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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어르신 사랑방’ 2026년 마트·편의점을 가다
내옆으로 다가온 초고령화사회

시골 마트는 노인들로 북적
구매할것 없어도 만남의 장소
시니어 고객잡기 보행차 등 판매

편의점도 혈압측정·건강상담
동사무소업무 대행 등 전망




#. 정년퇴임한 김지원 씨는 집 근처 SSM(기업형 슈퍼마켓)에 식사거리를 사러 나섰다. 모바일로 간편히 주문을 해도 되지만 집에서 특별히 할 일도 없어 매일 소일거리 하듯 마트를 찾는다. 오래된 전기 자전거를 타고 마트에 도착하자 개점시간 전부터 ‘출석도장’을 찍은 노인정 친구들이 1층에 모여 수다를 떠는 모습이 보였다. 장 볼 일이 없어도 약속이라도 한 듯 매일 오전 노인들이 모이는 마트는 그야말로 동네 ‘사랑방’이다.

소규모인 동네 마트는 생활에 꼭 필요한 필수품만 진열한다. 식재료는 그날 들어온 신선한 상품들만 매대에 올리고 있지만, 부피가 큰 생필품, 가전제품 등은 매장 공간 효율화를 위해 체험용 샘플만 전시한다. 이날은 먹을거리 외에 특별히 새 청소기와 드럼세탁기용 액체 세제를 구매했다. 두 상품 모두 부피가 크고 무거워 그 자리에서 모바일 페이로 구입한 후 마트 측에 배송을 요청했다.

며칠 전부터 무릎이 쑤셔 집으로 돌아가는 길엔 편의점에 들렀다. 편의점은 약국, 노인 간편 진료소와 결합한 숍인숍(shop in shop) 형태다. 편의점에 상주하는 건강관리업체 직원이 김 씨의 설명을 듣곤 관절에 좋은 영양제를 추천해줬다. 김 씨는 관절약과 함께 지팡이를 추가로 구입했다. 건강관리업체 직원이 무료로 혈압 등을 측정해 줘, 한 달 만에 혈압도 다시 쟀다.

이상은 전문가들과 업계 관계자들의 관측을 바탕으로 만든 초고령사회(총 인구 중 65세 이상 인구 비율이 20% 이상)의 대형마트와 편의점 풍경이다. 이미 지난 2000년 고령화 사회(7% 이상)에 진입한 우리나라는 10년 뒤인 2026년 초고령사회에 들어설 것으로 전망된다. 인구고령화, 네트워크화 등 인구ㆍ사회적 변화에서 자유로울 수 없는 유통업계도 적지 않은 영향을 받을 것으로 보인다.

3일 찾은 전북 남원시 왕정동의 이마트 풍경은 2026년 가상의 마트와 크게 다르지 않았다. 총 인구 8만4000명 가량의 남원시는 전체 인구의 24%가 65세 이상인 초고령사회의 전형적인 표본. 1층 300평, 지하 500평 가량의 아담한 마트에는 저녁을 2~3시간 가량 남겨놓고 장을 보러 온 노인들로 북적였다.

1층 계산대 인근 벤치에는 구매 목적 없이 마트에 ‘놀러 나온’ 노인들도 눈에 띄었다. 매일 오전 10시에 버스로 25분 떨어진 남원점에 온다는 정석영(83) 할아버지는 “집에서 할 일도 없고 무료해서 30리 길을 달려 마트에 온다”며 “아는 사람을 만나면 대화를 나누지만 보통은 사람 오가는 것을 지켜본다”고 말했다. 평일에는 마트 앞에서 나물을 다듬는 노인들도 있다고 남원점 관계자는 귀띔했다.

복합쇼핑몰에서 흔히 엿볼 수 있는 체험형 매장 등도 찾아볼 수 없었다. 실제 이지평 LG경제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이 지난 2012년 발표한 ‘고령화ㆍ네트워크화로 인한 일본 유통시장의 트렌드’ 보고서에 따르면 인구 고령화는 외려 지금까지 축소 경향을 보여왔던 지역밀착형 계열 점포의 확대로 나타나기도 한다. 보다 세밀한 서비스를 원하는 고령층의 수요가 적지 않기 때문이다.

편의점은 반대로 단순 소매 채널을 넘어 생활밀착형 편의 서비스를 제공하는 ‘숍인숍’ 형태로 나아갈 가능성이 크다. 2014년부터 노래방과 결합한 편의점을 운영 중인 일본 훼미리마트, 지난해 건강관리업체 ‘위즈넷’과 손을 잡고 편의점 안에 노인 상담 창구를 연 일본 편의점 로손 등이 단적인 예다. 


아울러 전문가와 관련 업계에선 편의점이 거미줄같이 뻗어있는 유통망을 기반으로 공적 기능을 수행할 것이라고 전망한다. 동사무소 업무 등을 대행하거나, 유사시에 주민들에게 생필품을 공급할 수 있다는 것이다.

미래 초고령사회의 마트ㆍ편의점을 논할 때 온라인ㆍ모바일의 발달도 빼놓을 수 없는 부분이다. 정연승 단국대 교수는 “현재 유통의 화두인 O2O(online to offline)와 옴니채널(Omni-Channel)에서 볼 수 있듯, 결국은 오프라인이 온라인과 결합돼 상품 판매부터 서비스가 하나로 융합될 것이라고 본다”고 말했다.

초고령사회는 그리 먼 미래의 일이 아니다. 이마트에 따르면 올해 1~5월 기준, 이마트 전체 고객들의 평균 연령이 지난해보다 1.2세 오른 46.3세로 나타났다.

고객들의 평균 연령은 꾸준히 증가하는 모양새다. 2013년 한 해 이마트를 찾았던 고객들의 평균 나이는 44.0세였지만, 이듬해 44.6세로 0.6세 오른 데 이어 2015년 45.1세로 다시 0.5세 늘었다. 이에 이마트는 시니어 시장을 잡기 위해 올해 처음으로 영양죽을 출시했다. 이마트 트레이더스에서는 보행차 등을 판매 중이다.

박혜림 기자/rim@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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