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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국내 최초 세종대왕함 전투지휘실 현장 공개..합참의장 승선
[헤럴드경제=서해 세종대왕함 함상 국방부 공동취재단] ‘화이어볼! 화이어볼! 화이어볼!’

전탐 장교의 다급한 보고. ‘적 탄도탄 발사! 가속 중입니다.’

함장의 ‘총원 전투배치’와 ‘미사일 발사 준비’ 명령이 내려지고 복창이 오가는가 싶더니 ‘미사일 발사’ 명령이 떨어졌다. 바로 발사된 4발의 요격 미사일은 차례차례 목표를 맞혔다. 최초 보고에서 요격까지 걸린 시간은 불과 20여초.

신년을 앞둔 지난달 29일 서해상 세종대왕함.
이순진 합참의장이 2016년 새해를 맞아 서해상에서 작전 중인 세종대왕함(이지스 구축함)을 방문, 육해공 합동전력 운용 및 작전지휘를 실시했다.

이 자리에서 이 의장은 “적은 반드시 도발한다는 생각으로 대비하고, 만약 적이 도발한다면 단호하고 강력하게 응징해야 한다”고 강조했다.[사진제공=합동참모본부]

태안반도 서쪽 88㎞ 해역에서 실시된 해군 세종대왕함의 탄도탄 요격 훈련은 긴박하게 돌아갔다. 하지만 숨 가쁘게 이어지는 보고 속에서도 게임룸에 와 있다는 느낌을 지울 수 없었다.

‘총원 전투배치’ 명령에 수병들이 바쁘게 뛰고 함포와 대공포 사수가 탄약을 장전하는 ‘그림’에 익숙한 기자에게 세종대왕함의 전투 훈련은 도상 연습처럼 느껴졌다. 그러나 훈련이 보여준 실제 위력은 치명적이었다. 새해를 맞이하는 서해 바다에서 우리 장병들은 초고성능 함정으로 영해는 물론 한반도 전역을 지키고 있었다.

중대형 아파트와 비슷한 면적의 세종대왕함 전투지휘실은 그 자체로 보안 사항. 화상을 보다 선명하게 감시하기 위해 조명도 극히 어두운 가운데 수백대의 모니터가 바쁘게 자료를 쏟아냈다. 훈련 상황 중에 세종대왕함 전투지휘실을 취재하기는 국내외 언론을 통틀어 최초. 국내에 단 3척뿐인 이지스 구축함의 네임 쉽인 세종대왕함은 위력이 강한 만큼 철저한 보안 속에 쌓여 있었다.

▶세종대왕함의 가공할 만한 위력을 만나다=세종대왕함이 지닌 가장 큰 위력은 함포나 미사일이 아닌 탐지와 추적 및 통신 능력.

초고성능 레이더로 1000㎞ 이내의 목표물 1000개를 한꺼번에 추적 감시할 수 있을 뿐 아니라 전군을 지휘할 수 있는 통신 여건을 갖췄다. 육해공 3군과 해병대에 해외 파병 부대까지 실시간 연결이 가능하다. 한국과 미국의 정찰자산과 연계해 북한 사정을 손금보듯 탐지할 수도 있다. 탄도탄 훈련 직전 대잠전 담당 장교는 “북한의 서해 모기지 잠수함 정박현황이 식별 가능한 상태”라는 보고를 올렸다.

한국 해군 이지스함은 특별하다. 연합 훈련에서 마주치는 미 해군의 이지스함 승조원들도 ‘한국 이지스함이 우리 것보다 나은 것 같다’고 말할 정도다. 함정으로서는 비교적 신형(2007년 건조)인데다 미래를 내다본 혜안과 장병들의 노력이 더해져 한국 해군의 이지스함은 명실공히 세계 최강을 자랑한다.

한국 해군의 이지스함이 각국 해군을 놀라게 만든 최초 계기는 지난 2009년 4월 북한의 장거리 로켓 발사. 동해에서 초계하던 세종대왕함은 북한의 로켓 발사 15초 후에 궤적을 잡아내 경보를 울렸다. 상황은 곧바로 합동참모본부 지휘통제실과 해군 작전사령부, 청와대 위기관리센터에 실시간으로 전달됐다. 각 상황실의 스크린에는 세종대왕함에서 전송하는 북한 로켓의 궤적이 떴다.

미국과 일본은 이때부터 한국 해군을 다시 봤다. 북한의 도발이 예견된 상황, 각각 2척의 이지스함을 동원해 북한 로켓 발사 및 궤도 추적에 나섰던 미국과 일본은 세종대왕함이 잡아내리라고는 생각도 못했다. 취역한지 불과 4개월, 함의 특성조차 파악하지 못했다고 여겼던 한국 해군이 완벽한 감시 및 추적 능력을 발휘했으니 놀랄 수 밖에 없었다.

비결은 두 가지. 첫째, 한국 해군은 이지스함을 도입하면서 단가 하락을 위해 미국 및 일본과 공동구매하면서도 한국만의 요구 조건을 내걸었다. 덕분에 같은 시기에 취역한 이지스함인 미국의 알레이버크급 후기형이나 일본의 아타고급에는 없는 최신형 탄도탄 탐지 모듈이 세종대왕함에는 장착됐다. 원제작사인 록히드마틴사도 세종대왕함이 전력화 과정에서 북한의 로켓을 탐지해낸 점에 혀를 내둘렀다고 전해진다. 세종대왕급과 비슷한 시기에 취역한 일본의 아타고급은 탄도탄 능력을 확보하기 위해 수천억원의 예산을 투입할 예정이다. 미래를 내다본 혜안이 주효했던 셈이다.

제대로 운용하려면 10년쯤 걸릴 것이란 전망까지 나오던 판에 한국 해군이 단시간에 이지스함 운용 능력을 확보한 또 다른 비결은 장병들의 남다른 노력. 이지스함 도입 당시 미 해군의 이지스함 교육 과정에 입교한 장교와 부사관들은 교육이 끝나도 밤새 내용을 암기하며 머리 속에 담았다. 그 결과물이 한국만의 독자적인 이지스함 교육 과정. 미국 이외의 국가로는 유일하게 자체 교육으로 이지스함 승조원을 배출하는 시스템을 만들었다.

한국보다 14년 앞서 이지스함을 도입하고 운용 척수도 많은 일본도 미국에 맡길 만큼 어렵다는 이지스함 교육 과정을 한국화한 결과는 실적으로 속속 나타났다. 2012년 12월에는 북한의 은하 3호 로켓 발사를 탐지, 추적했을 뿐 아니라 그 잔해까지 건져 올렸다. 동맹국들이 이지스함은 물론 정찰위성까지 동원해 탐지에 나섰어도 한국의 세종대왕함이 빨랐다.

▶“호위함 타고 태평양 넘던 시절 생각하면 감개무량” 해군 이지스함의 감격=세종대왕함은 올해도 림팩(환태평양 해군 합동 훈련)에 참가, 각국 함정을 총지휘하는 기함 역할을 맡을 예정이다. 각국이 한국 해군의 능력을 그만큼 알아준다는 얘기다. 해군 정훈실 서울 공보파견대장 임명수 중령(해사 47기)은 “1500t 짜리 호위함을 타고 태평양과 대서양의 험한 파도를 넘던 시절을 떠올리면 감개무량하다”며 “세종대왕함은 한국 해군 발전의 상징이자 미래를 이끌어나가는 원동력의 하나”라고 말했다.

탄도탄 요격 훈련이 실시된 이날 군은 확 드러나지는 않지만 보다 중요한 훈련을 치렀다. 합참의장이 세종대왕함에 직접 승선해 각 군을 지휘 격려하는 훈련을 실시한 것. 헬기를 타고 서해상의 세종대왕함에 날아온 이순진 합참의장은 어두컴컴한 전투지휘실에서 각 군의 작전사령관들을 하나 하나 불러내 적의 동향을 보고받고 지시를 내렸다.

“새해를 맞으면서 서해 해역의 대비태세를 확인하기 위해 여러분과 화상회의를 갖게 됐다. 해군 최초의 이지스함, 세종대왕함에서 합동작전을 지휘하게 돼 의미있게 생각한다. 해군작전사령관! 서북해역에서 적의 특이동향은 없는가?”

해작사령관의 보고. “서북해역의 적정은 현재 평시수준을 유지하고 있으며 특이동향은 없습니다. 해작사는 적의 NLL 무력화 책동과 예상치 못한 기습도발에 대비해 완벽한 해상경계태세를 유지하고 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적이 도발한다면 현장에서 신속, 정확, 충분하게 응징하여 도발한 적을 격멸할 수 있도록 하겠습니다.

서북도서방위사령관(해병대 사령관 겸임)과 공군작전사령부를 잇따라 불러 적황을 보고받은 합참의장은 ‘도발시 신속, 정확, 단호한 응징과 이를 위한 합동 전력 운용의 중요성’을 강조하며 ‘만반의 대비 태세를 갖추라’는 지시와 함께 회의를 마쳤다.

창군 이래 처음 실시된 합참의장의 함상 지휘는 두 가지 중대한 의미를 갖고 있다. 먼저 우리 군이 어떤 상황에서도 지휘통제권을 유지 및 행사할 수 있다는 능력을 과시했다. 함정에서 이 같은 지휘가 가능한 나라는 대형 이지스함을 보유한 한국과 미국, 일본 등 세 나라 정도다.

두 번째로 우리 해군이 이지스함의 운용 노하우를 완벽하게 습득하는 수준을 넘어 창조적으로 활용하는 단계에 이르렀다는 점도 주목할 만한 대목이다.

미국과 일본의 어떤 이지스함보다 많은 미사일을 탑재하는 세종대왕함은 유사시 북한 전역을 타격할 수 있는 전략무기도 싣고 있다. 세종대왕함 김경철 함장(해군 대령·해사 47기)은 “새해에도 세종대왕함은 합동작전의 핵심 전력으로써 어떠한 임무가 부여되어도 100% 완수하겠다”고 신년 의지를 밝혔다.

서해 세종대왕함 함상=국방부 공동취재단/soohan@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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