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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4.13 정치판 大지진 - 적지에서 살아온 개척자들] 표심 흔든 합리적 중도…북핵·탈북도 안통했다
13일 치러진 20대 국회의원 총선거는 한국 정치지형의 전통적인 좌우대립구도가 해체와 변화 국면을 맞이했음을 뚜렷히 보여줬다. 강경 보수ㆍ진보의 양극단은 약화되고, 전반적인 중도화 추세를 분명하게 드러냈다.

먼저, ‘좌우를 아우르는 합리적 중도 세력’을 표방한 국민의당의 선전을 꼽을 수 있다. 국민의당은 새누리당과 더불어민주당 사이에서 원내교섭단체 요건(20석)을 확보하는 것은 물론 당초 목표 최대치에 가까운 38석을 얻어냈다. 한국적인 의미에서 좌우를 대표했던 양당 체제에서 제 3세력으로서의 입지 확보에 성공한 것이다.

국민의당은 더민주의 탈당파가 주축이지만 여권의 비박계까지 합류 가능성이 예견됐을 정도로 합리적 보수ㆍ개혁 세력을 결집과 연대를 표방했다. 영국에서 토니 블레어 정권이 표방했던 ‘제 3의 길’의 한국적 변형으로도 볼 수 있다.

새누리당의 과반 달성 실패도 한국 정치 지형의 중도화 경향을 반영했다. 본격적인 총선 국면 전후로 연이어 터졌던 대북 이슈에도 과거와 같은 보수 세력 결집 현상이 나타나지 않았다. 북한 핵실험과 미사일 발사, 개성공단 폐쇄, 탈북자 망명 등 그 어느 때보다 강력한 ‘북풍’의 조건이 형성됐지만, 여당인 새누리당의 지지율 상승으로 이어지지 않았다. 총선 결과는 박근혜 정부의 대북강경책과 여당이 제기한 안보 이슈가 국민적 동의를 얻는데 성공하지 못했다는 것을 보여준다.

투표일 전까지만해도 참패가 예상됐던 더민주의 제1당으로의 부상도 운동권 정당으로서의 이미지를 탈피하고 중도 보수로의 외연 확대를 시도한 결과다. 특히 여권 출신의 김종인 대표가 북궤멸론 등을내세우며 안보 이슈의 쟁점화를 피해갔고, 오히려 경제 이슈를 전면화하는데 전력을 다한 것도 선전에 한몫했다.

여권 출신의 김종인 대표가 더민주로, 이상돈 교수가 국민의당으로, 야권 출신의 강봉균 전 장관이 새누리당으로 자리를 옮겨 각 당 선거대책을 책임졌던 것도 좌우 구도의 해체 현상을 가속화했다.

두자릿수의 의석을 목표로 했던 정의당이 목표치를 채우지 못하고, 지역구에서는 노회찬, 심상정 ‘투톱’의 당선에 만족할 수 밖에 없었던 것도 대다수 유권자들이 선명한 진보보다는 이념적 중도를 선호한 결과로 풀이된다.

이형석 기자/suk@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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