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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참석자가 적어 취소”…단체사진 촬영도 못한 20대 정기국회
[헤럴드경제=김상수ㆍ유은수 기자]“참석자가 적어 오늘 사진 촬영은 취소됐습니다. 다시 정해지면 알려드리겠습니다.”

1일 국회 본관 앞. 매년 정기국회 첫날 여야 의원은 한자리에 모여 단체 사진을 촬영한다. 정쟁을 떠나 대외적으로 ‘협치’를 알리는 퍼포먼스다. 올해 정기국회는 이마저 파행으로 시작됐다. 우병우 청와대 민정수석, 사드 배치 등을 비판한 정세균 국회의장의 발언을 문제 삼아 새누리당 의원은 단체로 사진 촬영을 거부했다. 사진 한 장 촬영하는 것조차 조마조마한, 20대 국회의 현주소다.

9월 정기국회 개회식이 열린 1일 오후 개회식을 마치고 여야 전체 의원들이 국회 본관 앞 계단에서 단체 촬영을 하려고 했으나 의장 개회사에 반발한 여당의원들이 참석하지 않아 기념촬영이 무산됐다. 야당의원들이 다시 본회의장으로 돌아가고 있다. 박해묵 기자/mook@heraldcorp.com

발단은 정 국회의장의 ‘작심 발언’부터였다. 정 국회의장은 이날 정기국회 개회사를 통해 우 수석을 언급하며 “참으로 부끄럽고 민망한 일”이라고 비판했다. 사드 배치를 두고는 “최근 정부의 태도는 동의하기 어려운 부분이 있다”고도 했다. 발언 도중 새누리당 의원이 강하게 항의하면서 잠시 정 국회의장이 발언을 멈추기도 했다.

발언 이후 국회 앞 계단에는 야당 의원만 모였다. 새누리당 의원은 사진 촬영 대신 긴급 의원총회를 소집했다. 김태흠 새누리당 의원은 본회의장을 나서며 “국회의장으로서 자격이 의심스러운 연설이다. 도저히 받아들일 수 없다”고 주장했다.

계단에서 사진 촬영을 기다리던 야권 의원들은 정 국회의장이 나타나자 박수로 환영했다. 끝까지 여당 의원이 나타나지 않자 모여있던 의원 사이에선 “(새누리당 의원 없이) 그냥 찍자”는 제안이 나왔으나 정 국회의장이 이를 만류하고 새누리당 의원을 설득하러 나섰다. 하지만, 끝내 새누리당 의원은 사진촬영을 거부했고, 결국 진행자는 “참석자가 적어 이날 사진 일정은 취소됐다”고 안내했다.

같은 시각 새누리당은 긴급 의총에서 정 국회의장 사퇴를 요구하는 주장까지 나왔다. 하태경 의원은 의총에서 “국회의장 사퇴 촉구 결의안을 채택했으면 좋겠다”며 “국회의장이 당을 나오는 것은 공익을 중심으로 의장직을 유지하라는 것인데, (편파성 발언을 한 것은) 야당 대권 주자 반열에 본인의 이름이 안 나오니 서운해서 ‘띄워달라’고 하는 것 같다. 이는 공적인 자리를 정치적 사욕에 악용한 것으로, 국회의장 사퇴 촉구 결의안을 당론으로 결의하자”고 했다.

정진석 원내대표는 “국회의장의 사과와 후속조치가 없는 한 새누리당은 앞으로 모든 20대 국회 의사일정을 거부한다”고 강경 대응 의사를 밝혔다.

정 국회의장은 기자들과 만나 이날 발언이 국민 목소리를 대변했느냐는 질문에 고개를 끄덕이며 답했다. 그는 “야당 목소리가 아닌 국회의장 목소리이며 국민을 대신해 말씀드린 것”이라고 강조했다.

dlcw@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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