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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YS 단골 국숫집 ‘미래유산‘ 됐다
-국숫집 사장 “YS 뜻 잊지말길…현철씨도 오더라”


[헤럴드경제=김상수ㆍ양영경 기자] “지난주 김현철(YS 차남) 씨와 가족들이 모두 찾아왔어요. 김영삼 전 대통령 생각이 나 잡채랑 갈비찜도 해드렸죠.”

김영삼(YS) 전 대통령이 서거한 지 한 달. 서울 성북동 ‘국시집’ 시장 이수자(64ㆍ여) 씨는 지금도 문득 전화기를 바라본다. 칼국수를 먹고 싶다며 전화기가 울릴 것 같다고 한다. YS 가족에게 칼국숫집에서 잡채, 갈비찜을 내놓은 심정도 그런 마음이다. 


‘칼국수 대통령’으로 불릴 정도로 YS는 칼국수를 즐겼고, 그는 이 집의 유별난 단골이었다(헤럴드경제 11월 23일자 6면 참조). 국시집은 최근 서울시가 지정한 미래유산에 선정됐다. 대를 이어 YS와 맺은 인연은 미래로 이어진다.

지난 23일 서울시 미래유산보존위원회가 YS 국시집을 서울 미래유산으로 선정했다는 소식에도 이 씨는 덤덤했다. 그는 “왜 선정됐는지 잘 모르겠다”며 “오랜 기간 가게를 이어왔고 김 전 대통령이 자주 찾았기 때문인 것 같다”고 전했다.

YS는 생전 40여년 간 이 집을 찾았다. 청와대에 입성한 후에도 일주일에 한 두번은 꼭 들렸다고 한다. 청와대를 떠나고서도 학교 동기, 배드민턴 동호회 등과 함께 우르르 칼국수를 주문했다.

YS는 이 집 칼국수를 ‘어머니의 손맛’이라고 했다. 젊은 나이에 어머니를 여의고, 굴곡의 현대사를 온몸으로 버틴 정치인생. 어머니의 손맛이 그리울 때마다 그는 이 집을 찾았다. 뇌졸중으로 쓰러지기 직전에도 YS는 칼국수를 시켰다. 마지막을 예감했을까. 그는 그동안 고생한 보답이라며 이 씨에게 100만원을 건넸다. YS의 마지막 선물이었다.

YS 서거 이후 이 씨는 직접 분향소를 찾았다. 그는 “살아계실 때와 똑같아 보였다. ‘아이고 또 간데이’라며 연락을 하실 것만 같다”며 살며시 미소를 보였다. 때론 미소가 울음보다 깊은 법이다. 이 씨의 미소가 어쩐지 쓸쓸해보였다.

최근에는 YS의 가족이 국시집에 들렀다. 현철 씨를 포함, YS의 자녀와 사위 등 온 가족이 함께다. 무슨 얘기를 나눴느냐는 질문에 이 씨는 별다른 답 없이 “잡채와 갈비찜을 해드렸다. 특별히 다른 음식을 많이 차려드렸다”고 했다. 평생 음식을 해온 이 씨에게 음식은 말보다 편하다. 마음이다.

음식값을 주기에 이 씨는 “이미 아버님이 다 저에게 주고 가셨다”고 한사코 거절했다. 하지만, 돈을 받지 않으면 다신 찾아올 수 없다는 말에 끝내 돈을 받았다. 이 씨는 “맛있게 드시고 가셨다”고 전했다. 이 씨에게 이날은 또 한번 YS에게 칼국수를 대접한 날이다.

‘칼국수 대통령’은 유훈으로 ‘통합과 화합’을 남겼다. 이제 한 달이 지났을 뿐인데 반목을 거듭하는 국회는 이미 YS를 망각한 듯하다. 이 씨에게 정치를 물었다. 그는 “다른 걸 바라는 게 아니다. 국회의원이 욕심만 부리지 말고 다음 세대를 위해 서로 좀 양보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여당ㆍ야당 할 것 없이 당리당략만 얘기하고, 그게 안타까운데 이제 나이를 들다 보니 어떻게 하면 자원도 없는 우리나라가 조금 더 잘 살 수 있는지 그런 고민이 들어요.”

YS의 유훈을 기억하는 건, YS의 뜻을 되새기는 건 국회가 아닌 국시집이었다. 정치적 후계자를 자처한 국회의원들이 아니라, 칼국수 대통령을 40년 간 옆에서 지켜본 이 씨가 YS의 유훈을 기억하고 있다.

dlcw@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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