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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책임공방·복당·비대위 구성 신경전…정신 못차린 與
‘친박-비박’간 첨예한 대립


또 ‘임시변통’식의 ‘상황논리’다. 당 안팎의 조건상 어쩔 수 없다는 핑계다. 근본적 혁신은 뒤로 미뤘다. ‘시간이 없어서’, ‘사람이 없어서’라는 핑계가 막장 공천 파동을 불러왔고 결국 총선참패의 화가 됐지만, 이를 벗어날 의지도 전략도 주체도 안 보인다. 새누리당은 최고위원회가 일괄사퇴해 당지도부가 사실상 와해된 상황에서 새롭게 추대된 비상대책위원장마저 신임을 못 받는 최악의 ‘권력 공백 상태’에 빠졌다. 하루도 아쉬운 상황에서 새누리당은 18일 아무런 회의 일정도 못 잡았다. ‘식물 상태’에 빠진 당의 위기 그대로다.

지난 14일 새누리당은 긴급최고위원회의를 열어 총선참패의 책임을 지고 김무성 대표를 포함한 최고위원들이 일괄 사퇴한다고 발표했다. 당연직 최고위원이자 ‘친박’으로서 총선참패의 책임에서 자유로울 수 없는 원유철 원내대표를 비상대책위원장으로 앉혔다. 김태호 최고위원은 “외부인 영입에 대한 이야기도 있었지만 가장 빠른 시일 내에 다음 지도부 출범시키는 게 중요하다는 판단“이라고 이유를 댔다. 복당에도 상황 논리를 적용했다. 당헌당규를 위반했다고 판단해 총선 전에 공천 배제 했더라도 “국민이 선택한 사람이라면 그걸(당헌당규 위반) 뛰어넘는 명분이 충분히 주어질 수 있다, 그렇게 해석할 수 있다”고 했다. 아전인수다. 당 정체성과 박근혜 정부 국정운영과의 합치보다도 제1당으로서의 의석 확보가 더 급하다는 얘기다. 총선참패의 책임자로 비대위원장을 맡는 것이 적절하느냐는 지적에 대해 원 원내대표 스스로도 “공감하지만, 물리적으로 신속하게 차기 당지도부 구성해야 하기 때문에 당내 사정을 잘 아는 사람이 하는 게 좋지 않겠냐는 말이 있어서 내가 하게 됐다”고 했다. 5월초에 원내대표를 뽑아 비대위원장의 역할을 맡게 해야 하지 않느냐는 질문에는 “미리 말씀드릴 수 없다”고 답을 흐렸다. 복당에 대해서도 “내 개인적인 입장을 말할 때가 아니다”라고 했다.

당지도부의 무원칙 대책에 대해 당 내에서도 거센 비판이 나왔다. 김세연ㆍ이학재ㆍ황영철ㆍ오신환ㆍ주광덕 등 당선자들은 공동으로 “선거 패배를 책임지고 물러난 지도부는 비대위원장을 추천할 명분도, 권한도 없다”며 사실상 원 원내대표의 비대위 체제를 거부했다.

범비박계로 4ㆍ13 총선에서 재선 고지를 밟은 하태경 의원도 18일 TBS라디오 ‘열린아침 김만흠입니다’에 출연해 “총선참패에 친박은 70%, 비박은 30%의 책임이 있다”며 “이한구, 최경환, 김무성 등은 책임질 위치에 있는 분들로 2선 후퇴하고 백의종군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한구 공천관리위원장은 더 이상 장관 등 임명직, 공직을 맡지 않아야 하며 최경환, 김무성은 당의 경선에 나가지 말아야 한다는 견해도 밝혔다. “원 원내대표도 명예롭게 2선 후퇴할 필요가 있다, 비대위원장은 외부에서 영입하고 본인은 물러가야 한다”고도 했다.

이처럼 총선참패 책임과 복당 허용 문제로 친박과 비박계간 입장이 첨예하게 대립하고 비대위 및 당지도부 구성에도 이견이 속출하면서 새누리당의 쇄신작업은 큰 차질을 빚을 것으로 전망된다. 


이형석 기자/suk@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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