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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제재 후 첫 미국땅 밟은 리수용, 대화가 필요해?
[헤럴드경제=김우영 기자] 리수용 북한 외무상이 20일(이하 현지시간) 새벽 미국 뉴욕에 도착했다. 지난 1월 4차 핵실험 이후 처음으로 리 외무상이 미국을 찾았다는 점에서 한반도 정세 변화 가능성이 주목된다.

리 외무상은 전날 북한 고려항공 편으로 중국 베이징에 도착한 뒤 아랍에미리트(UAE) 두바이 국제공항을 거쳐 뉴욕 존 F. 케네디국제공항에 이날 오후 2시 30분께 도착했다.

리 외무상이 미국을 찾은 이유는 오는 22일 뉴욕 유엔본부에서 열리는 파리 기후변화 협정 서명식에 참석하기 위해서다. 리 외무상은 21일 유엔본부에서 열리는 ‘2030 지속가능개발목표’(SDG) 고위급회의에 참석해 발언할 것으로 알려졌다.

한국과 국제사회는 리 외무상의 방미 목적이 다른데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22일 예정된 서명식은 지난해 12월 채택된 파리협정에 대해 각국 고위급 인사가 서명하는 절차로, 표면적으로는 장관급인 리 외무상이 참석하는 게 이상할 건 없다. 우리 정부도 윤성규 환경부장관이 수석대표로 서명식에 참석한다.




그러나 4차 핵실험과 그에 따른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및 관련국의 제재가 강화된 국면에서 리 외무상이 처음 미국을 찾았다는 점에서 발걸음 하나하나가 예사롭지 않다. 리 외무상은 지난해 9월 제70차 유엔총회에 참석하기도 했지만 실무회담에 모습을 드러내는 건 처음이다.

때문에 리 외무상이 서명식을 계기로 유엔 무대를 활용해 국제사회의 대북제재 부당성을 주장하고 현재의 ‘강 대 강’ 국면을 전환하기 위한 대화를 시도할 것이란 관측이 제기된다. 북한은 잇따른 미사일 도발과 선제공격 위협에 이어 5차 핵실험까지 강행하겠다는 의지를 지속적으로 내비치고 있다. 이에 맞서 한국과 미국, 일본은 “5차 핵실험 시 더 강력한 제재”를 한 목소리로 경고했다. 이처럼 서로가 상대에게 먼저 변화할 것을 요구하는 상황에서 북한이 교착 상태에 빠진 미국과의 대화를 재개할 계기를 만들 필요가 있었을 것이란 설명이다.

문제는 리 외무상의 방미가 실제 대화를 위한 진지한 목적에 따른 것인지 아니면 대화를 위한 대화에 불과한지 섣불리 판단할 수 없다는 것이다. 박형중 통일연구원 부원장은 “특별한 제안을 갖고 가는 것은 아닐 것”이라며 “미국의 (대북정책) 분위기를 떠보기 위해 자신들도 대화 노력을 한다는 제스처를 보이려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반면 궁지에 몰린 북한이 평화협정과 비핵화 논의를 구체적으로 꺼내들 것이란 전망도 있다.

이는 결국 리 외무상이 미국에서 얼마나 활발하게 접촉 노력을 이어가 누구를 만나 어떤 이야기를 하는지에 달렸다. 특히 존 케리 미국 국무부 장관과 만남이 성사될지 주목된다. 북한으로서는 고위급 담판을 통해 자신들이 원하는 협상의 실마리를 찾을 수 있기 때문이다. 설사 구체적인 성과를 얻어내지 못하더라도 미국과 마주앉았다는 사실만으로 제재 일변의 현재 국면에 변화를 초래할 수 있다.

일단 미국은 북한과 대화를 위해서는 태도변화가 먼저라는 점을 못 박으며 케리 장관이 리 외무상을 만나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이날 존 커비 국무부 대변인은 “케리 장관과 리 외무상의 만남이 있을 것으로 보지 않는다”며 “우리는 북한의 행동을 보고 판단한다”고 말했다. 이어 “우리가 원하는 것은 한반도 비핵화, 그리고 지금도 계속되는 도발을 멈추려는 북한의 결연한 노력과 의지”라며 “말과 행동으로 비핵화 준비가 돼 있음을 보여야할 책임은 북한에 있다”고 말했다. 북한이 먼저 전향적인 자세를 보이지 않는 한 무턱대고 만날 일은 없다는 뜻을 분명히 밝힌 것이다. 우리 정부 역시 리 외무상은 물론 북한과 유엔에서 접촉할 계획은 없다고 밝혔다.

리 외무상이 ‘빈 손’으로 돌아갈 경우 한반도 긴장은 한층 커질 것으로 전망된다. 북한으로서는 리 외무상을 미국에 보낼 만큼 나름대로 대화 노력을 했다는 명분을 국제사회에 과시할 수 있다. 고유환 동국대 교수는 “북한은 케리 장관과 만남이 불발될 경우 대화 노력도 없이 압박만 가한다는 논리로 ‘내 갈 길을 가겠다’고 나올 수 있다”면서 “추가 핵실험이나 미사일 발사의 명분으로 활용할 것”이라고 말했다.


kwy@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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