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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슈퍼리치]‘베끼기 반복’ 이랜드그룹의 ‘묘한’ 경영
-지난해 세차례 도용논란 겪은 이랜드그룹 ‘카피캣’ 오명
-보세옷 판매로 시작한 이랜드 ‘무단도용 인식 미흡’ 지적
-박성수 회장, 지주사 이랜드월드로 29개 계열사 지배


[헤럴드경제=슈퍼리치팀 천예선ㆍ민상식 기자] “문제가 됐던 제품 소싱 방식이나 검증 시스템을 완전히 바꿔 추후 이 같은 일이 재발되지 않도록 하겠다.”

지난해 5월 이랜드의 팬시·리빙 SPA(제조 유통 일괄형) 브랜드 ‘버터’가 총 13개의 디자인 무단 도용 제품을 판매한 사실이 밝혀진 이후 이랜드 측은 이같이 공식사과했다. 이는 같은해 2월 이랜드의 여성의류 브랜드 ‘미쏘’의 중소브랜드 제품 도용논란 이후 불과 3개월 밖에 지나지 않은 시점이었다.

공식사과 이후 4개월이 지난 같은해 9월에는 김연배 이랜드 리테일 대표가 특허청 국정감사에 증인으로 출석해 국내 중소기업의 장식물 디자인을 도용한 것에 사과하기도 했다.

이랜드 로고


하지만 말뿐인 사과였다. 몇달 지나지 않아 이랜드의 베끼기 논란은 또 다시 불거졌다. 

지난해 11월 이랜드그룹의 신발 브랜드 ‘폴더’가 국내 한 소규모 업체의 머플러 제품 디자인을 무단 도용해 판매한 사실이 드러났고, 논란이 일자 매장에서 상품을 전량 철수했다.

또 이랜드의 신발 SPA 브랜드 슈펜은 이탈리아 브랜드 ‘조슈아 샌더스’의 신발 디자인을 도용했다는 비판을 받았다.

패션 대기업 이랜드는 잘 나가는 제품의 디자인을 그대로 베낀 일명 ‘카피캣’ 제품을 출시하는 대표적인 기업으로 꼽힌다. 특히 지난해에만 세 차례 도용논란을 겪는 등 공식사과 후에도 여전히 디자인 베끼기를 되풀이하고 있다는 비판이 거세다.

도용 논란을 겪은 이랜드 폴더의 제품(왼쪽)과 레이버데이의 머플러 제품

전문가들은 이랜드의 카피캣 논란이 반복되는 이유에 대해 패션 업계의 관행, 무단도용에 대한 경영진의 관대함 등이 복합적으로 얽혀 있기 때문이라고 설명한다.

일각에서는 이랜드의 출발점에서 그 이유를 찾기도 한다. 

이랜드의 시작은 세금을 내지 않는 ‘보세의류’ 판매였다. 박성수(63) 이랜드그룹 회장은 1980년 서울 이화여대 앞에 ‘잉글랜드’라는 옷가게를 차리고, 수출하고 남은 보세 의류를 떼어와 판매했다. 당시 보세옷은 수출을 명목으로 세금을 내지 않은 의류를 뜻했다.

이후 박 회장은 “정직하게 세금을 내야겠다”고 결심한 이후 보세의류 판매를 중단하고, 직접 디자인한 브랜드 제품을 생산해 팔았다.

도용 논란을 겪은 이랜드 슈펜의 제품(왼쪽)과 조슈아 샌더스 신발 제품


업계에서는 기본적으로 일부 디자이너 사이에서 다른 회사의 디자인을 참조하는 것을 당연하게 여기는 관행이 이번 사태를 초래했다는 것이 중론이다.

그러나 이랜드 그룹의 사세가 급격하게 성장하면서 발생하는 문제점이라는 지적도 있다. 중국을 필두로한 아시아 시장에서 빠르게 성장하면서 그룹의 외연은 크게 늘어났지만, 아직 내부적으로 사세에 걸맞는 시스템이 구축되지 못했다는 이야기다. 회사측 역시 이런 부분 개선에 애쓰고 있다는 분위기다. 

실제로 카피논란이 불거진 이후 박성경(59) 이랜드그룹 부회장은 디자인 표절에 대해 디자이너 통제가 안되는 부분이 있다며 관련 교육을 강화할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박 부회장은 올 초 중국 상해에서 열린 기자회견장에서 “그룹 내 디자이너가 1500명이 넘는데, 브랜드마다 엄청난 디자인이 쏟아져 나와 일일이 확인하기 어렵다”면서 “디자이너의 양심에 맡기는데 통제가 안되는 부분이 있다. 앞으로 이런 일이 일어나지 않도록 관련 교육 등을 계속 강화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표절을 해 문제가 된 디자이너들은 대부분 경력직으로 회사에 들어왔다가 현재는 퇴사를 했다는 공통점이 있다”고 덧붙였다.

한편 아시아를 대표하는 패션 유통 기업의 하나로 성장한 이랜드지만, 회사의 지배구조는 박성수 회장 개인에 집중돼 있다.

이랜드그룹은 박 회장이 주식자산을 대부분 홀로 보유해 그룹의 모든 의사 결정을 박 회장이 직접 결정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런 이유로 회사의 여러 불합리한 관행을 개선하기가 쉽지 않다는 지적이다.

이랜드는 국내 29개 계열사 가운데 이월드 한 곳만 상장해 있으며, 지주사 이랜드월드를 통해 대부분의 계열사를 직·간접 지배하고 있다.

이랜드월드는 박성수 회장 지분(40.59%)을 제외한 대부분이 자사주(44.71%)로 이뤄져 있다. 자본총계를 기준으로 집계한 박 회장의 이랜드월드 지분평가액은 1조863억원에 달한다. 

박 회장의 부인인 곽숙재 여사가 이랜드월드의 지분 8.05%, 이랜드복지재단이 5.7%의 지분을 갖고 있다. 그 외 자녀를 비롯해 친인척은 지분을 전혀 갖고 있지 않다. 

친오빠인 박 회장과 함께 그룹을 이끌어 온 박성경 부회장은 이랜드그룹의 주식을 하나도 보유하고 있지 않다.

이화여자대학교 섬유예술학과를 졸업한 박 부회장은 이랜드 브랜드 ‘헌트’ ‘브렌따노’ ‘로엠’ 등의 의류 디자인을 직접 맡아 지금의 이랜드를 키워내는 데 공을 세웠다.

박 부회장의 아들 윤충근(가명 윤태준) 씨는 아이돌그룹 ‘이글파이브’ 출신으로 2011년 12월 4세 연상의 연예인 최정윤 씨와 결혼해 유명세를 타기도 했다.

mss@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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