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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17 코릿 개막 ②] 갈치 손질하고 야채 달달 볶고…오감으로 맛보는 ‘셰프 라이브쇼’
-기다리는 재미, 셰프 라이브쇼
-눈 앞에서 재료 손질에 식자재 감별 비법까지 공유


[헤럴드경제(제주)=박로명 기자] “ ‘글로리(Glory)’. 서양인들은 여유있게 기다리면 최고의 요리를 나올 것이라는 믿음과 기대를 갖고 있어요. 그들에게 이 기다림은 ‘영광’이나 마찬가지죠.”

29일 오후 1시께 제주 서귀포시 서머셋 제주신화월드에서 ‘코릿 셰프 라이브쇼’가 열렸다. ‘라이브쇼’에는 ‘코릿(KOREATㆍ한국 대표 미식 레스토랑 서베이&랭킹)’이 선정한 최고의 셰프인 리스토란테 에오 어윤권 셰프와 르꼬숑의 정상원 셰프가 참여했다. 관객들은 셰프들이 직접 음식을 만드는 과정을 오감으로 체험하고, 완성된 음식을 맛볼 수 있다.

40여명의 관객들은 호기심이 가득한 눈으로 자리를 지켰다. 어 셰프는 ‘서귀포 시장에서 촌놈 취급당한 일화’로 말문을 열었다. 그는 “제주도 사탕옥수수를 사러 갔는데, 상인들이 ‘날짜가 언제인데 이제야 찾냐’며 제철은 6월이라고 귀띔해줬다”며 너털웃음을 터뜨렸다.

<사진> 리스토란테 에오 어윤권 셰프와 르꼬숑의 정상원 셰프가 ‘코릿 셰프 라이브쇼’에서 음식을 요리하며 관객들에게 설명하고 있다. [사진=박로명 기자/dodo@heraldcorp.com]

그는 “오늘 처음 선보일 요리는 ‘제주산 사탕옥수수 스프와 콜라비, 은갈치 인푸시오네’ “라며 “이번 푸드쇼에서는 가급적이면 제주도 식자재를 사용하려고 노력했다”고 말했다.

첫번째 요리는 차가운 옥수수 스프 위에 갈치 폼이 올라가는 정갈한 요리다. 옥수수와 양배추, 전복 육수가 한데 섞이고 뒤엉켜 스프로 만들어지는 과정이 눈 앞에서 펼쳐진다. 어 셰프가 기다란 칼 모양의 갈치를 들어올려 관객들에게 보여준 후, 빠른 손놀림으로 다듬기 시작한다. 이어 정 셰프가 핸드믹서로 갈치를 곱게 갈며 “거품은 적당히 내고 밀도를 잡는게 핵심”이라며 요리 비법을 공개한다. 그는 “재료를 갈거나 거품을 낼 때, 회전속도에 따라 완전히 다른 음식이 나오기도 한다”고 말했다.

관객들은 침을 꼴깍 삼킨 채 조리 과정을 넋 놓고 바라본다. 시선을 셰프들의 손놀림에 고정하고 있노라면, 허기에 무감각해지다가도 프라이팬에 달달 볶아지는 야채를 보면 다시 식욕이 살아난다. 길고 짧은 기다림 후에 단비 같은 요리 한접시가 관객 앞에 놓인다.

개나리의 색감을 덧입은 옥수수 스프는 미각을 묘하게 자극한다. 한 관객은 “바질향이 코끝을 부드럽게 찌른다”며 “옥수수와 은갈치 조합은 처음 먹어보는데 부드러우면서도 산뜻한 끝맛이 돋보인다”고 말했다.

두 번째로 식탁에 오른 요리는 가지와 치즈 요리(오베르진 오 프로마주)다. 속은 말랑하고 겉은 단단한 가지를 10개정도 저며 팬에다 노릇하게 굽는다. 모짜렐라 치즈, 파마산 치즈, 토마토와 빵가루를 갈아 샌드위치처럼 겹겹이 올려 오븐에서 40분 정도 굽는다.

어 셰프는 “사실 이 요리는 궁핍한 전쟁 기간 사람들이 귀한 파마산 치즈를 구하기 힘들어 빵 가루를 치즈 맛이 나도록 조리한 것”이라며 요리의 탄생 비화를 밝혔다. 관객들은 가지와 치즈 요리를 나이프로 조심스럽게 썰어 입에 넣었다. 턱 근육을 부지런히 움직이며 음식을 음미하는 관객들의 얼굴에는 푸근한 미소가 번졌다.

‘라이브쇼’의 피날레를 장식한 요리는 제주도의 대표 식재료를 사용한 ‘제주산 흑돼지 삼겹살, 전복 저온요리와 제주산 성게소스, 표고버섯’이다. 불에 구워진 따뜻한 세라믹 용기에 저온으로 요리된 두툼한 흑돼지 삼겹살이 나온다. 전복과 표고버섯을 우린 물을 농축해 성게알과 올리브 오일 넣은 소스가 곁들여진다.

손 한뼘 높이의 돼지고기는 푸딩처럼 탱글거린다. 속살은 부드럽고, 껍데기는 쫄깃하다. 요리를 맛본 한 관객은 “제주도 대표 식재료인 흑돼지, 성게, 전복이 다 들어간 요리가 아니냐”며 “그야말로 ‘제주도 트리니티’”라고 말했다.

<사진2> ‘코릿 셰프 라이브쇼’의 한 관객이 정 셰프의 조언에 따라 올리브유 냄새를 맡아보고 있다. 정 셰프는 “최상의 올리브유에서는 날카롭게 베어진 풀향이 난다”며 최상의 올리브유 감별 비법을 공유했다. [사진=박로명 기자/dodo@heraldcorp.com]

셰프들은 틈틈이 좋은 식재료, 와인을 감별하는 비법도 소개했다. 정 셰프는 “좋은 화이트와인은 상온에 마셔야 깊은 향을 느낄수 있다”거나 “최상의 올리브유에서는 날카롭게 베어진 풀향이 난다”고 말했다.

관객들이 셰프에게 제주도 대표 맛집을 추천하기도 했다. 정 셰프가 “제주도 순대 맛집을 추천해달라”고 말하자 한 관객은 “제주도 보성시장 순대골목이 유명하다”며 화답했다.

이날 라이브쇼를 관람한 박준명(40) 씨는 “대표 이탈리안, 프렌치 셰프가 신선한 제주산 식자재로 요리한게 좋았다”며 “멀게 느껴졌던 서양 요리를 쉽게 접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함은열(49ㆍ여) 씨도 “오늘 셰프들이 전수해준 비법들을 집에 가서 응용해보고 싶다”며 “프랑스, 이탈리아 요리가 절묘하게 어우러졌는데 어쩌면 이게 서양 전통 요리인지도 모른다”며 미소를 지었다.

와인 애호가 이모(36ㆍ여) 씨도 “리스토란테 에오나 르꼬숑에가면 이탈리아, 프랑스 요리만 먹어볼 수 있지만 오늘 나온 요리는 어디에서도 맛볼 수 없다”며 “이런 기회가 다음에도 있으면 또 오고싶다”고 말했다.

<사진3> ‘제주산 흑돼지 삼겹살, 전복 저온요리와 제주산 성게소스, 표고버섯’ 요리. 제주도의 대표 식자재를 사용했다. [사진=박로명 기자/dodo@heraldcorp.com]

dodo@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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