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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현장에서] 사드 현안질의에 고개숙인 성주군민
지난 14일 여야가 사드(THAADㆍ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관련 국회 긴급 현안질의를 개최하기로 합의했을 때만 해도 국민은 여야의 치열한 공방전을 예상했다.

사드 배치 지역으로 확정된 경북 성주군 주민들은 현안질의가 열리는 당일 새벽 5시 30분 국회 본회의 방청을 위해 버스에 몸을 실었다. 이들은 서울행 버스 안에서 사전 동의 없이 사드 배치를 확정한 정부의 태도가 바뀔 것이라는 일말의 기대감을 품었을 것이다.

그러나 10시를 조금 넘겨 도착한 본회의장에서 그들은 이내 고개를 숙였다. 처음에는 몸을 최대한 낮춰 의원들과 황교안 국무총리를 비롯한 국무위원들의 말을 경청했으나 시간이 지나면서 표정은 일그러졌다. 야당은 정부를 향해 전방위적으로 공세를 이어가긴 했으나, 기존에 알려진 사실만을 토대로 질의를 이어갔다. 도돌이표 질의가 계속 이어지고 새로운 이슈를 발굴해내는 데는 실패하면서 본회의장 분위기는 갈수록 느슨해졌다. 여당은 정부의 방패막이 역할을 충실히 해냈고 정부는 갈등 해결을 위한 구체적인 해법을 밝히지 않고 원론적인 입장을 고수했다.

참다못한 군민들은 지역구 국회의원인 이완영 새누리당 의원의 발언이 끝나자 단체로 본회의장에서 일어났다. 다른 의원과 달리 지역구 의원에게만은 기대를 걸었던 것이다. 이 의원은 질의 과정에서 정부의 소통 부재를 지적했지만, 사드 배치 철회나 재검토를 요구하지는 않았다. 군민들은 “애초에 기대할 게 없었다”며 성주행 버스에 다시 몸을 실었다.

의원들도 본회의장을 끝까지 지키지 않았다. 20일까지 이틀간 긴급현안질의가 이어졌지만, 질의 마지막 순간까지 자리를 지킨 의원은 50여 명도 채 되지 않았다.

야당의 한 초선의원은 이러한 상황에 대해 “정부가 지금의 입장에서 한 발짝도 움직이 않는 상황 아닌가. 의원들 중 일부는 지역구 일정을 소화하러 자리를 비운 것으로 알고 있다”며 “지금 상황에서는 지역 표심을 다시 잡는 게 우선이라고 생각하는 것 같다”고 쓴웃음을 지었다

장필수 정치섹션 국회팀 기자/essential@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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