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경제=이슬기ㆍ유은수 기자] 새누리당이 20대 첫 정기국회 개원식에서 ‘우병우 청와대 민정수석 퇴진ㆍ사드 배치 반대’ 의사를 공개적으로 표명한 정세균 국회의장의 행동을 ‘폭거’로 규정하고 공식 대응에 들어갔다. “정 의장의 발언은 대선을 의식한 의도적 발언이다. 해임촉구결의안을 당론으로 채택할 것”이라는 것이 새누리당 최고위원회의의 결정이다.

9월 정기국회 개회식이 열린 1일 오후 개회식 중 정세균 국회의장 개회사에 반발한 정진석 새누리당 원내대표가 항의하고 있다. 박해묵 기자/mook@heraldcorp.com

강석호 새누리당 최고위원은 1일 오후 국회에서 기자들과 만나 “정 의장이 정치적 중립성을 완전히 훼손했다”며 당 지도부의 해임촉구결의안 채택 확정 방침을 전했다. 강 최고위원은 이어 “추가경정예산(추경)안의 처리도 중요하지만 지금 시점에서는 (정 의장의 행동에 대한 대응이) 우선이라고 본다”며 “여당 의원의 숫자가 적지만 상징성 차원에서라도 결의안을 채택하겠다”고 했다.

정 의장은 앞서 정기국회 개원사를 통해 “우 수석과 관련한 논란은 참으로 부끄럽고 민망한 일이다. 고위공직자 비리 전담 특별 수사기관(공수처) 신설이 필요하다”, “사드 배치와 관련한 정부의 태도는 우리 주도의 북핵 대응 측면에서 동의하기 어렵다. 북한의 잘못된 선택에는 응분의 제재가 있어야 하지만 지금처럼 극단으로 치닫는 방식은 곤란하다”는 등의 발언을 했다.

이에 따라 새누리당 의원들은 긴급 의원총회를 열고 강하게 반발했다. 김무성 새누리당 전 대표는 “(정 의장이) 굉장히 예민한 부분을 정기국회 개회사에서 의도적으로 이야기했다”고 했고, 김태흠 의원은 “국회의장이 국민의 목소리가 아니라 일부의 목소리를 편파적으로 대변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국회의장은 중립을 지키는 자리”라고 했다.

이정현 대표를 비롯한 새누리당 지도부는 특히 “정 의장이 ‘대선병’에 걸려 의도적으로 국회를 마비시켰다”며 흥분을 감추지 않았다. “(정 의장 행동의 이유는) 대선이다. 대선에 본인이 나가든, 자신이 소속됐던 정당의 집권을 돕든 (둘 중 하나를 위한) 중증의 대선병에 걸렸다고밖에 해석이 안 된다”는 것이 이 대표의 지적이다. 이 대표는 이어 “정상적인 상태 아래서 누구도 이런 일을 저지를 수는 없다고 생각한다”며 “의도 없이 저런 일을 했다고 믿을 수 있는 사람은 없다”고도 했다.

하태경 의원 역시 “국회의장이 당을 나오는 것은 공익을 중심으로 의장직을 유지하라는 것인데, (편파성 발언을 한 것은) 야당 대권 주자 반열에 본인의 이름이 안 나오니 서운해서 ‘띄워달라’고 하는 것 같다”며 “이는 공적인 자리를 정치적 사욕에 악용한 것으로, 국회의장 사퇴 촉구 결의안을 당론으로 결의하자”고 거듭 촉구했다.

yesyep@herald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