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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與ㆍ靑 요청 거부한 정의화, 임기 말 마지막 고비
[헤럴드경제= 최상현ㆍ김상수ㆍ이슬기 기자]정의화 국회의장은 ’의회주의자’란 수식어가 따라붙는다. ‘뚝심의 조율사’라고도 한다. 일각에선 대권 후보로도 정 의장을 주목한다.

그런 그가 임기 막바지 고비에 처했다. 고비마다 의회주의란 정공법으로 돌파했지만, 이번엔 마치 ‘끝판왕’과 만난 듯하다. 친정 새누리당과 청와대가 연일 국회의장에 날을 세운다. 오히려 야당이 정 의장을 높이 사는, 기이한 정치 지형이다. 임기 후까지 염두하는 정 의장에는 난감한 구도다. 임기 말, ‘졸업시험’은 어렵고 무겁다. 

16일 정의화 국회의장이 국회에서 기자간담회를 열고 내년 제20대 총선 선거구 획정 및 쟁점법안 입법과 관련 전날 진행된 여야 지도부와의 협상 내용과 의장으로서의 입장을 밝히고 있다. 박해묵 기자/mook@heraldcorp.com


정 의장은 다시 청와대와 마주 섰다. 여기서 방점은 ‘다시’다. 출발부터 어느 정도 예견됐다. 정 의장은 지난해 5월 새누리당 내 국회의장 후보 경선에서 친박계가 내세운 황우여 의원을 크게 이기고 국회의장직에 올랐다.

취임 후 정 의장은 의회주의를 전면에 내걸었다. 여당과 청와대의 반발에도 고비마다 여야 중재를 우선시했다. 세월호특별법 제정, 이완구 총리 후보자 인준안 처리, 황교안 국무총리 임명동의안 등 국회가 파행 위기를 겪을 때마다 친정 여당의 반발에도 뜻을 굽히지 않았다.

최근에는 국회법 개정안 파동이 있다. 국회를 통과한 국회법 개정안을 두고 논란이 불거지자 개정안 문구까지 수정하며 여야 합의를 이끌어냈다. 여야 합의를 위해 국회법 개정안 정부 이송을 늦추기도 했다. 청와대의 거센 반발에도 원칙을 앞세웠다. 결국, 청와대가 거부권을 행사하면서 중재안이 무색해졌지만, 그 과정에서 정 의장은 의회주의자란 명분은 지켰다.

그로부터 6개월. 19대 국회 종료를 앞두고 정 의장은 또다시 청와대와 충돌했다. 쟁점법안 표류가 국가비상사태이니 직권상정해달라는 청와대의 요청을 거부하면서다. 정 의장은 지난 16일 기자간담회에서 “(청와대에) 그렇게 할 수 있는 법적 근거를 찾아보라고 부탁했다”고 했다. 법적 근거가 있느냐는 반문이다.

청와대도 물러서지 않을 기세다. 정연국 청와대 대변인은 17일 “비정상적인 국회 상태를 정상화시킬 책무가 있다”고 반박했다. 여야 대립이 ‘국회의장 vs 청와대’로 확전되는 흐름이 국회법 파동과 닮았다.

친정도 청와대와 발을 맞췄다. 원유철 새누리당 원내대표는 지난 16일 국회의장실을 찾아 재차 직권상정을 요청했고, 정 의장은 격노하며 자리를 박차고 나갔다. 원 원내대표는 면담 이후 기자들과 만나 “국회의장의 직권상정 밖에 없는 게 현실”이라고 했다. 여야 합의는 후순위로 밀리고, 직권상정이 ‘만능 열쇠’가 된 국회다.

야당은 정 의장의 의지를 높이 사고 있지만, 정 의장 입장에선 기뻐할 수만도 없다. 문재인 새정치민주연합 대표는 “삼권분립도 아주 위태로운 상황인데 정 의장이 국회 위상을 제대로 지켜냈다”고 호평했다. 하필 우군으로 나선 곳이 야당뿐이다. 야당 역시 국회 파행으로 이 사태를 몰고 온 절반의 책임이 있다.

국회의장 임기 후까지 고려하는 정 의장은 이 같은 피아(彼我) 구도가 이래저래 더 난감하다. 정 의장은 지난 9월 기자들과 만나 “내년 총선에 출마하는 게 당연하다”고 말했었다. 국회의장이 퇴임한 후에도 정치권에 남아 국회 평형수 역할을 해야 한다는 ‘중진 역할론’이다. 결국 돌아갈 친정 품이다. 또 결국 마주할 야당이다. 정 의장의 마지막 숙제는 그래서 더 복잡하다.

dlcw@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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