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후위기시계
실시간 뉴스
  • [위안부 담판 합의] 논란의 ‘법적 책임’, 국제법적 근거에서 밀린다
[헤럴드경제=김우영 기자]일본 군 위안부 협상 타결과 관련, 일본의 ‘법적 책임’ 인정 여부가 계속 쟁점이 되고 있다. 이번 합의안에도 ‘법적 책임’이라는 문구가 명기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가장 명백한 해법임에도 ‘법적 책임’을 이끌어 내기가 왜 이리 어려운 걸까. 여기에는 일본의 명분과 실리가 모두 작용하고 있다. 즉 국제법적으로 ‘법적 책임’의 근거가 미약하고, 한국에 ‘법적 책임’을 인정할 경우 여타 국가들에도 광범위하게 적용되는 부담을 회피하기 위함이다. 한국 정부가 무턱대고 ‘법적 책임’을 요구할 수 없는 배경이기도 하다.

▶‘법적 책임’ 국제법적 근거 미약=한일 간 식민지 피해 보상 논의는 50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한일 수교를 위해 오랜 기간에 걸쳐 마련된 1965년의 한일 청구권 협정이다. 하지만 이 협정은 엄밀히 말해 식민지 지배 피해 보상이 아니었다. 양국 간 재산권 정리가 본질이었다. 한일 청구권 협정을 담고 있는 한일기본조약 2조도 ‘1910년 8월22일 및 그 이전에 대한제국과 대일본제국 간에 체결된 모든 조약 및 협정이 이미 무효임을 확인한다’고 규정돼 있다. 한일합병조약이 무효라는 것인데, 일본은 “체결 당시에는 합법이었으나 수교로 무효가 됐다”고 해석했다. 1951년 샌프란시스코평화조약도 한국을 제14조국(전승국)이 아닌 제4조국(신생독립국)으로 분류해 일본의 입장을 뒷받침한다.

이런 배경 때문에 한국 정부가 ‘법적 책임’ 카드를 꺼내 드는 건 1965년의 한일기본조약과 1951년의 샌프란시스코평화조약 등 국제법적 체제를 전면 수정 내지 부정해야 모순에 빠지게 된다. 국제법적 근거에서 밀리는 셈이다. 헌법재판소의 2011년 ‘행정 부작위’ 위헌 결정, 최근의 강제동원(징용) 관련 각하 결정 등이 모두 1965년의 한일기본조약의 유효성을 전제로 했다는 점도 이같은 배경을 뒷받침한다.

실리적 측면에서도 일본으로서는 양보할 수 없는 마지노선이 ‘법적 책임’이다. ‘법적 책임’을 인정할 경우 ‘배상’을 해야 하고, 중국 등 여타 나라들에 대해서도 동일한 대응을 해야 하는 부담이 커지기 때문이다.

▶‘법적 책임’ vs. ‘국제법상 배상’=예상대로 이번 협상에서도 ‘법적 책임’은 명시되지 않았다. 한국으로서는 국제법적 근거에서도 밀리고, 지속 요구할 경우 협상 틀을 깰 수 있는 조건에 매달릴 수 없는 상황이었다. 대신 한국 정부는 ‘법적 책임’에 버금가는 효과를 거두려는데 주력했다고 설명한다.

외교부 고위 관계자에 따르면 ‘법적 책임’을 이끌어내 얻는 효과는 세 가지다. 책임자 처벌과 사죄, 그리고 보상이다. 이 관계자는 “세 가지 가운데 이번 합의에는 ‘일본 총리 명의의 사죄’와 ‘일본 정부의 예산이 들어간 보상’을 담고 있다”며 “‘법적 책임’과 최대한 동일한 효과를 거뒀다”고 자평했다. 또 “국내법상으로는 ‘배상’과 ‘보상’으로 구분하지만, 국제법상으로는 배상에 ‘원상회복, 보상, 피해자만족’이 들어간다”며 “현실적으로 ‘원상회복’은 불가능하고, ‘보상’은 이번 합의로 이뤄질 예정이고, ‘피해자만족’은 주관적 판단으로 앞으로 정부가 충족시켜 나가야 할 과제“라고 말했다. 결국 정부로서는 현 상황에서 할 수 있는 모든 조치를 강구해 최대한의 효과를 거뒀다는 설명이다.

김우영 기자/kwy@heraldcorp.com
맞춤 정보
    당신을 위한 추천 정보
      많이 본 정보
      오늘의 인기정보
        이슈 & 토픽
          비즈 링크
          연재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