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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한국, 실망의 정치
새누리 공천 철저히 朴心이 지배
국민정서 뒷전…비박·범비박 거세
살생부·막말 배후 못밝히고 유야무야
金대표 “우선추천 8곳결정 당헌위배” 반발
李위원장 “바보같은 소리” 막말 반박
당엔 분노·증오, 국민엔 절망감만 남겨



#16일 밤 KBS 2TV 수목드라마 ‘태양의 후예’ 한 장면. 대지진 발생지역에서 특전사 대원을 이끌고 구조작업에 한창인 유시진(송중기 분) 대위 앞에 공사 책임자가 섰다. 그는 우르크 정부와 대한민국 정부간 이면협약서를 찾아야 하며, 그것이 있는 쪽 먼저 파고 들어가야 한다고 고집했다. 한두사람 죽는 것은 무슨 대수냐는 말도 했다. 화가 난 유 대위는 “너 말이야 새X야. 국가가 뭔데? 국민의 안전과 생명을 최우선으로 하는 게 국가다. 군인인 나한테 국민의 생명보다 우선시하라고 국가가 준 임무는 없다”고 단호히 말했다. 군인의 사명감은 오로지 국민생명을 지키는 게 최우선이라는 뜻이다.
유승민 의원의 공천심사 결과만을 남겨둔채, 4ㆍ13 총선을 위한 새누리당의 공천작업이 17일까지 사실상 마무리됐다. 공천을 지배한 유일한 룰은 ‘박(朴)’이었다. 곧 박근혜 대통령을 향한 ‘충성도’였다. 정치인, 그리고 정치가 최우적으로 지켜야 할 ‘국민’은 철저히 배제됐다. 

이한구 새누리당 공천관리위원장

16일까지 새누리당 공천관리위원회는 총 253개의 선거구 중 249곳의 공천 방식을 결정했다. 경선이 141곳, 단수추천 96곳, 우선추천 12곳이다. 단수ㆍ우선 추천은 예비후보들끼리의 경선 없이 공관위의 결정으로 후보를 결정하는 지역이다. 전체의 43%를 넘는다. 단수ㆍ우선 추천 지역 후보는 철저히 ‘계파논리’에 의해 ‘내리 꽂아졌다’. ‘친박’(親박근혜계)을 일부 쳐내고, 이를 명분으로 ‘비박’(非박근혜계)을 대거 거세하는 방식이다. 그 결과 박근혜 대통령과 각을 세워 ‘배신자’로 낙인찍힌 유승민 의원의 지지세력에선 현역들이 대거 공천탈락했다. 이재오 등 친이계와 범비박으로 꼽히는 의원들도 경선 기회가 박탈됐다. 색깔이 분명한 ‘친김’(親김무성계)만 살아남았다. 여권 일각에서 “진박과 친김무성계와의 결합이 가장 우려하던 바”라는 말이 나왔다. ▶관련기사 4·5면

김무성 대표는 지난 1월 신년 기자회견에서 “새누리당은 총선에 대비해 이미 정치개혁을 이뤄냈다”며 “100% 상향식 공천제 확립은 정치개혁의 완결판이자 우리 정치사의 혁명”이라고 말했다. 그 말이 무색하다 못해 뻔뻔하다. 상향식 공천 비율은 아무리 봐줘도 경선 완료 지역구 비중 57%를 넘지 못한다. 완전한 낙제점이다. 공천 정국에서 새누리당은 ‘살생부’ ‘문건유출’ ‘윤상현 막말 파동’을 거쳤다. ‘찌라시’와 막말의 배후는 아무것도 밝혀내지 못했다. 친ㆍ비박 사이에서 사실상 ‘덮고 가자’는 암묵적 동의가 이루어진 결과다. 

김무성 새누리당 대표

그 결과 새누리당은 사실상 ‘이중권력’ 상태가 됐다. 지난 16일 김무성 대표는 국회에서 “공관위의 단수ㆍ우선 추천 지역 중 8곳의 결정이 당헌ㆍ당규에 위배된다”고 말했다. 몇 분 후 이한구 위원장은 당사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사실이 아니다”라고 했다. 여론조사와 다른 공천결과를 문제삼는 김대표에 대해 “바보같은 소리” “알아듣는 척하더니 저런식”이라고 했다. 공천다툼에는 필부필부의 소박한 예의조차 사치였다. 조해진 의원은 17일 라디오에서 “김무성 대표는 리더십을 상실했다”며 “그러니까 이한구 위원장이 당대표를 대놓고 무시하고 조롱하고 능멸하지 않느냐”고 말했다.

새누리당 공천의 핵심은 박근혜 대통령과 불화했거나 각을 세웠던 주요 현역들을 쳐내는데 있었다는 것이 당 안팎의 ‘정설’이다. 배는 침몰 중인데, 선장은 둘로 나뉘어 다투고 있는 형국이고, 정작 조종은 배후에서 ‘진짜 주인’이 하고 있는 꼴이다.

‘계파공천’은 새누리당엔 분노와 증오, 조롱만을 남겼고, 국민들에겐 환멸과 혐오를 안겼다. 하지만 환멸과 혐오 또한 ‘기득권’의 또 다른 강화 수단이라는 것이 정치학자들의 얘기다.

“정신차리자, 한순간 훅간다’는 한때 새누리당의 백보드 문구는 응당 새누리당에 돌아가야 할 것이 맞다. 하지만 그 다음 문구의 주어는 국민이 됐다. ‘잘하자 진짜’. 투표 말이다.

이형석 기자/suk@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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