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제로는 북한으로 향하는 선박들이 ‘한국행’ 등으로 목적지를 허위로 표기한 채 운항한 것으로 드러났다. 유엔의 대북제재를 피하기 위한 조치로 보인다.

21일 미국의소리(VOA)방송이 선박 실시간 위치 정보 사이트 ‘마린 트래픽’(MarineTraffic) 자료를 분석한 결과 20일 현재 북한 남포항 방향으로 항해하던 선박 12척 가운데 실제 목적지를 남포항으로 입력한 선박은 단 3척에 불과하다고 전했다.

국제해사기구(IMO)는 국제수역을 운항하는 선박들에 선박자동식별장치(AIS)를 늘 켜두고 운항하도록 했다. AIS에는 위치 정보와 함께 운항정보도 포함돼 있어 선박의 목적지를 알 수 있다. 그러나 실제 북한행 선박들은 이를 지키지 않은 것이다.

지난 20일 중국 웨이하이항을 출발한 탄자니아 선적 갤럭시 1호는 목적지를 한국 충청남도의 대산항으로 입력했다.

그러나 이 배는 북한 서해를 향해 운항하더니 21일 자정(한국시간) 무렵 남포항을 약 30km 남긴 초도 북부 해상 지점에서 자취를 감췄다.

캄보디아 선적의 아선 3호도 지난 5일 중국 란샨항을 출발해 한국 대산항으로 향한다고 밝혔지만 8일부터 21일 사이 남포를 두 차례나 방문한 뒤 현재 중국 방향으로 움직이고 있다.

북한 선적 금강산호와 릉라 2호는 중국 텐진항을 출발하면서 각각 영국 바라(Barra)항과 불가리아 롬(Lom)항을 목적지로 밝혔다. 금진강호는 출발지와 목적지를 모두 중국 롄윈강항으로 입력해놓고 결국 남포로 갔다. 또 다른 북한 선적인 알살만호와 화성호는 목적지 정보를 아예 입력하지 않았다.

북한으로 가는 선박들이 목적지를 숨기는 이유는 화물검색을 피하기 위해서라고 VOA는 분석했다. 지난 3월 채택된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대북제재 결의 2270호는 북한발 화물은 물론 북한행 화물도 의무적으로 검색하도록 하고 있다. 만약 중국 당국이 자국 항에서 북한으로 떠나는 선박이 있다는 걸 알았다면 검색을 했어야 한다고 VOA는 전했다. 다만 중국이 실제 이들 배를 검색했는지는 확인되지 않고 있다.

AIS에 허위정보를 입력하거나 아예 AIS를 끄고 운항하는 선박을 제재할 국제 규정은 없는 상태다.

김우영 기자/kwy@herald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