날씨와 투표 간에는 다양한 속설이 있다. 날씨가 너무 좋거나 나쁘면 나들이를 가거나 외출을 삼가게 돼 투표율이 낮아진다는 것이다. 보통 날씨가 좋으면 젊은층의 투표율이, 나쁘면 노년층의 투표율이 낮을 것이란 분석도 있다.
과거 사례를 살펴보면 날씨와 투표율 간에는 뚜렷한 인과관계가 존재한다고 보긴 힘들다. 날씨가 투표율에 미치는 영향이 ‘속설’에 그치는 이유다.
지난 18대 총선 날에는 제주와 남해안에 강풍을 동반한 비가 내린데 이어 오후에는 중부지방으로 확대됐다. 투표율은 46.1%로 역대 최저를 기록했다. 19대 선거 날인 2012년 4월 11일에는 전국적으로 비가 오다 오후에 그쳤다. 투표율은 54.2%로 높아졌지만 역대 두번째 최저 투표율이었다. 반면 초여름처럼 화창한 날씨를 보인 17대 총선에서는 60.5%의 투표율을 기록했다. 언뜻 날씨가 큰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시간을 좀더 거슬러 14대와 15대 총선으로 올라가면 이야기가 달라진다. 비가 왔던 14대 총선(투표율 71.9%)에 비해 날씨가 맑았던 15대 총선 투표율은 8%포인트 낮았다. 16대 총선일 역시 날이 맑았지만 투표율은 57.2%로 떨어졌다.
그렇다면 날씨가 화창하고 좋으면 나들이 나가는 젊은층이 늘어 투표율이 떨어진다는 속설은 어떻게 될까? 비가 왔던 18대 총선의 20~30대 투표율은 직전 총선보다 13~20%포인트 가량 줄었다. 이는 전체 투표율 하락치(14.5%포인트)를 크게 웃도는 수치다. 날씨가 맑았던 17대 총선 당시 20대와 30대 투표율이 각각 44.7%와 56.5%로 3~9%포인트 가량 증가했다. 날씨가 젊은층의 투표에 변수가 되지 못한 것이다. 17대 총선에 젊은층의 투표율이 높았던 것은 당시 탄핵 정국으로 선거에 대한 관심이 어느 때보다 높아졌기 때문이란 설명이 합리적이다. 전문가들은 날씨보다는 선거 이슈나 분위기가 투표율에 더 큰 영향을 주는 것으로 보고 있다.
kwy@herald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