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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사상 초유 ‘추경 포기론’에 경제정책 대혼돈…정부, “본예산에 통합 불가”
[헤럴드경제=이해준 기자] 추가경정(추경) 예산안이 국회에 표류하는 것도 모자라 ‘추경 포기론’까지 등장하면서 정부의 경제정책이 대혼돈에 빠질 위기에 처했다.

정부는 추경 포기는 있을 수 없고, 있어서도 안된다며 반드시 통과돼야 한다는 입장이지만 앞날은 막막하다. 추경은 올해 세입과 세출에 맞춰 편성한 것이어서 일각에서 제기되는 내년 본예산과의 통합도 불가능하다는 것이 입장이다. 정부는 추경이 연내 집행돼야 구조조정 지원 및 일자리 창출 등 소기의 목적을 달성할 수 있다며 국회의 통과를 애타게 촉구하고 있다.

유일호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지난 22일 국회에서 새누리당 정진석 원내대표, 김광림 정책위의장 등과 추경안 처리 문제를 논의한데 이어 23일에도 공식일정을 잡지 않은 채 광화문 정부청사와 여의도 국회를 오가며 추경 설득 작업을 벌이고 있다.

유 부총리는 새누리당 지도부를 만난 뒤 추경 통과가 무산될 경우 본예산과의 통합 가능성을 묻는 기자들의 질문에 “불가능하다”며 단호하게 부인했다. 유 부총리는 “추경안이 실제 국회에 있는데 그걸 빼서 수정 예산안을 만들 수는 없다”고 강조했다.

기재부 추경 예산안은 구조조정 지원과 일자리 창출, 지역경제 활성화 등 본래 목적을 갖고 있고 9월부터 시작해 연내 집행을 목적으로 편성된 것인 만큼 추경 포기는 있을 수 없다는 입장이다. 여야 정치권에서도 추경 필요성에 대해 인식을 같이 하고 있고, 조선업 등 구조조정의 영향이 본격적으로 현실화하고 있어 정치권도 무책임하게 추경을 내팽개치지는 않을 것으로 보고 있다.

추경이 무산될 경우 경제정책은 대혼돈에 빠질 수밖에 없다. 이번 추경안에는 국책은행의 증자(1조4000억원), 지난해 세계잉여금을 통한 국채 상환(1조2000억원), 누리과정 지원을 위한 지방재정 보강(3조7000억원) 등도 포함돼 있다. 추경이 무산되면 예산의 틀을 다시 짜야 한다. 당장 구조조정으로 일자리를 잃은 조선업 근로자들의 재취업과 지역경제 활성화 지원도 어려워진다.

정부는 올 상반기엔 승용차 개별소비세 인하 연장 등으로 경기회복의 불씨를 살린데 이어 하반기에는 11조원의 추경을 포함한 ‘28조원+α’의 재정보강으로 경제를 끌어간다는 계획이었다. 추경이 무산된다면 이런 정책 자체에 차질이 빚어질 수밖에 없다.

지금까지 추경안이 국회를 통과되기까지 최장 3개월이 걸린 적이 있지만 추경을 포기한 적은 없었다. 지난 2008년 고유가 극복과 민생안정을 위해 편성한 4조6000억원의 추경안이 그해 6월20일 국회에 제출돼 89일만인 9월17일 국회를 통과했다. 2004년 이후로 볼때 이것이 최장기간 추경 통과 사례이며, 나머지는 짧게는 12일(2004년), 길게는 46일(2005년)만에 국회 문턱을 넘었다.

정부의 내년도 본예산은 다음달 2일 국회에 제출된다. 여권이 내년 예산을 3~4% 늘리기로 해 400조원이 넘을 것으로 보인다. 추경안 심사가 계속 지연될 경우 400조원의 본예산과 11조원의 추경 예산안을 동시에 심사하는 사상 초유의 현상도 예상된다.

문제는 ‘타이밍’이다. 정치권이 여론에 밀려 추경안을 통과시키다 하더라도 다음달로 넘어갈 경우 효과는 반감될 수밖에 없다. 국회와 정부의 정치력ㆍ책임의식ㆍ리더십 부재 속에 추경의 ‘골든타임’이 지나가면서 국민들의 살림살이는 더욱 피폐해지고 있다.

hjlee@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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