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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남남갈등 커질수록 실종되는 탈북민 인권
[헤럴드경제=김우영 기자] 지난해 4월 총선을 코앞에 두고 집단 탈북 사실이 알려지면서 ‘북풍’(北風) 논란을 일으켰던 중국 내 북한식당 종업원 집단탈출이 남남갈등 양상으로 번지고 있어 정작 최우선으로 고려돼야 할 당사자들의 인권은 존중받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앞서 법원은 민주사회를위한변호사모임(민변)이 제출한 비공개 인신보호구제청구 심리를 받아들여 탈북 종업원 12명에 출석을 통보했다. 이에 따라 이들이 자진입국을 했는지, 국가에 의한 수용ㆍ보호시설 거주가 타당한지 등을 가리는 재판이 21일 오후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린다. 

통일부가 지난 4월 공개한 집단탈북종업원 사진

국정원은 즉각 이들 대신 법률 대리인을 출석시키겠다며 거부 의사를 밝혔다. 법조계 일부에서는 법원의 결정으로 북한에 남은 탈북자 가족의 안전이 위협받게 됐다고 민변의 요구를 비판하고 있으며 탈북자 관련 주무부처인 통일부 역시 “일리가 있다”며 동조했다.

탈북자 신상과 탈북관련 사항은 북한 내 탈북자 가족의 안위 및 다른 탈북자들의 신변보호를 위해 공개하지 않는 것이 원칙이다. 문제는 이런 원칙을 통일부와 국정원 등 정부기관이 깼다는 것이다. 정부는 총선을 불과 닷새 앞두고 공식 브리핑에서 이들의 입국 사실을 알리고 모자이크 처리한 사진까지 공개했다. 상당히 파격적인 조치였다. 한국과 국제사회의 대북제재에 따른 결과라는 설명까지 곁들였다.

당국의 이례적 행태는 이후 계속됐다. 다만 적극공개에서 꽁꽁 감싸기로 태도가 180도 바뀌었다. 국정원은 탈북 2개월이 넘도록 이들을 탈북자 정착지원시설인 하나원에 보내지 않고 있다. 탈북자들은 통상 2개월 간 보호센터에서 수용된 뒤 하나원에서 정착교육을 받는다. 최대 6개월까지 보호센터에서 조사를 받을 수 있지만 이는 위장탈북 등 의심스러운 경우에 해당되는 것이어서 “종업원들이 자발적 의사로 남한에 왔다”는 당국의 발표와는 상반된다. 통일부 관계자조차 “이례적”이라고 말할 정도다. 심지어 정례적인 통일연구원 북한인권연구센터의 설문조사도 가로막힌 것으로 알려졌다.

그 사이 북한은 강력 반발하며 납치극이라는 국제 여론전을 펴고 있다. 북한은 지난 20일에도 대외 선전매체를 통해 종업원 가족들의 편지를 공개하며 송환을 주장했다. 탈북자들의 얼굴과 이름도 앞서 가족 인터뷰 형식을 빌어 공개했다. 섣부른 탈북 사실 공개를 시작으로 첫 단추가 잘못 꿰어진 이번 사태가 점점 확대되면서 종업원들의 인권은 어디에서도 존중받지 못하는 처지가 된 것이다. 법원의 출석 통보 역시 남북 간 그리고 남남 간 진실공방과 갈등이 치열하게 전개되면서 발생한 잘못된 과정의 하나로 볼 수 있다. 시민사회단체들은 더이상 정치쟁점화하는 것을 자제하고 동시에 정부는 정보 독점을 깨고 종업원들이 여느 탈북자와 다름 없는 대우를 받을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kwy@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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