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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靑 요청 거부한 정의화, 고단한 ‘My way’
[헤럴드경제=김상수ㆍ이슬기 기자] 정의화 국회의장에는 ‘의회주의자’란 수식어가 붙는다. ‘뚝심의 조율사’라고도 한다. 고비고비마다 여야 중재력을 발휘하며 국회 파행을 막아냈다. 대권을 의식한 행보라고 꼬집는 목소리도 있지만, 의중을 떠나 적어도 그의 행동이 의회주의를 지키고 있다는 평가는 부인하기 힘들다.

임기 말 정 국회의장은 또다시 무거운 숙제를 껴안았다. 친정인 새누리당도, 야당도, 청와대마저 모두 정 의장을 압박하는 형국이다. 토론과 합의가 실종된 국회에서 직권상정이란 ‘최후의 수단’이 마치 ‘만능 열쇠’라도 된 듯하다. 정 의장의 어깨는 무겁고, 발걸음은 외롭다. 

16일 정의화 국회의장이 국회에서 기자간담회를 열고 내년 제20대 총선 선거구 획정 및 쟁점법안 입법과 관련 전날 진행된 여야 지도부와의 협상 내용과 의장으로서의 입장을 밝히고 있다. 박해묵 기자/mook@heraldcorp.com

정 의장은 고비마다 뚝심 중재로 ‘의회주의’를 앞세웠다. 세월호특별법 제정, 이완구 총리 후보자 인준안 처리, 황교안 국무총리 임명동의안 등 여야 대립으로 국회가 파행 위기를 겪을 때마다 끝내 중재를 이끌어낸 바 있다. ‘친정’인 여당 반발에도 중재를 굽히지 않았다.

최근에는 국회법 개정안 파동이 있다. 국회를 통과한 국회법 개정안을 두고 논란이 불거지자 개정안 문구까지 수정하며 여야 합의를 이끌어냈다. 여야 합의를 위해 국회법 개정안 정부 이송을 늦추기도 했다. 청와대의 거센 반발에도 중재 뜻을 굽히지 않았다.

결국, 청와대가 거부권을 행사하면서 중재안이 무색해졌지만, 그 과정에서 정 의장은 의회주의자란 명분은 지켰다.

또다시 정 의장은 청와대와 마주하게 됐다. 쟁점법안 표류를 국가비상사태로 보고 직권상정해달라는 청와대 요청을 거부하면서다. 정 의장은 16일 기자간담회를 열고 “청와대에서 (직권상정 요청하는) 메시지가 왔기에 오히려 그렇게 할 수 있는 법적 근거를 찾아봐 달라고 부탁했다”고 했다. 법적 근거가 있느냐는 반문이다. 또 “안 하는 게 아니라 법적으로 못하는 것”이라며 직권상정 요건이 아니라고 했다. 법률 전문가 자문도 거쳤다고도 했다. 쟁점법안 표류가 국가비상사태로 볼 수 없다는 의미다.

친정인 새누리당도 정 의장을 압박하고 있다. 원유철 새누리당 원내대표는 이날 국회의장실을 찾아 직권상정을 재차 요청했다. 청와대와 보조를 맞춘 행보다. 원 원내대표는 면담 후 기자들과 만나 “국회의장이 정치적 결단을 내려주시면 법안 처리가 가능할 것이란 마음을 전달하려 왔다”고 말했다. 표현과 달리 사실상 압박이다. 면담 중에 정 의장이 크게 화를 낸 것으로 알려졌다. 원 원내대표는 “국회의장의 직권상정밖에 없는 게 현실”이라고 했다.

야당도 다르지 않다. 청와대ㆍ여당이 쟁점법안 직권상정을 두고 압박한다면, 야당은 국회의장의 직권상정 자체를 반대하고 있다. 선거구 획정도 직권상정하지 말라는 요구다. 이종걸 새정치민주연합 원내대표는 이와 관련, “국회의장이 중립적 위치를 벗어나선 안 된다. 여당이 일방적으로 유리한 선거구 획정안을 직권상정한다면 헌정사에 큰 잘못을 범하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어떤 선택을 하더라도 모두를 만족시킬 수 없는, 정 의장의 현실이다. 여야 합의가 우선인 국회에서 합의에 이르지 못한 책임을 정 의장에게 떠넘긴다는 비판도 나온다. 국가비상사태를 초래한 여야 의원들이 되려 정 의장을 향해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는 지적이다. 정 의장은 “선진화법이 통과돼선 안 된다고 강력하게 주장한 사람이 바로 나”라고 토로했다. 여야 합의 없인 법안 처리가 불가능한 국회선진화법을 줄곧 반대해왔다는 의미다. 이 법을 통과시킨 국회가 이제 와 직접 만든 법을 스스로 부정하는 데에 따른 비판이 담겼다.

dlcw@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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