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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찾는 사람 많은데 지갑은 ‘꽁꽁’…황금연휴 역설에 빠진 유통가
-재래시장
비교적 활성화 된 시장도 입구만 북적북적
긴 연휴에 농수축산물 중심 상품구성 타격

-백화점
선물세트 배송 접수처 썰렁…실속형만 발길
한끼 떼우려는 손님들로 식당가만 문정성시

-대형마트
선물구매 앞당긴 소비자들로 초반매출 반짝
여행 떠나는 사람들 늘어 연휴 매출이 걱정

요즘 말로 ‘웃프다(웃기면서도 슬프다)’.

추석과 최장 열흘간의 황금연휴를 앞둔 유통가의 표정이 바로 그렇다. 추석은 전통적으로 유통가의 대목이다. 그런데 올해 추석은 분위기가 심상치 않다. 황금연휴가 끼어 있는데도 유통가엔 한숨소리가 나온다. 재래시장은 물론 백화점, 대형마트 사정이 다 그렇다. 연휴가 길다보니 해외여행객은 급증했고, 1인가구 증가로 명절 제수용품보다는 가정간편식이 더 잘팔리고, 고물가로 인해 한가위 상품을 사는데 서민들이 주저하면서 유통가는 ‘황금연휴의 역설’에 빠지고 있다.

추석을 앞두고 재래시장, 백화점, 대형마트를 다녀왔다. 

서울 마포구 망원시장 내 풍경. 시장 입구쪽과 간식을 파는 상점에는 손님이 붐비지만 안쪽으로 들어갈수록 썰렁한 분위기가 이어졌다.

▶재래시장 사람 많지만, 뜨내기 손님 뿐=“자, 싸요 싸. 다음주되면 올라요 올라. 지금 가져가세요. 오늘 사는게 돈버는 거에요.”

지난 23일 오후 6시께. 서울 마포구 망원2동 423일대, 망원시장에는 상인들의 동시다발적인 외침이 울려퍼졌다. 호객을 위해 일명 ‘멘트를 치는’ 모습이 곳곳에서 들려왔다. 과일가게, 수산물 가게 상인들은 “추석이 코앞으로 오면 가격 오른다면서 지금에 제일 싸다”고 강조했다. 구름처럼 손님이 모였다가도 몇번 기웃거리고는 발걸음을 옮기는 이들이 많았다.

이곳은 서울 시내 전통시장 중에서는 꽤나 활성화된 곳이다. 그래서인지 입구부터 적지않은 인파가 몰려 있었다. 400여m에 이르는 직선 골목으로 망원시장과 월드컵시장이 이어졌다. 그러나 안쪽으로 들어갈수록 사뭇 분위기가 달라졌다. 손님들로 붐볐던 것과 달리 들어갈수록 휑한 분위기가 역력했다.

월드컵시장에서 건어물가게를 운영하는 김모 씨는 “잘된다고 소문난 여기도 양극화가 있다”며 “앞쪽에는 사람이 많지만 끝까지 둘러보는 사람은 거의 없다. 한해 한해 갈수록 불황이 더하는 것 같다”고 한숨을 쉬었다. 인근 가게서 곡물류를 취급하는 정모 씨 역시 “손님이 다 매출로 이어지지는 않는다”며 “유명세에 한번쯤 와보는 뜨내기 손님도 많고 떡볶이나 고로케 등 간식 먹으러 오는 젊은 사람들이 많다”고 했다. 그러면서 “이런 손님들은 1차 재료를 파는 우리같은 집은 들르지 않는다”고 했다.

청탁금지법 여파도 피해갈 수 없었다. 시장 내 정육점을 운영하는 최모 씨 역시 “김영란법이다 뭐다 해서 선물세트 매출도 뚝 떨어졌다”며 “한우세트는 10만원대가 많은데 5만원이 넘어가는 세트는 갈수록 판매가 줄어 명절특수가 사라졌다”고 했다.

유례없는 긴 연휴도 되레 걱정이다. 과일 가게를 운영하는 장모 씨는 “시내가 텅텅 빌텐데 다음달은 장사 포기해야 하는거 아닌가 싶다”고 했다. 

24일 오후 2시께 서울 송파구 롯데백화점 잠실점 지하 1층. 이날 많은 사람이 백화점을 찾았지만 대부분은 추석 선물세트 판매 코너가 아닌 식당가나 마트로 유입됐다.

▶백화점, 식당가만 북적=“9월 마지막 주가 사실상 끝물이에요.”

24일 오후 2시께 서울 송파구 롯데백화점 잠실점 지하 1층. 추석 연휴가 일주일 앞으로 다가오면서 명절 선물세트를 보러 나온 사람들로 북적였지만 직원 이모(52ㆍ여) 씨는 낙관할 수만은 없다고 했다. 이 씨는 “10월 2일이 임시공휴일로 지정되면서 선물 구매가 앞당겨진 것”이라며 “이번주 내로 선물 배송 접수가 마무리되면 연휴 당일에는 썰물처럼 손님들이 빠져나갈 것”이라고 했다.

이날 백화점 식당가는 빈자리가 없을 정도로 사람들로 꽉 들어차 있었다. 하지만 선물세트를 판매하는 코너는 비교적 한산했다.

“아휴, 비싸네. 무슨 굴비가 40만원씩이나 해.”

대부분 사람들은 한우, 굴비 등 최소 20만원, 최대 100만 원대의 고가 선물 코너를 지나치기 일쑤였다. 판매 직원은 계산기를 두드리며 “현장에서 10%~20%까지 저렴하게 할인해드린다”며 고객 시선을 끌었지만 역부족이었다.

머뭇거리던 손님들은 결국 5만원 이하 ‘실속형’ 선물세트 코너로 발길을 돌렸다. 또 다른 직원은 “비싼 한우나 굴비는 가족한테만 선물하는 추세”라며 “저렴한 선물세트가 잘 나갔는데 그마저도 이번주를 기점으로 구매가 뚝 떨어질까 걱정”이라고 했다. 이날 선물세트 배송 접수처 20여곳 중 상담 중인 고객은 5~7명에 불과했다. 

열흘간 황금연휴가 시작되면서 국내 주요 대형마트에선 점포별로 하루 휴무하고 정상영업에 돌입하지만 도심을 떠나는 소비자들이 많아 연휴기간 매출이 부진할 것을 우려하고 있다.

▶대형마트, 초반 반짝 매출 그칠듯=대형마트는 추석 선물세트 판매로 연휴 초기 매출을 반짝 올렸다. 하지만 휴일이 최장 열흘 간 이어지면서 장보는 소비자들이 감소할 것으로 예상돼 물량 관리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국내 주요 대형마트들은 연휴 기간동안 의무휴무일을 제외하고 정상영업할 방침이다. 지난주부터 각 대형마트 점포에선 “추석 당일에도 영업합니다”란 안내멘트를 배치하고 있다. 이마트는 오는 30일부터 다음달 9일까지 전체 158개 점포 중 118개가 의무휴무일인 10월8일 하루만 쉬고 나머지는 정상영업 한다. 추석 당일인 4일엔 영업시간을 오전 11시부터 오후 9시까지로 단축한다. 홈플러스 역시 추석당일인 10월 4일이나 의무휴업일인 8일 중 하루만 휴무 예정이다. 롯데마트의 경우 전체 120개 점포 중 32개 점포가 추석 당일 하루 쉬며 나머지 88개 점포는 10월 8일에 쉬게 된다. 하지만 업계는 긴 연휴로 해외여행과 국내여행을 떠나는 소비자들이 증가하면서 매출 부진을 우려하고 있다. 실제로 이번 연휴 출국자는 지난해 46만명의 2배가 넘는 110만명을 돌파해 사상 최대치를 기록할 것이란 전망이 나오고 있다. 이에 연휴 기간동안 마트서 장을 보는 소비자들이 줄어들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다.

대형마트 관계자는 “명절 직전까진 선물세트가 많이 판매되니까 매출이 상승하지만 명절 당일엔 도심을 떠나는 사람들이 많아 수요가 줄어든다”며 “이번 연휴기간이 열흘정도 되니 월매출로 보면 10월의 3분의1에 해당하는 기간에 매출이 저조할 수도 있는 것”이라고 했다.

김지윤ㆍ구민정ㆍ박로명 기자/korean.gu@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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