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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대 총선, 한국 정치 사회의 ‘터닝 포인트’
[헤럴드경제=이형석 기자]‘여소야대’의 결과를 낸 20대 국회의원 총선거는 한국 정치, 그리고 우리 사회의 ‘터닝 포인트’로서의 신호를 보여줬다. 연령별 인구 구성과 정치 참여도, 지역ㆍ세대별 투표성향, 좌우 이념지형에서 주목할만한 변화의 지표를 나타냈다.


▶고령화 사회의 징후ㆍ세대간 대결양상 표면화

먼저 이번 선거는 60대 이상의 고령층의 유권자수가 다른 연령대를 압도한 사상 첫 선거였다. 유권자수가 전체 인구의 80%를 넘은 것도 이번이 처음이었다. 우리 사회가 본격적인 고령화 사회로 접어들어 이것이 정치에도 중요한 결정적 요소가 됐음으로 나타낸 것이다. 


이번 총선에서는 인구 10명 중 8명이 유권자였다. 선거인명부 기준 4205만 3278명으로 전체 인구 5162만 3294명 중 81.5%에 달했다. 이중 60대 이상은 약 984만여 명으로 전체 유권자의 23.4%에 이르렀다. 이전까지 모든 선거의 승패를 좌우했던 40대는 884만 여명(21%)으로 집계됐다. 반면, 2030의 비중은 34.1%로 19대 총선(37%)에 비해 줄었다.

고령화 사회의 추세대로라면 60대 이상은 더욱 늘고, 20~30대의 유권자들은 해마다 줄 것으로 예상된다. 전사회적으로 볼 때 고령층의 경제적 부담까지 떠안아야 하는 ‘부양층’으로서의 젊은 세대와 은퇴ㆍ연금생활 등으로 ‘피부양층’이 될 수밖에 없는 60대 이상 세대의 투표 성향이 선거에서 막대한 중요성을 갖게 됐다. 세대간 갈등이나 대립 양상이 투표를 통해 드러날 수도 있다.

이번 총선에서도 2030과 60대 이상간의 표심이 극명하게 갈린 것으로 분석됐다. KBS 출구조사에 따른 세대별 투표율은 20대 49.4%, 30대 49.5%, 40대 53.4%, 50대 65.0%, 60대 이상 70.6%로 나타났다. 20대와 30대의 투표율은 절반에 못 미치는 수준으로 50대와 60대 이상에 비해 여전히 낮았지만 지난 총선에 비해 높아졌다. 앞서 19대 총선의 세대별 투표율은 20대 36.2%, 30대 43.3%, 40대 54.1%, 50대 65.1%, 60대 이상 69.9%였다. 총선 전의 세대별 투표 의향 및 지지성향 여론조사와 전문가들의 의견을 종합하면 이번 선거에서는 진보ㆍ개혁 성향의 ‘앵그리 영 보터’(2030세대)의 적극적인 투표 참여가 여소야대를 이끌어낸 것으로 분석된다. 


▶지역구도의 변화

4ㆍ13 총선 결과 30~40년간 공고히 이어져오던 한국 정치의 지역구도도 재편되는 양상이다. 대구와 부산 등 야권진입을 허용치 않던 보수의 아성이 깨졌다. 호남과 야권 주류 세력의 결합은 처음으로 와해됐다. 영ㆍ호남의 균열 속에 야권주류가 수도권 압승만을 발판으로 처음으로 제 1당이 됐다. 여권 최후의 보루가 될 것이라고 예상됐던 서울 강남벨트의 한 축도 무너졌다. 특정 정당의 깃발만 들면 꽂을 수 있는 지역은 없어졌다. 특정 지역의 1당 독식구조도 깨졌다.

새누리당 패배는 보수의 심장이자 박근혜 대통령의 정치적 고향인 대구에서도 예외가 없었다. 야권 진입을 30여년간 허용하지 않던 대구에서 김부겸 더민주 후보와 홍의락 야권 무소속 후보가 당선됐다. 비박 무소속 당선자도 2명이 나왔다. 새누리당은 19대에서 전석을 석권했던 대구의 총 12석 중 3분의 1인 4석을 잃었다. 부산도 마찬가지다. 1990년 김영삼 전 대통령의 민주자유당 합당으로 전통 야도에서 여당의 텃밭이 됐던 부산에서도 야권 및 무소속 후보가 6곳에서 당선됐다. 3분의 1이다. 26년만에 최다다. 울산(총6석)에서는 김무성 새누리당 대표가 선거운동에서 ‘종북세력’이라고 비판했던 노동운동가 출신 야권 무소속 2명과 비박 무소속 후보 1명이 당선됐다.

5ㆍ18 광주항쟁 이후 36년간 계속됐던 야권 주류와 호남지역간의 결합도 와해됐다. 제2야당인 국민의당이 28석 중 23석을 석권했다. 새누리당도 2석이나 얻었다. 더민주는 3석을 얻는데 그쳤다.

이에 따라 영남과 호남 모두에서 여야 세력의 이념ㆍ노선적 분화도 전망된다. 영남지역에서는 친박과 비박이 안보ㆍ경제 노선에서 강경보수와 온건ㆍ합리적 보수로 차별화할 가능성이 적지 않다. 대구와 부산을 중심으로 야권의 세력화도 전망된다.

더민주의 수도권 압승도 주목할만하다. 호남 텃밭을 국민의당에 내줬지만 지역구 253석 중 전국 최다인 122석이 걸린 수도권(서울ㆍ인천ㆍ경기)에서 82석을 차지했다. 더민주의 전신인 민주통합당은 19대에선 65석을 얻었다. 대폭 늘어났다. 연이은 압승은 더민주가 전통적인 지역감정과는 다른 새로운 유형의 지역적 헤게모니를 수도권에서 구축할 수있다는 가능성을 보여준다. 도시에 거주하는 개혁ㆍ진보적인 중산층의 정당으로서 입지를 굳힐 기회를 얻은 것이다.

더민주는 수도권에서 새누리당의 텃밭으로 꼽히는 서울 강남벨트(8곳)에서도 3곳을 얻었다.

▶이념지형의 변화…합리적 중도층의 강화

한국 정치지형의 전통적인 좌우대립구도가 해체와 변화 국면을 맞이했음을 뚜렷히 보여줬다. 강경 보수ㆍ진보의 양극단은 약화되고, 전반적인 중도화 추세를 분명하게 드러냈다.

먼저, 이번 선거에선 ‘좌우를 아우르는 합리적 중도 세력’을 표방한 국민의당의 선전이 두드러졌다. 국민의당은 더민주의 탈당파가 주축이지만 여권의 비박계까지 합류 가능성이 예견됐을 정도로 합리적 보수ㆍ개혁 세력을 결집과 연대를 표방했다.

새누리당의 과반 달성 실패도 한국 정치 지형의 중도화 경향을 반영했다. 본격적인 총선 국면 전후로연이어 터졌던 대북 이슈에도 과거와 같은 보수 세력 결집 현상이 나타나지 않았다. 북한 핵실험과 미사일발사, 개성공단 폐쇄, 탈북자 망명 등 그 어느 때보다 강력한 ‘북풍’의 조건이 형성됐지만, 여당인 새누리당의 지지율 상승으로 이어지지 않았다. 총선 결과는 박근혜 정부의 대북강경책과 여당이 제기한 안보 이슈가 국민적 동의를 얻는데 성공하지 못했다는 것을 보여준다.

투표일 전까지만해도 참패가 예상됐던 더민주의 제1당으로의 부상도 운동권 정당으로서의 이미지를 탈피하고 중도 보수로의 외연 확대를 시도한 결과다. 특히 여권 출신의 김종인 대표가 북궤멸론 등을내세우며 안보 이슈의 쟁점화를 피해갔고, 오히려 경제 이슈를 전면화하는데 전력을 다한 것도 선전에 한몫했다.

여권 출신의 김종인 대표가 더민주로, 이상돈 교수가 국민의당으로, 야권 출신의 강봉균 전 장관이 새누리당으로 자리를 옮겨 각 당 선거대책을 책임졌던 것도 좌우 구도의 해체 현상을 가속화했다.

두자릿수의 의석을 목표로 했던 정의당이 목표치를 채우지 못하고, 지역구에서는 노회찬, 심상정 ‘투톱’의 당선에 만족할 수 밖에 없었던 것도 대다수 유권자들이 선명한 진보보다는 이념적 중도를 선호한 결과로 풀이된다.

이같은 중도적 경향의 강화가 긍정적이라는 의견도 크지만 우려의 목소리도 있다. 좌우간 쟁점을 왜곡시키고, 사실상 보수층을 강화함으로써 이념간 균형을 무너뜨릴 수도 있다는 지적이다.
suk@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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