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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현장에서] ‘의회주의자’의 죽음에 응답하라
[헤럴드경제=이형석 기자]한국정치의 산 역사로 일컬어지던 이만섭 전 국회의장이 14일 별세했다. 오롯이 ‘의회주의자’로 살았던 고인의 삶과, 정치가 실종된 현국회의 풍경이 교차된다. 고인에 대한 추모의 정과 또 한 시대가 저물었다는 회한에만 잠기기엔 오늘의 현실이 너무 착잡하고 씁쓸하다. 대한민국 국회는 한 의회주의자의 죽음을 온전히 애도할 자격을 갖췄는가. 19대의 마지막 정기국회는 무력하게 끝났고, 15일 오후로 예정된 임시국회 본회의 개최도 난망하기만 하다.

고인의 삶은 지금 우리 국회에서 정치가 어디 있느냐고 묻는다. 여당인 새누리당은 누가 당의 주인인지 알 길이 없다. 청와대에서 호통치면 국회에서 목소리를 높인다. 지난 14일 박근혜 대통령이 국회를 두고 “국민 삶과 동떨어진 내부 문제에만 매몰되는 것은 국민과 민생을 외면하는 것이나 다름없다”고 하는 동안, 새누리당 조원진 원내수석부대표는 격앙된 어조로 “야당이 입법을 거부하는 이 사태가 국회비상사태가 아니면 어떤 것이 비상사태냐”며 경제활성화법, 테러방지법 등을 직권상정하지 않는 것은 “국회의장의 직무유기”라고 말했다. ‘보란듯이’ 야당과 국회의장을 압박했는데, 과연 박 대통령이 보라는 것인지, 국민이 보라는 것인지 의문이다.

야당인 새정치민주연합은 ‘가출’(안철수 전 공동대표 탈당)로 이어진 ‘집안싸움’으로 정신이 없다. 일부 의원들의 탈당이 이어질 것이 뻔해 수습책도 요원하다. 남는 자나 떠나는 자나 이해득실 따지기에 급급하니 국민적 현안이 제대로 논의될 리 없다.

이만섭 전 국회의장은 언론인 출신으로 기자 시절에는 서슬퍼런 군사정부에 대한 비판을 마다않는 ‘꼿꼿한 펜’으로 유명했다. 정치인으로서는 8선 의원이자 2번의 국회의장을 지낸 강골 ‘의회주의자’로 꼽힌다. 특히 김영삼 대통령 시절인 1993년 국회의장으로서 “날치기를 없애겠다”고 공언한 후 여당의 예산안 날치기를 막아낸 것은 잘 알려진 사실이다. 마지막까지 여야합의로 ‘의회 정치’를 지켜내려 한 고인의 삶 자체가 지금의 국회에 남긴 유지다.

이제 올해도 17일 남았다. ‘의회주의자의 죽음’에 대한민국 19대 국회가 응답할 시간이 얼마남지 않았다.

suk@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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