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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규제 족쇄 풀린 37개 기업집단, 경제 활력 불어넣을까
상대적 작은 규모에도 같은 불이익
경제여건 변화 반영, 8년만에 변경
경제력 집중·양극화 심화 우려도




이번에 정부가 상호ㆍ순환 출자가 금지되는 대기업집단 지정요건을 현행 5조원에서 10조원으로 대폭 상향조정하기로 한 것은, 지난 8년 동안의 우리나라 전체 경제규모 증가와 대기업 규모 확대 등 여건 변화가 컸기 때문이다. 이로써 지금껏 각종 제한에 묶여 있던 37개 기업짐단이 규제의 족쇄에서 벗어나 보다 공격적인 경영과 기업확대가 가능해졌다.

하지만 대기업의 영향력이 갈수록 커지는 등 양극화가 심화하고 이들의 내부거래와 이익편취, ‘갑(甲)질’ 등이 사회문제를 야기하는 상황에서 대폭적인 규제완화로 오히려 경제력 집중이 심화하고 경제민주화가 후퇴하는 것 아니냐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이에 공정거래법과 시행령 개정 과정에서 논란이 불가피하며, 특히 여소야대 정국에서 야당을 설득이 만만찮을 것으로 보인다.



▶경제규모 50% 증가 등 여건 변화 반영=공정거래위원회가 이번에 대기업집단 지정기준을 10조원으로 상향조정한 것은 현행 5조원 기준이 도입돼 시행된 2008년 7월 이후 8년 동안의 경제여건 변화를 반영해 현실화할 필요성이 높아진 결과다.

국내총생산(GDP)의 경우 2007년 1043조원에서 지난해엔 1559조원으로 49.4% 증가했고, 대기업집단의 자산합계는 같은 기간 1162조원에서 2338조원으로 101.3% 급증했다. 대기업집단의 평균 자산도 14조7000억원에서 36조원으로 144.6%나 증가했다.

공정위는 대기업집단으로 지정될 경우 공정거래법상 규제와 이 규제를 원용한 38개 법령의 규제를 동시에 받아 기업들의 규제 체감도가 높았다고 평가했다. 특히 기업집단 규모와 상관없이 동일한 규제가 일괄 적용돼 성장을 저해한다는 지적도 있었다.

실제로 정보기술(IT) 분야의 카카오(자산규모 5조830억원)나 바이오 분야의 셀트리온(5조8550억원) 같은 벤처기업들이 자산 5조원을 넘어 348조원인 삼성이나 209조원의 현대와 동일한 수준의 규제를 받아 기업 활력을 저해할 수 있다는 지적이 많았다.

공정위는 이 제도 도입 이후의 GDP 증가율, 대기업집단의 자산증가율 등을 반영할 경우 8년 전의 5조원은 현재의 7조5000억~12조2000억원에 해당한다며 중가치인 10조원을 기준으로 채택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또 대기업집단의 상하위 격차가 2009년 33.6배에서 올해 68.3배로 2배 이상 확대돼 지정기준을 2배로 높일 경우 규제대상 집단의 편차도 8년 전 수준이 된다고 설명했다.



▶경제민주화 퇴색 논란 불가피=하지만 이번 대기업집단 지정요건 완화로 대기업의 경제력 집중과 양극화가 더욱 심화하면서 경제민주화가 후퇴하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지난 8년 동안 GDP가 50% 정도 증가한 반면, 대기업집단의 전체 자산은 2배로, 이들의 평균자산은 2.5배나 증가해 현행 5조원 기준이 시행된 상황에서도 경제력 집중이 더욱 심화됐음을 보여주었다.

이에 대해 공정위는 편법승계나 사익편취 등 재벌의 폐해를 방지하고 공정한 경쟁환경을 조성하기 위해 경제민주화 정책을 지속적으로 추진 중이며, 이번에 지정요건을 변경하더라도 경제력 집중 억제 등 기존의 정책기조가 변하는 것은 아니라고 강조했다.

공정위는 특히 대기업집단 기준을 10조원으로 상향하더라도 총수 일가의 사익편취 금지와 공시 의무에 대해서는 현행의 5조원 기준을 유지한다고 설명했다. 이를 통해 경영의 투명성을 확보하고 일감몰아주기 등 불공정거래를 방지할 수 있다는 것이다.

실제 순환출자 고리수는 2013년 9만7658개에서 2014년 483개, 지난해 459개에 이어 올 1월에는 94개까지 줄었다고 공정위는 설명했다. 내부거래 비중은 2012년 17조7000억원에서 2013년 12조4000억원, 2014년에는 7조9000억원으로 매년 10% 이상 줄였다.

공정위는 “경제력 집중 억제시책을 상위집단에 집중해 정책의 실효성을 높일 것”이라고 밝히고 “지정에서 제외되는 하위집단에게는 38개 원용 법령상 규제가 일괄 면제돼 신사업 진출과 사업영역 확대 등 성장 여건이 마련될 것으로 기대한다”고 설명했다.


이해준 기자/hjlee@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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