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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주열 “물가보다 실물지표 본다”…7월 금리인상 힘받나
한ㆍ일 통화스와프 재개 논의 가능성 긍정 평가

[마닐라(필리핀)=강승연 기자]이주열 한국은행 총재가 기준금리 인상 여건을 판단할 때 실물지표를 물가보다 우선해 보고 있다고 밝혔다. 전 세계적으로 고착화된 저물가에 대해서는 크게 우려할 상황이 아니라고 보고 경기 회복세를 중심으로 통화정책을 펴나가겠다는 뜻이다. 이에 따라 최근 소비와 수출이 호조를 보이는 상황에서 한은이 조만간 기준금리를 올리는 것 아니냐는 관측에 무게가 실리게 됐다.

이 총재는 제21차 ASEAN+3(한ㆍ중ㆍ일) 재무장관ㆍ중앙은행총재 회의 참석차 필리핀을 방문한 4일(현지시간) 저녁 출입기자들과 만찬간담회를 갖고 금리정책과 관련 실물지표를 가장 예의주시하며 보고 있다며 이같이 말했다.

이 총재는 현재 물가가 크게 우려할 상황이 아니라면서 “물가보다 실물지표를 조금 더 신경 쓰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 중에서도 소비, 투자, 관광객, 고용, 수출 등의 지표들을 주의 깊게 보고 있다고 덧붙였다.

한은은 올해 하반기 물가가 1%대 후반으로 오르지만 목표치인 2%를 하회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한은의 통화정책을 결정하는 금융통화위원회 내부에서는 저물가 때문에 기준금리 인상이 어렵다는 견해가 일부 있었다.

이 총재의 이날 발언은 금리인상 여건을 판단할 때 고착화된 물가보다 경기를 우선적으로 보겠다는 의미로, 향후 경기 회복세에 따라 기준금리를 인상할 수 있음을 시사하는 것으로 풀이된다. 시장에서는 6월 미국 금리인상 가능성, 수출과 소비, 건설ㆍ설비투자 등의 호조 등을 근거로 7월에 금리를 올릴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다만 실물 경기에는 불확실성이 있는 만큼 현 시점에서 향후에 기준금리를 올릴 수 있다고 확언하기는 어렵다는 게 이 총재의 입장이다.
제21차 ASEAN+3(한ㆍ중ㆍ일) 재무장관ㆍ중앙은행총재 회의 참석차 필리핀을 방문한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가 4일(현지시간) 저녁 마닐라의 한 음식점에서 기자간담회를 갖고 주요 현안에 대해 얘기하고 있다. [사진제공=한국은행]

일본과의 통화스와프 재개 가능성에 대해서도 언급했다.

이 총재는 “일본과의 통화스와프 재개를 위해 노력할 생각이고, 앞으로 논의가 시작될 수 있을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지난해 중국에 이어 캐나다, 스위스 등 기축통화국들과의 통화스와프를 체결한 것이 한ㆍ일 통화스와프 재개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으로 봤다. 여기에 최근 중국과 일본이 통화스와프 논의를 재개한다는 소식도 긍정적일 수 있다고 봤다.

이 총재는 “한ㆍ일 통화스와프는 정치적 이유로 중단됐다”며 “중앙은행의 경제협력 차원에서 접근하자는 게 우리의 일관된 입장”이라고 말했다. 이어 “중국과 일본이 센카쿠 열도 문제로 중단됐던 통화스와프를 재개한다면 정치적 이유로 중단돼 있는 한일 통화스와프도 논의될 수 있지 않겠는가”이라며 “지난해 사드 논란이 한창일 때 중국과의 통화스와프를 연장한 바 있다”고 말했다.

다만 구체적인 논의 재개 시점에 대해서는 “언제 어떻게 될 지는 좀 더 지켜봐야 한다”며 신중한 입장을 보였다. 일본의 통화스와프 업무는 일본은행(BOJ)이 아니라 재무성이 주도권을 쥐고 있다는 점도 변수가 될 수 있다고 봤다.

물가 전망과 관련해서는 “통화정책에 있어서는 6개월 또는 1년 후의 물가가 중요하다”며 “최근 물가가 1% 초중반 수준이지만 하반기로 갈수록 높아질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최근 오름폭을 확대하고 있는 유가에 대해서는 “수요도 늘고, 감산 연장 가능성과 일부 지정학적 리스크가 맞물리면서 유가가 올랐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우리 경제 성장과 물가를 큰 폭으로 수정해야 할 만큼 그렇게 더 오르지는 않을 것으로 본다”고 했다.

이 총재는 최저임금 인상 영향으로 외식비가 급등했다는 주장에 대해서는 유보적 입장을 보였다. 그는 “수요측 압력 크지 않은 상태에서 최저임금 인상 부담을 가격에 반영하려면 수요가 뒷받침해 줘야 한다”며 “수요측 압력이 크지 않은 상태에서는 결국 비용쪽 압력을 업주가 부담할 수도 있다”고 진단했다. “최저임금이 물가에 미치는 영향은 조금 더 살펴볼 필요가 있다”는 설명이다.

고용 부진에 대해서는 상당한 우려를 나타냈다.

이 총재는 “4차 산업혁명도 고용에는 상당한 부담을 줄 것”이라며 “없어지는 일자리보다 새로운 일자리를 더 많이 창출할 수 있을지 의문”이라고 우려했다. 인터넷 쇼핑업체들이 소매점을 대체하면서 유통비용을 줄여 가격을 낮추는 ‘아마존 효과’에 대해서도 “개인 소비자 입장에서는 좋지만 물류혁신 때문에 수많은 사람들의 고용 안정성이 저하되는 것은 걱정이 아닐 수 없다”고 말했다.

기업들이 고용을 늘리지 않는 이유로는 “공장 해외 이전, 기술혁신, 물류 혁신 등을 꼽을 수 있다”며 “수요와 공급의 미스매치도 상당히 크다”고 말했다. 고용 문제의 해법에 대해 “획기적인 방법은 없다”며 “특히 제도개선이 필요한 부분도 있어 시간이 상당히 걸릴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 총재는 남북 정상회담에 따른 남북 경제협력 확대 과정에서 중앙은행의 역할에 대해서는 ‘제한적’이라며 신중한 입장을 보였다. 남북경협 과정에서 물품대금을 원활하게 지급하면서도 군사적 사용을 막기 위한 방안으로 제안된 ‘개성페이’에 대해서도 “아직 구체적으로 검토하고 있지 않다”고 말했다.

이 총재는 “한은이 북한경제실을 중심으로 북한 연구는 적지 않게 해왔다”며 “통일 관련해서도 다양한 시나리오별 상황에서 중앙은행의 역할이나 통화, 외환 관련 연구 많이 진행해 왔다”고 소개했다. 이어 “북한이 개방하고 어느 정도 시장경제 원리를 받아들이면 우리가 기본적으로 통계 인프라와 점점 개방되면 지급결제시스템을 어떻게 끌고 갈지가 굉장히 중요한 문제가 될 수 있다”고 말했다. 다만 북한연구 조직을 추가로 만들거나 인원 확충 계획은 없다고 밝혔다.

오는 12일로 임기가 만료되는 함준호 금통위원의 후임에 내정된 임지원 JP모건 서울지점 수석본부장에 대해서는 “20년 동안 이코노미스트로서 경제 현안을 분석, 예측해 왔다”며 “전문성이 있다”고 평가했다. 이어 “통화당국의 메시지가 어떤 의미를 갖고, 시장과 어떻게 교감해야 하는가에 대해서도 이해가 깊을 것으로 본다”며 “여성이라는 점도 다양성 측면에서 긍정적인 의미가 있다”고 말했다.

spa@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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