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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녹취록 파문에 서청원 전대 ‘불출마’, 비박계 당권 접수 가시화 속 단일화ㆍ표심 분화 변수

[헤럴드경제=이슬기 기자] 서청원 새누리당 의원이 8ㆍ9 전당대회 불출마를 선언했다. 이른바 ‘친박(親박근혜) 핵심’ 의원(윤상현ㆍ최경환)들의 4ㆍ13 총선 공천개입 의혹이 관련 녹취록 공개로 일파만파 번지는 가운데, ‘서 의원이 여기에 연루됐다’는 주장도 힘을 얻고 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실제 이날 ‘원박(遠朴ㆍ멀어진 친박)’을 포함한 범(凡)친ㆍ비박(非박근혜)계는 강성 친박계와 청와대를 향한 공동 공세의 수위를 높였고, 당 지도부는 책임자의 자숙과 반성을 요구하며 현 정권의 ‘레임덕’을 드러냈다. 

(왼쪽부터) '친박 핵심'으로 일컬어지는 윤상현, 최경환, 서청원 새누리당 의원.

▶계파 넘어선 ‘십자포화’ 속 서청원 전대 불출마 선언=서 의원은 19일 오전 보도자료를 통해 “지금은 제가 나서기보다 후배들에게 기회를 줘야 할 때라는 결론을 내렸다”며 “더 이상 당 대표경선 과정에서 제가 거론되지 않기 바란다”고 밝혔다. 보름 이상 지속돼 온 장고(長考)를 깨고 ‘2선 퇴진’이라는 결론을 내린 것이다. 정치권은 그 배경에 최근 불거진 녹취록 파문이 있다고 내다봤다.

실제 새누리당은 이날 오전 국회에서 의원총회를 열고 전날 벌어진 ‘친박 핵심 녹취록 파문’에 대한 대응책을 논의했다. 이날 의총은 당초 ‘사드(THADDㆍ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배치에 대한 긴급현안질문’ 준비를 위해 소집됐지만, 비공개 토론 시간 대부분은 윤ㆍ최 의원을 향한 비판과 퇴진론에 할애된 것으로 알려졌다. 정진석 원내대표는 이날 모두발언에서 “대통령의 이름을 팔아 공천에 개입한 사람들은 자숙하고 반성하라”며 “여의도 정치에 대통령이 개입하고, 이래라저래라 관여할 수 없다”고 했다.

8ㆍ9 전당대회에 나선 범친ㆍ비박계 당권주자들 역시 한목소리로 윤ㆍ최 의원과 친박계를 비토(vito)했다. 비박계 김용태 의원은 이날 오전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대통령을 판 그 사람들에게 국민도 속고 대통령도 속으신 것이냐. 이제 박근혜 대통령이 답하셔야 한다”며 청와대에까지 화살을 겨냥했고, 새누리당 원조 소장파 출신인 정병국 의원 역시 “계파 패권주의의 민 낯이 드러났다. (특정세력이) 공천에 이어 당 대표 경선에까지 개입할 경우 새누리당은 몰락의 길을 걸을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당 일각에서는 “어떤 세력이 (총선 백서를) 물타기 했다고 느낄 수밖에 없다(한선교 의원)”는 추가 의혹까지도 제기됐다.

▶비박계 당권 접수 가시화 속 단일화ㆍ표심 분화 변수=이처럼 친박계가 녹취록 파문으로 흔들리고 있지만 비박계도 마냥 웃을 수많은 없는 상태다. 당 내외의 여론은 친박계에게서 등을 돌린 것이 확실하지만, 그 표가 모두 비박계에 쏠릴 것이라는 장담을 할 수 없어서다. 한 예로 진박(진실한 친박)의 ‘근거지’인 대구경북(TK) 지역 한 핵심 의원은 최근 기자들과 만나 “서 의원이 전당대회에 나오지 않을 경우 같은 지역 당 대표 후보인 주호영 의원에게 표를 던질 것. 다른 표심도 그렇게 쏠릴 가능성이 있다”고 했다. 양 계파가 모두 구심점을 잃어버린 마당에, 8ㆍ9 전당대회의 표심이 TK, PK(부산경남) 등 지역을 중심으로 재편될 수 있다는 것이다.

계파별 후보 단일화가 어려워졌다는 점도 변수다. 친박계 당권주자인 이정현ㆍ이주영ㆍ한선교 의원은 출마선언 당시부터 “인위적인 후보 단일화는 없다”며 경선 완주 의사를 밝혔다. 비박계에서는 정병국ㆍ김용태 의원이 “특정 시점에 단일화해 앞선 사람에게 힘을 실어주자”는 약속을 했지만, ‘단일화 반대ㆍ경선 완주’ 의사가 강한 주호영 의원이 당권 레이스에 뛰어들면서 새로운 단일화 논의가 필요한 시점이다. 당 선거관리위원회가 정할 당 대표 경선 후보 컷오프(예비심사)의 규모도 큰 영향일 미칠 전망이다.

한편, 이날 친박계는 윤ㆍ최 의원의 녹취록 파문에 대해 순순히 잘못을 인정하지 않고 강하게 반발하면서 ‘제2차, 3차 계파 전쟁 발발’을 예고하기도 했다. 친박계 재선인 이우현 의원은 이날 의총 직후 기자들과 만나 “(통화 녹취를 공개한 A 씨의 행동은) 인간쓰레기 같은 것”이라고 반발하며 “서 의원은 공천에 개입한 것이 없다. 능력도 안 되는 사람이 경선에 나가려 하니 윤ㆍ최 의원이 나선 것”이라고 했다. 이 의원은 이번 녹취록 파문을 “(비박계의 움직임이라고) 생각할 수도 있다”며 의구심을 비치기도 했다.

yesyep@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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