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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세상속으로-최영진 중앙대 정치국제학과 교수] 첫 만남, 그리고 협치의 기준
오는 13일 박근혜 대통령과 3당 원내대표, 정책위원장이 청와대에서 회동하게 된다. 지난 10일 국무회의에서 박 대통령이 밝혔듯이 “정부와 새 원내지도부 간 대화와 타협을 통해 민의를 최우선으로 하는 정치가 이루어지길” 온 국민이 기대한다. 그러나 지금까지 박 대통령의 태도로 봐서 기대보다 우려가 큰 것도 사실이다.

지난 4월 26일 언론사 편집ㆍ보도국장과의 간담회에서 알 수 있듯 박 대통령의 태도나 입장은 크게 변하지 않았다. 대표적 사례가 4.13 총선에 대한 평가다. 대통령은 잘못한 게 없고 민생을 외면한 식물국회에 대한 국민의 심판으로 해석한 것이다. 한 보수언론의 수석논설위원이 “내 귀를 의심했다”고 경악했을 정도다. “마치 다른 시공간에서 온 사람 같다”는 평가가 과하게 느껴지지 않는 이유다. 

박 대통령의 현실의식은 이처럼 일반 국민의 생각과 동떨어져 있다. 많은 이들이 “대통령이 변해야 한다”고 지적하지만 그리 변할 것 같지 않다. 이제 변하지 않는 대통령과의 대화를 성공적으로 이끌 방법을 찾아봐야 한다.

우선 야 3당이 너무 몰아붙이거나 서두르지 않는 게 좋겠다. 서로를 이해하기 위한 첫 만남 정도로 이해하자. 첫 만남부터 자신의 입장을 강변하는 건 현명하지 않다. 감성적 교감이 첫 만남의 목표가 되어야 한다. 차이를 강조하기보다 서로의 사정을 들어주고 수긍하는 그런 정감어린 자리 말이다. 야당은 국회에 대한 대통령의 섭섭함을 대통령의 입장에서 이해하려는 역지사지(易地思之)의 자세를 갖고 들어가야 한다.

예전 노무현 대통령도 “대통령 해먹기 힘들다”고 하지 않았던가. 입법 권력을 장악한 야당으로서 승자의 관대함이 필요한 이유다.

그래서 이번 회동에 정책적 차원의 구체적인 성과를 욕심낼 필요는 없다. 서로에게 특별한 양보를 요구하지 않는 작은 합의를 이끌어내는 것도 의미가 크다. 대통령과 당 대표와의 회동을 정례화하는 수준의 절차적 성과가 그런 것이다.

가능하다면 타협의 원칙 같은 걸 논의해도 좋다. 구체적인 사안에 대해선 의견차이가 첨예하기 때문에 불화만 가중시킬 것이다. 정부에 대해 도와줄 건 도와주고 견제할 건 견제한다는 게 야당의 일관된 입장이었다. 그렇다면 대통령의 정책에 대해 도와준다는 게 무엇을 말하는지 그 기준에 대한 상호이해가 있어야 한다.

무엇보다 정부의 정책목표에 동의할 경우 협력은 가능할 것이다. 목표를 달성하기 위한 정책수단에 대해선 서로가 보다 유연해질 필요가 있다. 작년 5월 박 대통령과 여야대표의 회동에서 공무원연금 개혁에 합의했던 게 좋은 사례이다. 일정과 방식에 있어 입장 차이가 있었지만 정책 목표를 공유했기 때문에 타협에 이를 수 있었던 것이다.

또 다른 원칙으로 ‘회복가능성’(recoverability)을 고려하는 것이다. 야당 입장에서 정부정책이 마음에 들지 않더라도 원상회복이 가능한 정책이라면 충분히 양보할 수 있다는 것. 세금 관련 정책 대부분이 여기에 속한다. 부자감세나 부자증세는 경제사정에 따라 달라질 수 있다. 역사교과서 국정화도 다음에 다시 검인정으로 바꿀 수 있다. 그러나 환원 불가능한 구조적 변화를 가져오는 정책에 대해서는 반대할 수밖에 없다. 되돌릴 수 없는 일은 막아야 한다.

‘조건부 수용’도 있다. 특정 정책을 도입하되 야당이 우려하는 상황이 발생할 경우 정책 추진의 중단 혹은 폐기하도록 하는 것이다. 특정 정책이 어떤 결과를 가져올지 현 시점에서 확정적으로 추정하기 어렵다. 모두 예측에 기반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럴 경우 조건부 수용을 통해 합의에 도달할 수 있다.

협치(協治)의 본질은 양보에 있다. 서로가 양보하지 않고서는 협력은 불가능하다. 당장 무엇을, 어떻게 양보할 것인가 고민할 것이 아니다. 양보의 원칙과 기준부터 세우는 일이 협치의 출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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