갈등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4·15 총선 티켓을 쥐지 못한 친황(친황교안)계 일부의 생환도 점쳐진다.

황 대표는 이날 국회에서 열린 당 최고위원회의에서 “현재 진행되는 공천을 놓고 일부 잡음이 일고 있다”며 “당 안팎에서 거듭 문제가 나오는 일을 보고, 공관위의 결정 일부를 재검토해야 한다는 생각을 했다”고 했다. 이어 “공관위가 그간 많은 노력을 했지만, 내부 반발과 불공정 사례에 대한 지적이 적지 않은 상황”이라며 “모든 공천이 완벽할 수 없다 해도 총선 때 뜻을 모아 압승하기 위해선 일부 조정이 있어야 한다고 본다”고 재차 주장했다. 그러면서 김형오 공관위원장과 공관위원들을 언급, “당의 입장을 열린 마음으로 적극 검토해주길 바란다”고 강조했다.

김종인 전 더불어민주당 비상대책위 대표. [연합]

김형오 미래통합당 공천관리위원장. [연합]

황 대표의 요청이긴 하지만, 공관위가 이를 온전히 받아들일지는 미지수다.

특히 공관위는 황 대표의 이번 요청에 김 전 대표의 뜻이 있다고 판단될 시 곧이곧대로 협조하지 않을 가능성이 크다. 김 전 대표와 김 위원장 간 물밑 신경전이 수면으로 떠오를 수 있다는 이야기다. 이석연 공관위 부위원장은 이날 통화에서 “(김 전 대표의 조건은)상식적으로 이해가 가지 않는다”며 “공관위는 김 전 대표의 조건과 상관없이 공천 작업을 마무리하겠다”고 했다. 이어 “선대위는 (선거)총괄 업무만 하면 될 일”이라며 “우리는 절차에 맞춰 업무를 진행하겠다”고 설명했다. 또 다른 공관위 관계자도 “김 전 대표의 말은 당헌당규와 배치되는 주장”이라고 했다.

앞서 김 전 대표는 최근 황 대표를 향해 수도권 일부 지역의 공천 결과를 놓고 “이렇게 하면 선거에 이길 수 없다”는 뜻을 전한 것으로 알려졌다. 김 전 대표는 구체적으로 태영호 전 영국 주재 북한대사관 공사가 낙점된 서울 강남갑, 최홍 전 ING자산운용 대표가 확정된 강남을 등을 말했다고 한다. 모두 김 위원장이 적극 민 것으로 알려진 인사다. 김 전 대표는 조정이 없을 시 선대위원장을 맡을 수 없다는 뜻도 밝힌 것으로 전해진다. 이에 대해 김 위원장도 전날 기자간담회를 열고 “선대위는 공천 문제에 관여할 수 없다”고 선을 그었다.

다만 공관위 측은 김 전 대표의 의중과는 상관없는 요청으로 판단될 시 절차에 따라 논의를 하겠다는 입장이다.

황 대표의 이번 요청으로 공천배제(컷오프)된 중진과 친황계 인사 등이 얼마나 생환할지도 주목된다. 현재 이주영(5선)·권성동(3선) 의원 등이 공관위의 컷오프에 반발해 재심을 요구 중이다. 대표적인 친황계로 꼽힌 민경욱(초선) 의원과 ‘전략통’ 원영섭 조직부총장, 김우석 정무특보 등도 고배를 든 상황이다.

통합당 관계자는 “이미 안이 결정된 만큼 대폭 수정은 불가능할 것”이라며 “황 대표와 김 위원장, 또 필요하다면 김 전 대표까지 나서 모두 접점을 찾는 선에서 (조정을)마무리할 것 같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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