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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한-쿠바 첫 외교회담] “쿠바, 너마저!”…北 ‘형제국’마저 흔들ㆍ南 ‘카리브해 낙원’ 마음 얻기
[헤럴드경제=김우영 기자] 쿠바가 한국과 마주 앉은 것은 북한 입장에서 달갑지 않은 일이다. 북한으로서는 지난달 박근혜 대통령의 국빈방문을 계기로 전통적 우방국인 우간다가 군사협력 중단을 발표한 데 이어 몇 남지 않은 친구의 변심을 우려할 수밖에 없다.

쿠바는 카스트로 정권 수립 직후인 1960년 8월 북한과 수교했으며 1986년 당시 피델 카스트로 국가평의회 의장이 북한을 찾아 양국관계를 사실상 동맹관계로 격상시켰다. 2000년대 들어서도 돈독한 관계는 변함이 없었다.

군 참모총장 등 고위급 인사교류가 이어졌으며 외빈과의 접촉을 극도로 꺼리는 김정은 노동당 위원장은 지난해 방북한 쿠바의 2인자 미겔 디아스카넬 국가평의회 수석부의장을 이례적으로 만나기도 했다.

쿠바도 지난 2010년 천안함 폭침 때 유엔에서 북한 편을 들어주는 등 ‘형제국’ 관계를 유지해왔다. 


반면 남한에 대해서는 6ㆍ25전쟁 때 279만달러의 경제원조를 제공하기도 했으나 공산화 이후에는 발길을 뚝 끊었다. 1988년 서울올림픽에도 쿠바는 북한과 함께 선수단을 파견하지 않았다. 양국 정부 차원의 조약 체결도 전무하다.

그러나 사회주의권 붕괴 이후 쿠바가 개혁개방의 길로 들어서면서 상황은 달라졌다. 쿠바는 1991년 4차 공산당 전당대회를 통해 외국인 합작투자 승인 등 부분적인 개혁ㆍ개방조치를 도입했다. 지난 2014년에는 GDP 성장률 7%를 목표로 연 20~25억 달러의 외국인 직접투자를 받기 위해 외국인투자법을 개정해 소득세를 낮추고 소유권을 보장했다.

남한과의 관계도 진전됐다. 2005년 KOTRA 아바나 사무소 개설을 허용하면서 경제협력의 물꼬를 텄다. 쿠바 정부는 대외관계 다변화의 상징으로 여겨지는 대규모 항만 시설 건설사업 ‘마리엘 항구 현대화’에 우리 기업 참여를 요청하는 등 경제협력 강화에 관심을 보여왔다. 최근에는 한류 열풍이 불면서 2013년 방영된 드라마 ‘내조의 여왕’이 시청자 호응도 87.7%를 기록하는 등 한국 문화 및 한국 제품에 대한 선호도가 높아진 것으로 알려졌다.

양국의 경제, 문화 교류 진전은 정치적 협력 확대, 나아가 수교까지 이어질 수 있다는 기대를 낳고 있다. 외교소식통은 “시간문제”라며 쿠바와의 관계정상화를 긍정적으로 내다봤다.

지난달 김영철 노동당 부위원장이 부랴부랴 쿠바를 방문해 라울 카스트로 국가평의회 의장을 만나 김정은 위원장의 친서를 전달한 것도 남한과 쿠바 관계 진전에 위기감을 느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미국과 국교정상화를 비롯해 대외관계 개선을 위해 노력하는 쿠바에게 핵실험 등으로 고립을 자초하는 북한은 ‘옛정’만으로 관계를 이어가기 어려운 상대다. 다만 쿠바는 서방과의 관계개선과 함께 전통적 우방국들과도 관계를 지속한다는 입장을 견지하고 있어 한ㆍ쿠바 수교까지는 다소 시간이 걸릴 것이라는 관측도 제기된다.

kwy@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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