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트남 정부지도자들이 경제개발 초기인 2004년부터 한국의 발전경험을 나눌 수 있어 큰 도움이 됐죠. 이제는 민간의 경제역량을 키워야 하는데 한국의 재벌 대기업 사례를 벤치마킹하려 합니다.” (베트남 개발전략연구소 판 응옥 마이 프엉 부원장)
새로운 ‘기회의 땅’ 베트남에서 한국의 대외 공적원조 기관인 대외경제협력기금(EDCF)과 한국의 발전경험을 개도국에 전수해주는 지식공유사업(KSP)이 한국경제에 대한 우호적인 바람을 일으키는 쌍두마차 역할을 하고 있었다. 그 현장을 돌아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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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판 응옥 마이 프엉 베트남개발전략연구소 부원장. 한국의 개발경험을 주제별로 모듈화해 지원하는 정책 자문사업이 베트남 경재개발계획 수립에 큰 도움이 되고 있다며 지원 확대를 요청했다. [사진=이해준 기자] |
▶고도성장 초기 중국을 닮은 베트남=최근 돌아본 수도 하노이와 남부 최대도시인 호찌민은 1990년대 중반 ‘꿈틀거리던’ 중국을 그대로 닮아 있었다. 하노이에는 오래된 저층건물 사이에 60~70층을 넘는 현대식 건물들이 불규칙하게 삐죽삐죽 들어선 것이 개발초기 베이징과 똑같았다. ‘사이공의 눈물’이 어린 호찌민에는 프랑스 식민시기 유적이 ‘개발’ 이전의 상하이를 연상시켰다.
공산당 1당 지배체제를 유지하며 사회주의 시장경제를 추구하는 것도 마찬가지다. 정부 주도로 한정된 자원을 전략적으로 배치하면서 계획경제와 시장경제의 장점을 조합하려는 베트남을 ‘제2의 중국’ 또는 ‘작은 중국’이라 불러도 손색이 없어 보였다.
사이공ㆍ호찌민과 그 인근, 남부의 메콩강 하류지역까지 곳곳에선 개발의 굉음이 울려퍼지고 있었다. 미국을 상대로 한 전쟁에서 승리를 거둔 유일한 국가라는 국민적 자존심이 향후 베트남의 경제개발과 사회통합의 원동력이 될 것이 확실해 보였다.
실제로 베트남은 최근 세계경제가 침체에 빠진 상태에서도 6%대 성장을 지속하며 그 가능성을 유감없이 보여주고 있다. 인구가 9000만명에 달하고, 석유ㆍ천연가스 등 자원도 풍부하며, 지난해 1인당 국내총생산(GDP)이 2171달러로 개발 여지가 많다.
베트남의 진짜 모습을 보려며 “빨리, 그것도 가능한 10년 이내에 방문하라”고 할 정도로 베트남은 빠르게 변모하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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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판 응옥 마이 프엉 베트남개발전략연구소 부원장. 한국의 개발경험을 주제별로 모듈화해 지원하는 정책 자문사업이 베트남 경재개발계획 수립에 큰 도움이 되고 있다며 지원 확대를 요청했다. [사진=이해준 기자] |
▶EDCFㆍKSP, 한국경제 ‘바람’ 일으킨다=베트남은 한국에도 매우 중요한 시장이다. 주력 수출시장이 침체한 가운데서도 대(對) 베트남 수출은 지난해 24%, 올해에도 10% 이상 유일하게 증가하면서 중국과 미국에 이은 3대 수출시장으로 자리 잡았다.
현지에서 만난 한국수출입은행 하노이사무소의 박종규 소장은 “베트남 정부는 2016~2020년 사회경제개발계획 기간 중 6.5~7% 성장을 위해 총 4800억달러의 투자를 계획할 정도로 경제개발에 강한 의욕을 갖고 있다”며 큰 기회가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에 EDCF는 지금까지 전체 대외원조의 20.5%인 24억달러를 베트남의 도로ㆍ교량 등 교통, 수자원 등에 지원했고, 한국개발연구원(KDI)이 수행하는 KSP 사업 59건을 통해 경제개발 전략부터 부실채권 정리 노하우까지 전수하며 관계를 공고히 하고 있다.
호찌민시에서는 메트로 사업 타당성 조사사업을 시작으로 사회간접자본(SOC) 사업을 추진하고 있고, 메콩강 하류 껀터지역에서는 메콩강 남북을 연결하는 총 연장 2.97km의 밤콩대교 건설공사가 섭씨 35~40도의 폭염을 뚫고 한창 진행중이었다.
껀터대교는 동남아 최대경제권인 메콩강 하류 델타지역의 화물운송 시간을 최대 3시간 단축할 수 있는 대역사다. EDCF 차관 2억달러가 지원돼 한국의 GS건설이 시공하고 있는 이 대교가 완공되면 한국 공적원조의 랜드마크로 우뚝 서게 된다. 베트남 경제 지도자들은 한국에 강한 호감을 보이며 적극적인 지원을 요청했다. 과거 베트남 전쟁의 악몽은 보이지 않았다.
베트남 경제개발계획의 산실 역할을 하는 개발전략연구소(VIDS)의 판 응옥 마이 프엉 부원장은 “베트남은 1986년부터 시장경제로 전환해 이제 인프라와 인력개발, 민간역량 확대 등의 과제를 안고 있다”며 “한국의 적극적인 지원을 희망한다”고 강조했다.
hjlee@heraldcorp.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