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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페미니즘 복면토크] “성 차별 없애려면 여자도 군대 가야죠”
공평하게 반반 부담하는 결혼 계약서 써보니…女는 한장 빼곡, 男 두세줄
男에 한정된 군 복무 의무는 차별…‘女 군복무’ 에 전원 찬성도
[23일 서울 신촌에서 열린 페미니즘 '복면 토론회'에 20대 남녀 4명이 참석해 토론을 펼쳤다. 김유진 기자/kacew@heraldcorp.com

[헤럴드경제=김유진·성기윤 기자] 남녀 성갈등이 첨예하다. 첨예하다 못해 과도하다. 단순 술자리 시비(이수역 폭행사건)도 ‘남자 vs 여자’ 구도가 추가되면 사회적 이슈가 되고, 취객이 여자경찰을 밀어낸(대림동 여경사건) 사건 역시 ‘남녀 프레임’이 적용되면 삽시간에 ‘여경무용론’으로 확장된다. ‘홍대몰카 사건’은 수천명의 여성을 혜화역으로 몰려나오게 만들었고, 현장에 등장한 ‘모든 한국남자는 범죄자다’란 피켓은 남성들의 ‘반페미 정서’에 불을 지폈다. 리얼미터가 지난해 12월 전국 1018명을 상대로 '우리 사회의 가장 심각한 갈등'을 묻자, 20대 응답자의 과반이 넘는 57%가 '성 갈등'을 꼽았을 정도다.

헤럴드경제는 성 갈등을 둘러싼 20대 남녀 대학생들의 시각차를 진단키 위한 페미니즘 ‘복면 토론회’를 개최했다. 지난 23일 서울 신촌에 모인 참석자들은 일체의 통성명을 생략한 채 여성·결혼·군대 등 민감한 주제로 블라인드 토론에 나섰다. 다음은 이날 참석한 20대 남녀 대학생 4인의 대담. 참석자는 각각 랫서판다(22·女·동국대), 핑크팬더(25·男·고려대), 쿵푸판다(24·男남·서울대), 블랙팬서(21·女·고려대)로 구분했다.

▶ ‘반반(半半) 결혼’…신혼집 반씩 부담하면 임신·출산은 어떻게? =

공평한 결혼생활에 대해 이야기하자 남녀 대학생의 시각차는 두드러졌다. 참가자 네명에게 공평하게 반씩 부담하는 결혼생활은 무엇인지 계약서 형태로 작성해보도록 제안했더니, 여성 토론자인 블랙팬서와 랫서판다는 한 페이지를 빼곡하게 채웠고 남성 토론자인 쿵푸판다와 핑크팬더는 두세줄로 끝냈다.

블랙팬서(女)=집은 남자가 해와야 한다는 구닥다리 생각은 없어졌으면 한다. 공평하게 ‘1:1부담’이 이상적이다. 육아나 가사는 둘중 근무시간이 적은 사람이 더 하는 것이 맞다. 그리고 효도는 셀프고 본인 부모님에게의 효도는 본인 몫이라고 생각한다.

랫서판다(女)=반반 결혼이라는 말은 남자 혼자 결혼 비용을 혼자 부담하기 힘드니 여성도 같이 부담하자면서 나왔다. 여성들은 경제적 부담이 늘어나는 만큼 육아, 출산, 가사노동에 대한 부담을 줄이길 원한다. 본인 좋은 일만하고 다른 부분에서 책임을 회피하면 반발이 클 수밖에 없다.

핑크팬더(男)=어떻게 하는게 공평한 반반인지는 서로 합의하는 내용에 따라 사안별로 달라질 것 같다. 결혼서약 할 때 많이하는 얘기가 검은 머리 파뿌리 될 때까지 같이 하자는 건데, 서로 희생하기 싫다는 생각만 하고 모든 면에서 반반을 따지면 계약이란 의미만 남는 것 아닌가.

쿵푸판다(男)=며늘아기라는 웹툰을 보니, 사위는 처가집에 가면 손님이지만 며느리는 시가에 가도 일 하는 사람이라고 하더라. 같이 살면서 닥쳐올 수많은 문제에 미리 얘기하고 계약서로 쓰는 것까지도 좋다. 그렇지만 계약서 없으면 못살 사람들 같으면 헤어지는 게 낫다.

[여성 대학생 참석자가 생각한 반반(半半) 결혼의 조건(상단), 남성 대학생 참석자가 생각한 반반(半半) 결혼의 조건(하단). 작성 분량부터 내용까지 현저한 차이가 나타났다. 성기윤 기자/skysung@heraldcopr.com]

▶군복무 의무는 남성에게만 주어져야 하는가? 만장일치 NO = 군복무 문제에 있어서는 만장일치 여론이 나왔다. 남성만이 군역의 의무를 지는 것은 차별이며 여성도 군역의 의무를 질 수 있다는 중론이 나왔다.

블랙팬서(女)= 남성만 군역의 의무를 지는 것은 두 성별모두에게 차별이다. 여자들이 전반적으로 신체능력은 약할 수 있지만, 어떤 형태로든 수행할 수 있는 부분은 있을 것이다.

쿵푸판다(男)=남자만 군대에 간다는 건 남자만 시민으로 인정한다는 의미도 된다. 성 차별을 다 없애려면 군복무도 성별 구분 없이 해야 한다.

핑크팬더(男)=차별이다. 인구수가 줄어들고 복무 기간도 줄어들고 있다보니 결국엔 성별과 관계없이 군 복무를 해야 할 필요성이 생겼다.

랫서판다(女)=1등 시민으로서의 권리를 갖게 된다면, 군역의 의무도 당연히 져야 한다. 지금 당장은 아니다. 의무를 부여하기 전에 권리가 먼저 와야 한다.

▶한국사회는 여성이 살기 편한 사회인가? YES 1 NO 3

핑크팬더(男)=YES. 여성이 스스로의 의지로 직업을 갖고, 결혼을 하고, 아이를 기를 수 있는데 왜 살기 불편하다는 것인가. 여자는 안 된다는 생각이 여성들의 발목을 잡고 있다. 개인의 선택권은 얼마든지 보장돼 있지않나.

랫서판다(女)= NO. 여성들이 야망이 없고 권력욕이 없도록 태어나서 기회가 있는데도 쟁취하지 않는 것으로 보이나. 도전하지 않게 하는 사회적 분위기 자체가 억압이다. 학생회 선거에 여자로만 구성된 선본으로 출마했더니 ‘암탉이 울면 나라가 망한다’고 적은 개표용지가 나오더라.

쿵푸판다(男)= NO. 여동생만 봐도 여자라서 살기 편하다는 생각은 들지 않는다. 나는 새벽 2시에 들어와도 부모님이 혼내지 않지만, 여동생이 새벽 4~5시까지 돌아다닌다고 하면 걱정이 된다. 워낙 여성대상 성범죄가 많다보니 여자들은 활동시간에도 제약을 받는 거다.

블랙팬서(女)=NO. 남성들이 군대에서 보내는 시간과 노력은 인정한다. 하지만 여성들이 21개월 동안 준비한 어떤 스펙으로도 그 간극을 극복하기 어렵다면 문제 아닌가.

[23일 열린 복면토론회에서 토론에 집중하는 참가자들의 모습. 성기윤 기자/skysung@heraldcorp.com]

▶워마드식 페미니즘도 페미니즘 운동일까? YES 3 NO 1

핑크팬더(男)=NO. 워마드는 사회운동을 하기보다는 남성을 잠재적 가해자로 보고 남성에 대한 증오와 적개심을 표출하는 집단이다.

쿵푸판다(男)=YES 일베하는 남자를 남자가 아니라고 할 수는 없으니까. 워마드도 페미니즘은 페미니즘이다. 그렇지만 그렇게 극단적인 이야기를 해서 생활 속 운동이 될 수 있을까.

블랙팬서(女)=YES. 워마드도 래디컬한 페미니즘 운동이다. 하지만 제가 생각하는 페미니즘과 워마드가 생각하는 페미니즘에는 다른 부분이 존재한다.

랫서판다(女)=YES. 페미니즘에 여러 갈래가 있을 수 있다. 워마드의 공격성은 성 별적 경험에 대한 분노의 맥락에서 나왔다. 워마드의 극단적 남성 비하는 윤리적 문제가 있다는 점도 동시에 인정한다.

▶“나는 성 갈등이 ‘이것’ 때문에 발생한다고 생각한다” = 2시간여 토론을 마친 참가자들에게 성 갈등의 원인에 대해 물었다.

쿵푸판다(男)=유사 균열. 인터넷 상의 남녀 갈등은 사실 찻잔 속의 태풍 같은 것 아닌가. 국가와 시스템이 결혼·육아·출산 등에서 비롯되는 갈등을 제대로 해결해주지 못할 때, 제대로 된 대상을 상대로 요구하고 싸워야 하지 않겠나.

랫서판다(女)= 억압. 여성들이 차별을 겪고 있을 때 기득권층이 같이 해결했다면 이 정도까지 오지 않았을 것이다.

블랙팬서(女)= 유교문화. 21세기 맞지 않게 정체돼있는 관념들이 바뀌지 않고 그대로 남아있어서다.

핑크팬더(男)=감사하지 않음. 사회가 주는 이로움 편안함에 대한 감사함이 없어서 서로 남탓만 하고 있다. 세상을 살기 좋아지는데 성 갈등만 심화되고 있다.

kacew@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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