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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과학과 예술, “분야를 분리하지 않는 수평적 사고가 경계 넘는 핵심"
-김윤철 작가-김민정 큐레이터 특별 대담
-"융복합, 탈경계 아닌 또 하나의 분류...분류 대신 수평적 사고 가져야"
-"다른 접근 이해하는 소통 필수"
-"AI 그림 예술적 평가 어려워...우주와 예술의 결합도 흥미"

[헤럴드경제-박세정·채상우 기자, 박상현·김민지·김용재 인턴기자] “사람들은 과학과 예술, 기술과 인간사가 분리됐다고 생각하지만 실제 세계는 모두 얽혀있습니다. 과학과 예술을 분리하는 사고를 버리고 수평적으로 접근하는 것이 경계를 넘는 핵심입니다"

김윤철 미디어 아티스트(작가)는 지난 10일 서울 중구 장충동 신라호텔에서 헤럴드 주최로 열린 ‘이노베이트 코리아(Innovate Korea) 2019’ 포럼 특별대담에 참석해 과학과 예술의 만남에 대해 이같이 역설했다.

올해 포럼 주제 ‘경계를 넘어서(Beyond Boundaries)’에 맞춰 특별대담은 과학과 예술의 분야별 벽을 허무는 다양한 시도를 조망하기 위해 ‘과학과 예술: 선을 넘다’는 주제로 진행됐다.

유럽 물리입자연구소(CERN)가 1년에 단 한명의 예술가에게 수여하는 콜라이드상을 수상한 김 작가와 김민정 바라캇 컨템포러리 큐레이터가 대담자로 나섰다.

◆융복합도 또하나의 경계...'분리'의 사고 버려야= 대담에 앞서 20분간 자신의 작품 설명 시간을 통해 김 작가는 분야를 넘나드는 '융복합'이 최근 화두가 됐지만, 그것이 근본적인 '탈경계'가 될 수는 없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그는 "사람들은 과학과 미술, 미술도 조각, 페인팅 등으로 세분화시키는데 이 분리가 경계를 넘는 사고를 막는다"며 "융복합이라는 새 학문을 탄생시켰지만 이 역시 경계를 합치는 것이 아니라 또 하나의 분류를 만드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그는 "학제로 분리해 접근하는 것이 아니라 우리 주변의 모든 것을 하나의 수평선에 놓고 경계를 구분짓지 않는 사고가 중요하다"고 말했다.

김 작가는 '탈경계'를 실천한 대표적인 인물로 조선시대 화가 윤두서를 소개했다.

그는 "윤두서 화가 자화상에 표현된 수염은 당시 붓으로는 절대 표현할 수 없는 세밀함이 있다"며 "이 수염을 표현하기 위해 윤 화가는 쥐의 수염을 모아 붓으로 만드는 아이디어를 생각해냈다"고 설명했다.

이어 "윤 화가는 같은 쥐 중에서도 잡식보다 동일한 먹이를 먹는 쥐의 수염이 훨씬 좋다는 것을 발견해 쌀만 먹는 바닷가 식량창고의 쥐만 잡아 붓으로 만들었다"며 "조선시대 세밀한 그림은 융복합 경계를 넘는 예술가의 상상과 사고를 통해 탄생할 수 있었던 것"이라고 강조했다.

하나의 사안에 대해 과학과 예술의 서로 다른 접근을 이해하는 소통도 필수적인 요소로 꼽았다.

김 작가는 "모나리자를 보고 화가는 피부톤과 색상을 감탄하는 반면, 화학자는 광물의 속성 때문에 색상이 변했다고 이야기한다"며 "예술과 기술의 다른 분류와 접근 때문에 발생하는 경계를 허물기 위해서 활발한 소통이 필요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실패를 통해 과학과 예술의 경계 허물다= 이어진 본격적인 대담에서 김 작가는 과학과 예술을 접목하면서 경험한 크고 작은 실패를 들려줬다.

김 작가는 국내 최초로 유럽 물리입자연구소가 예술가에게 수여하는 세계적 명성의 콜라이드상을 수상한 작품을 만든 일을 이야기했다.

그는 "액체패널을 활용한 프로토타입 작품을 만들었는데 압력으로 인해 전시장에서 작품이 터지고 말았다"며 "압력에 대한 이해가 부족했다. 아이러니 하게 나중에 그 작품으로 콜라이드상을 수상했다"고 말했다.

작가의 별명이 '연금술사'로 불리게 된 이유에 대해 김 작가는 "예술가와 연금술은 일맥상통한 데서 나온 것 같다"고 설명했다.

이어 "연금술사가 진정 원했던 건 본인들 스스로가 금이 되고 싶었던 것"이라며 "예술가 역시 본인들이 변화하고 싶은 무엇인가가 있다. 배우는 연기를 통해 무엇인가가 되고 싶어하고 예술가들은 작품을 통해 스스로 그 대상이 되고자 한다. 그런 차원에서 보면 연금술사와 예술가는 관통한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보통 시와 음악에서 (작품의) 영감을 얻는다"고 답했다.

김 작가는 특히 "시를 좋아해 모든 작품을 시에서 영감을 받는다"며 "소리를 시각화하는 과정을 통해 작품을 만들곤 한다. 시각 예술에서 받는 것보다 시나 음악에서 받는 레퍼런스가 많다"고 답했다.

객석에서도 질문이 이어졌다.

인공지능(AI)이 화가의 그림보다 뛰어난 작품을 만들수 있느냐는 청중의 질문에 김 작가는 "AI의 창의성을 평가하기는 쉽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AI에게 데이터가 중요하지만 예술은 조금 다른 문제"라며 "예술은 AI가 정답을 줘도 받아들이는 사람이 싫으면 싫은 것이다. 예술은 끊없는 변동성이 발생하기 때문에 단순히 데이터를 기반으로 한 결과물을 예술의 관점에서 평가하기는 쉽지 않을 것"이라고 언급했다.

우주와 예술의 결합 가능성을 묻는 질문에 김 작가는 "우주와 관련된 작품에도 관심이 있다"고 언급했다.

이어 "제가 주로 싸우는 게 중력과의 문제"라며 "실험 장치를 만들 때 무중력상태로 한다던지 등 최대한 중력에서 벗어난 상태를 보고 싶을 때가 있다. 그런 기회가 있다면 흥미로운 도전이 될 것"이라고 답변했다.

sjpark@heraldcorp.com

김윤철 미디어아티스트와 김민정 바라캇 서울 갤러리 큐레이터(왼편)가 10일 서울 중구 장충동 신라호텔 다이너스티룸에서 열린 '2019 이노베이트 코리아(Innovate Korea)'에서 '과학과 예술:선을 넘다'의 주제로 대담을하고 있다. 이상섭 기자 babtong@heraldcorp.com
김윤철 미디어아티스트와 김민정 바라캇 서울 갤러리 큐레이터(왼편)가 10일 서울 중구 장충동 신라호텔 다이너스티룸에서 열린 '2019 이노베이트 코리아(Innovate Korea)'에서 '과학과 예술:선을 넘다'의 주제로 대담을하고 있다. 이상섭 기자 babtong@heraldcorp.com
10일 서울 중구 장충동 신라호텔에서 열린 '이노베이트 코리아(Innovate Korea) 2019' 포럼에서 김윤철 미디어아티스트의 '과학과 예술: 선을 넘다'를 주제로 실시된 특별대담에서 관객이 질문을 하고 있다. 박해묵기자 mook@heraldcorp.com

10일 서울 중구 장충동 신라호텔에서 열린 '이노베이트 코리아(Innovate Korea) 2019' 포럼에서 김윤철 미디어아티스트의 '과학과 예술: 선을 넘다'를 주제로 실시된 특별대담에서 관객이 질문을 하고 있다. 박해묵 기자 mook@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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