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후위기시계
실시간 뉴스
  • 유승민, 박근혜 정조준…“한국은 진짜 공화국이 아니다”
"공화주의 기초한 보수혁명 필요" 수차례 강조, 개혁보수 세력화 '단초'

1시간 30분 강연에서 '헌법' 단어만 12번 사용…朴 정부 향해 날선 비판

[헤럴드경제=이슬기 기자] “헌법 1조 1항의 지엄한 가치를 지키고 싶었다”. 질곡의 정치인생을 헌법 낭독으로 마무리하는 듯했던 유승민 무소속 의원(새누리당 전 원내대표)이 돌아왔다. 귀환의 일성 역시 헌법이다. 헌법 각 조항을 조목조목 짚어가며 대한민국의 현 상황을 강하게 비판했다. 박근혜 정권의 급소를 아슬아슬하게 빗겨나도록 일부러 겨냥한 화살이자 칼날이다. 유 의원은 특히 “따뜻한 보수, 정의로운 보수를 지향하는 보수혁명이 필요하다”며 “국민 중 스스로 보수라고 생각하는 분이 30%는 된다. 즉, 보수 세력이 변하면 대한민국이 변할 수 있다”고 개혁보수 세력에 대한 지지를 촉구했다.

[일러스트=박지영]

유 의원은 31일 오후 성균관대학교에서 ‘경제위기와 정치의 역할’을 주제로 특강을 진행했다. 이 자리에서 유 의원은 그 어떤 말보다 ‘헌법’이라는 단어를 자주 사용했다. 약 1시간 30분 동안 이어진 강연에서 헌법은 모두 12번이나 등장했다. 이른바 ‘헌법 정치’의 2막 시작이다. 유 의원은 특히 ‘대한민국은 민주공화국이다. 대한민국의 주권은 국민에게 있고, 모든 권력은 국민으로부터 나온다’는 헌법 1조를 예로 들며 “현재 대한민국은 공동체 붕괴 위험에 처해있다”고 강조했다.

“계층과 신분이 대물림되고, 능력주의가 파괴되며, 부패ㆍ불공정이 만연하는 등 사회정의가 무너진 (현재 대한민국) 사회는 헌법 1조가 말하는 ‘공화국’이 아니다”라는 것이 유 의원의 주장이다. 유 의원은 이어 <어느 한 사람이라도 교육받은 자들 사이에서 교육받지 못한 채 고통받고 있는 한, 그리고 어느 한 사람이라도 일할 수 있고 또한 일하고자 하는데도 일자리가 없어 가난 속에서 하는 일 없이 지내야 하는 한 조국은 없다>는 주세페 마치니(이탈리아 독립운동가)의 말을 인용하며 “이는 우리나라의 현실에도 맞는 이야기”라고 강조했다. 현 정권에서 불통과 불평등이 강화되고 있음을 애둘러 비판한 것이다.

유 의원은 아울러 “우리 헌법 11조에는 ‘모든 국민은 법 앞에 평등하다’고 돼 있다”며 “그러나 최근 발생한 정운호 게이트 사건만 봐도 ‘유전무죄, 무전유죄’가 반복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이런 것들 때문에 불공정과 부정부패에 대한 국민의 매우 인식이 좋지않다”고 지적했다. 국민들의 ‘희망의 사다리’가 무너지고 있다는 이야기다. 이에 따라 유 의원은 “헌법 가치를 지키는 것이 진정한 보수”라며 “과거 박정희 대통령이 5ㆍ16 쿠데타 이후 만든 군사정권과 정당의 이름이 ‘공화당’이라서 대중이 공화를 아무렇지 않게 생각하는데 그렇지 않다. 절망의 시대에 따뜻한 보수를 지향하는 ‘보수혁명’이 필요한 이유”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유 의원은 또 “헌법에는 시장경제만 있는 것이 아니라 경제민주화ㆍ정부개입의 단서도 있고, 성장만 있는 것이 아니라 복지도 있고, 자유만 있는 것이 아니라 평등ㆍ공정도 있다”며 “헌법을 있는 그대로 읽어야 한다. 자기가 보고 싶은 것만 골라서 읽어서는 안 된다”고 촉구했다. 평등과 분배 대신 성장과 자유만을 강조한 국내 상황에 일침을 놓은 것이다. 유 의원은 마지막으로 “보수뿐 아니라 진보도 공화주의로 가야 한다”며 “국민 중 스스로 보수라고 생각하는 분이 30%는 된다. 즉, 보수 세력이 변하면 대한민국이 변할 수 있다”고 개혁보수 세력에 대한 지지를 촉구했다.

yesyep@heraldcorp.com
맞춤 정보
    당신을 위한 추천 정보
      많이 본 정보
      오늘의 인기정보
        이슈 & 토픽
          비즈 링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