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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대선 앞둔 與野, 나란히 ‘카리스마 리더십’ 딜레마
[헤럴드경제=이슬기ㆍ장필수 기자] 집권여당과 제1야당이 같은 장애물과 맞닥뜨렸다. 각각 취임 한 달, 열흘째를 맞은 이정현 새누리당 대표와 추미애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소속의원들이 넘어야 할 벽이자, 딛고 올라서야 할 도약대다.

지난 4ㆍ13 총선 당시 빛을 발한 김종인 더민주 전 대표의 ‘철인체제’가 두 카리스마형 지도자의 승리를 불렀다. 19대 대선이 15개월 앞으로 다가온 만큼, 추진력이 강한 지도자를 중심으로 당력을 모아야 승리할 수 있다는 위기감의 발로다.

그러나 ‘만기친람(이정현)’, ‘추다르크(추미애)’라는 별명이 붙을 만큼 독단적인 두 대표를 향한 볼멘소리도 당 일각에서 나온다. 이 불만이 어느 당에서 먼저 터져 나와 단결을 흔드느냐에 따라 대선 전초전의 양상이 달라질 수 있다는 이야기다.

9일 정치권에 따르면 추 대표는 오는 12일 전두환 전 대통령을 예방하기로 계획했지만, 당내 반발이 커지자 취소했다. 추 대표는 ‘국민통합’을 이유로 다른 지도부 및 의원과의 상의 없이 직접 전 전 대통령 예방을 결정한 것으로 알려졌다.

전라남도 광주 서구을 지역위원장인 양향자 최고위원은 이에 대해 “파렴치한 놈을 왜 만나느냐”고 추 대표를 질타했고, 수도권 현역인 송영길 의원과 김현미 의원도 각각 “대법원이 판결한 헌정찬탈, 내란목적 살인범을 전직 대통령으로 인정한다는 것은 어불성설”, “(광주학살을) 인정도 사죄도 하지 않는 자를 어떻게 용서하고 화해하겠다는 것이냐”며 강하게 비판했다.

중요한 것은 더민주 의원들의 문제제기가 ‘추 대표의 일방적인 예방 결정’으로 확산하고 있다는 점이다. 김 전 대표가 막강한 권한을 바탕으로 추진했던 ‘수권정당 외연확장’ 노선이 추 대표로 이어지는 과정에서 이례적인 잡음을 낸 셈이다.

추 대표는 이날 오전 국회에서 열린 확대간부회의에서 “전 전 대통령을 예방하고자 했던 것은 모든 세력을 포용하고자 했던 마음 때문이었다”며 “그러나 ‘학살에 대한 반성과 성찰이 먼저’라는 당과 국민의 마음을 받아들이겠다”고 당내 여론을 수습했다.

새누리당에서는 조직의 역할을 고려하지 않은 이 대표의 ‘나 홀로’ 행보가 비판의 대상이다. 당 대표가 정책위의장, 최고위원, 대변인의 업무를 모두 소화하면서 언론의 스포트라이트를 독식하고 있다는 것이다. 반면 과거 최고위원회의 공개발언을 통해 전달되던 당내 이견은 모두 차단됐다. 이에 따라 비박(非박근혜)계에서는 “여당이 청와대의 여의도 출장소로 전락했다”는 말도 나온다.

여권 한 핵심 관계자는 이날 헤럴드경제와의 통화에서 “당과 정부의 가용자원 등이 고려되지 않은 상태에서 ‘일단 모이라’는 식으로 현안회의가 소집된다”며 “정책위의장, 원내수석부대표 등의 협상 자율성이 상당 부분 축소된 느낌도 든다”고 했다.

결국, 정치권의 시선은 두 당에 내제된 불만이 어디서 먼저 터지느냐에 쏠린다. 중요 사안의 의사결정 과정에서 당의 정책라인이나 성향이 다른 지도부, 일부 비주류 세력의 소외감을 느낄 경우, 과거와는 다른 신(新) 계파가 형성될 수도 있다는 이야기다.

yesyep@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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