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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기준금리 전격 인하] 한은은 왜 금리인하 카드를 택했나
미국이 벌어준 시간, 6월이 적기

최악의 경기 지표에 구조조정 덮여 한국 경제 초유의 위기감



[헤럴드경제=정순식 기자] 한국은행이 9일 금융통화위원회에서 시장의 예상을 깨고 전격적인 금리 인하 카드를 꺼내든 것은 국내 경기 부진에 선제 대응해야 한다는 위기감이 크게 작용한 것으로 분석된다.

무엇보다 한국 경제의 최대 이슈로 부상한 기업 구조조정의 후폭풍을 염두에 둔 것으로 평가된다.

앞으로 조선·해운업을 중심으로 기업 구조조정 작업이 속도를 내면 대량실업 사태 등 경제에 미칠 충격파가 클 것으로 우려된다.

[헤럴드경제=이상섭 기자] 9일 오전 서울 중구 한국은행에서 열린 금융통화위원회 본회의에 참석한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가 깊은 생각에 잠겨 있다.
babtong@heraldcorp.com
[헤럴드경제=이상섭 기자] 9일 오전 서울 중구 한국은행에서 열린 금융통화위원회 본회의에서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가 회의장으로 입장하고 있다.
babtong@heraldcorp.com
[헤럴드경제=이상섭 기자] 9일 오전 서울 중구 한국은행에서 열린 금융통화위원회 본회의에서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가 회의장으로 입장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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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울러 미국 연방금리를 결정짓는 6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의 금리 인상 가능성이 크게 약화된 현 시점이 금리를 인하할 최적의 시기라는 판단 또한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다만 이번 금리 인하로 정부의 대출 규제에도 불구하고 급증하고 있는 가계 부채에 대한 부담이 향후 적잖은 부작용을 낳을 수 있다는 점은 우려를 낳고 있다.

미국이 벌어준 시간…한은 선제적 대응 나서= 이날 한은의 금리 인하는 시장에서 예상하지 못한 이른바 ‘깜짝인하’로 평가된다.

당초 시장 안팎에서는 ‘6월 금리동결, 7월 금리인하’ 전망이 우세했다.

미국 연방금리를 결정짓는 6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가 한은의 6월 금통위 이후인 14~15일 예정돼 있기 때문에 미국 연준의 상황을 지켜본 뒤 한은이 대응에 나설 것이란 판단이 우세했던 것.

[사진=이상섭기자/babtong@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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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지난 3일(현지시간) 미국의 5월 고용지표가 나온 뒤 한은의 판단도 크게 달라진 것으로 보인다.

미국 노동부는 최근 5월 비농업부문 신규 일자리가 3만8000개 증가했다고 밝혔다.

이는 당초 시장 예상치인 16만명의 4분의1 수준에 불과한 ‘고용쇼크’로받아들여졌다.

결국 물가와 고용을 금리결정의 양대 지표로 보는 연준은 당장 6월에 추가 금리인상을 단행하기에 상당한 부담을 안게 됐고, 지난달 27일 ‘수개월 내 금리인상’을 예고했던 재닛 옐런 연준 의장은 고용지표가 공개된 이후 열린 6일(현지시간) 강연에서는 다시 ‘점진적 금리인상’이란 표현으로 바꾸기에 이르렀다.

이에 따라 미국 금리인상 시점에 6월에서 7월이나 9월로 옮겨갔다는 시각이 확산됐고, 한은이 이달 금리를 인하할 여력을 자연스럽게 가져다 주게 됐다.

사상 최저 금리 도대체 왜…투자와 소비 수출 부진에 덮친 구조조정= 한은이 가계 부채의 급증을 야기할 부작용을 예상하고 있음에도 이날 사상 최저금리를 결정한 데는 수출과 투자의 감소 등 국내 경제의 부진한 흐름이 심각한 상황에서 조선과 해운 등 구조조정의 가속화가 한국 경제에 적잖은 악영향을 줄 수 있다는 우려가 크게 작용했다. 

[사진=이상섭기자/babtong@heraldcorp.com]

대량실업을 동반하는 구조조정은 그렇잖아도 활력을 잃고 있는 한국 경제의 하강을 부채질할 가능성이 크다.

앞서 정부가 8일 발표한 ‘산업·기업 구조조정 추진계획’에 따르면 조선사들은 자구 계획으로 2018년까지 고용 규모를 30%, 설비 규모를 20% 각각 줄일 것으로 예상된다.

이같은 상황에서 경기 지표는 최악을 지나고 있어 금리 인하 필요성이 더욱 커진 것이다.

한은에 따르면 지난 1사분기 우리 경제는 설비투자(-7.4%), 민간소비(-0.2%), 수출(-1.1%) 모두 마이너스를 기록했다. 설비투자와 민간소비, 수출은 흔히 경기의 3대 축으로 불린다. 이들 지표가 모두 전기 대비 감소한 것은 글로벌 금융위기 직후인 지난 2009년 1사분기 이후 처음이다. 지표는 경기 불황이 상당히 심각하다는 점을 설명하는 주된 근거가 됐다.

이에 앞서 한은 내부에서는 금리 인하에 대한 여러 시그널이 있었다. 이주열 총재는 지난 4월 “금리 인하 여지 있다”고 말했고 지난달에는 “구조조정 파급효과를 금리 결정 때 고려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sun@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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