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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朴시정연설] ‘국정교과서 반대’ 게시물에 난데없이 국회의장-野 ‘기싸움’
[헤럴드경제=홍성원 기자] 박근혜 대통령이 국회 시정연설을 한 27일엔 이례적인 장면이 연출됐다. 야당 의원들이 정부의 역사교과서 국정화 방침에 반발, ‘국정교과서 반대’ㆍ‘민생우선’이라고 적힌 인쇄물을 의원석 모니터 앞에 게시했고 이를 철거할 것을 주문하는 정의화 국회의장간 기싸움이 벌어진 것. 이로 인해 박 대통령의 본회의장 입장은 무려 15분이나 지연됐다.

야당 의원들이 이런 인쇄물을 내건 건 정부의 국정화 추진을 저지하기 방안의 하나로, 시정연설 직전 개최한 의원총회에서 결정됐다. 애초 이들은 연설 자체의 보이콧도 일부 검토했던 걸로 알려졌다. 

박근혜 대통령이 27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2016년 예산안 시정연설을 하고 있다. 박해묵 기자/mook@heraldcorp.com

정의화 국회의장은 이날 국회 본회의장 의장석에 섰을 때부터 표정이 좋지 않았다. 야당 의원들의 인쇄물을 봤기 때문이다. 그는 “국정교과서 등을 써오신 것 같은데 이종걸(새정치민주연합) 원내대표 잠깐 오세요”라고 했다. 원유철 새누리당 원내대표도 의장석으로 나갔다.

잠시 뒤 정 의장은 “공식적으로 시작하기 전에 야당에 당부하겠다”며 “여러분들의 나라에 대한 충정은 충분히 이해한다. 하지만 국회 품격을 생각해주길 부탁드린다”고 했다. 또 “대통령이 와서 연설을 할 동안 이게 예의가 아니라고 생각한다. 제거해주길 정중하게 부탁한다”고 말했다.

그러나 야당 의원들은 미동도 하지 않았다. 문재인 새정치연합 대표 등 지도부와 새누리당 지도부도 대책을 논의하는 모습을 보였지만, 인쇄물은 그대로였다.

이에 정의화 의장은 “다시 한 번 야당에, 특히 지도부에 부탁한다”며 “우리가 삼권분립의 나라로서, 우리가 행정부나 사법부에 예를 요구하듯 우리도 예를 갖추는 게 중요하다. 또 하나 중요한 건 의장의 권위다. 여러분들이 의장 말을 이렇게 무시하면 국회를 무시하는 것과 다를 바 없다”고 재차 강조했다.

정의화 의장은 재차 의장석 앞에서 양당의 원유철ㆍ이종걸 원내대표와 대화를 나눈 뒤 다시 마이크를 잡았다. 정 의장은 “의장을 하면서 가진 각오는 국회 품격을 높이고, 일을 제대로 하는 국회를 만들고, 국민으로부터 신뢰받는 국회를 만드는 것”이라며 “또 하나 여러가지 국회의 후진적 행태를 새로운 시대에 걸맞게 바꾸는 것”이었다고 했다.

그는 그러면서 “지금 여러분께 요청드렸음에도 해주지 않는 것에 대해 섭한 마음이 있다. 여러분들의 의사를 존중하겠지만 국회의 여러가지 정해진 규정을 잘 지켜주길 바란다”고 말했다.

hongi@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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